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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Feb 24. 2020

팔리는 주제

교육업, 기업교육, 성인교육, 교육트랜드

머리와 몸뚱리 빼고는 자원이 거의 없는 구멍가게 수준의 교육회사다. 그러다 보니 살아남고 성장해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집요하게 시장과 고객의 트랜드를 미리 예측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려 여러가지 콘텐츠와 다양한 전달 채널로 계속 실험을 반복해서 하나하나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가 제공가능한 일반성인 대상 교육이나 코칭 상품 기준으로 지난 3년간 느낀 점은, 커리어패스를 변화시킬 정도의 변화를 가져다줄 만큼 실제 업무역량을 향상 시키고 일잘러가 되기 위한 주제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사회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제는 인기가 없다는 거다. 일의 기본기, 일잘러 되는 방법, 내 자신의 성향과 심리기질 분석과 해결책에 대한 주제는 일반인들에게 매력이 없다. 상품성과 시장성이 거의 없다. (다행인 점은 그런 사람들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B2B 즉, 기업시장에서는 잘 팔린다)  


물론 같은 주제를 가볍게 다루면서 살짝 꼬아서 포장을 하면 잘 팔린다. 예를 들면, 실제 내용을 이런 식으로 바꾸는거다. '일의 기본기'는 '일을 쉽지만 성과가 잘 나오게 하는 방법', '일잘러가 되는 방법'은 '일잘러처럼 보여서 인정 받는 방법', '내 자신의 성향과 심리기질..'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와 엿먹이는(?) 법'으로 바꾸는거다. 그러면서 방법은 짧은 시간에 아주 쉽게 할 수 있으면서 실제로 효과가 나는 것과 상관 없이 자기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위안을 갖도록 만들어주고, 해결책은 자기 자신의 작은 행동변화에서 시작하도록 하고 결과물은 남들이 봤을 때 있어보이게 만들어주면 된다. 여기에 모든 문제는 남들에게 있다면서 같이 욕해주거나 다독여주고, 하지만 당신은 생각있고 멋진 사람이니 당신이 노력해서 스스로도 변하고 남들도 변하게 만들라고 바람 조금 넣어주고, 본질적인 성찰을 하는 것인양 자잘한 노력들에 의미부여를 해주면 금상첨화다. 물론 끝에는 그래서 이런 큰 변화가 있을 거라는 판타지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원래 어떻게 했어도 뭔가 했을 '될놈될' 이상형 모델이 이렇게해서 그렇게 된거라고 보여줘야 한다.



나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이를 기반으로 꼼꼼히 계획해서 하나하나 역량을 쌓고 습관으로 변화해 나가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만이 커리어패스의 변화나 일잘러나 심리적 안정을 통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건 '노오력'이라며 무시한다. 일반성인교육의 매스시장은 작고 쉬운 것들을 실천하면서 노력하는 자기 자신을 통해 계속 희망을 품게 하고 감정적인 위안과 안정감, 미래에 대한 확신을 파는게 큰 돈을 번다. 하다못해 현명한 사람들조차도 그렇게 해서는 인생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자기 자신을 속이고 그걸 사는 경우가 많다. 학생교육시장이나 취업 관련 교육시장만 해도 이 정도로 현실을 왜곡해서 판단하지는 않는데, 같은 사람들이 그저 나이만 더 먹고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뿐인데도 성인교육시장은 그렇게 판단한다는게 흥미롭다. 마치 인생역전을 노리고 ‘매주 작은 금액으로 사는 복권’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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