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넷, 스타트업, 육성, 사업, 창업
알렉스넷은 매우 특이하고 독창적인 커뮤니티다. 인큐베이터이기도 하고 엑셀러레이터이기도 하고 컴퍼니빌더이기도 하고 비즈니스 디벨로퍼이기도 하다. 체계가 없는 듯 있고, 공적 관계이기도 한데 사적 관계도 있고, 커뮤니티 같기도 기업같기도 하다. 동네 구멍가게 분위기 같으면서도 숨막힐 정도로 대기업스럽기도 하다.
이런 알렉스넷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 하나가 멤버사 계약과정이다. 알렉스넷과 스타트업과 서로 함께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서면 구두로 대략적인 계약단계를 진행하는데, 곧바로 계약하지 않는다. (함께 해볼만한지 판단하는 기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대략적인 계약조건을 먼저 이야기해서 서로 시간낭비를 최소화해놓는다. 즉 계약조건을 감안한 상태에서 서로 핏이 맞는지 확인한다) 계약 의사 확인후, 한달간의 유예기간을 갖는다. 그 기간동안 멤버사 후보 스타트업은 자신의 상황과 이슈에 맞춰 멤버사와 동일한 자격으로 알렉스넷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이용한다. 만약 기대와 다르다면 계약하지 않고 종료하면 된다. 어떤 불이익도 없다. 만약 기대를 충족하면 유예기간 마지막날을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철저히 모든 면에서 알렉스넷 불리한 조건이지만 계약을 넘어서 신뢰와 평판이 더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장치만 믿고 그렇게 한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해도 유예기간이 끝나고 계약하기로 확정 짓고도 막상 계약서가 오가기 시작하면 갑자기 계약을 파기하는 스타트업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다. 계약기간을 늘리다가 계약 직전에 이탈한다.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경우 두가지는 상호 알아보는 단계부터 계약전 유예기간까지 평균 2-3달이 걸리는데 그동안 알렉스넷 지원 받으면서 사업계획 수준이나 사업화 단계가 올라가서 다른 곳들에서(?) 입질이 오거나 외부에서 인정받기 시작하면 욕심이 생겨 이탈한다. 특히나 돈 준다면 더더욱 말이다. 혹은 그 기간동안 자기 자신이 이제 뭔가 좀 알았고 사업에 감을 잡았다고 판단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보고 싶은 조바심이 생기면 역시나 이탈한다. 그렇게해도 그냥 아무말 안하고 놓아주는 이유는 - 현실세계에서는 소송 감이지만 - 사실 알렉스넷의 마지막 테스트가 욕심과 조바심이 창업가의 눈을 가리는지 아닌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 단계가 없으면 알렉스넷을 함께 하면서 언젠간 큰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또한 창업가와 창업멤버의 인성과 태도, 기질은 왠만해선 변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창업가 기준에 안맞는 사람들을 사전에 걸러내기 위함이다. 일단 계약하면 짧게는 6개월에서 2년 동안 계속 봐야하고, 사업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업이 잘 안되더라도 취업이나 다른 길도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면서 잘 갈 수 있는 경영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