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Oct 17. 2016

서울역, 부산행 프리퀼이지만 전혀 결이 다른 영화

(노 스포일러) 영화 서울역 리뷰,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 좀비영화

서울역, 부산행 프리퀼이지만 전혀 결이 다른 영화  (평점 7/10)


영화 서울역, 정확하게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올해 최고 히트작인 한국산 좀비 재난 영화 '부산행'의 프리퀼이다. 영화 부산행에서 KTX에 탑승해서 열차를 지옥으로 만든 소녀가 주인공인 영화이다. 그 소녀는 부산행의 오프닝을 장식하지만, 영화 서울역에서는 주인공이다. 부산행에서는 심은경이 직접 출연했고, 서울역에서는 애니메이션 목소리를 담당해서 두 영화 사이의 고리 역할을 한다.



영화 서울역은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부산행과의 비교가 아니라, 연상호 감독이 이전에 보여줬던 애니메이션들이 한껏 날이 올라 머리와 심장을 후벼파는 강렬함과 폭발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서울역은 그 정도로 강렬하지는 않다. 물론 곳곳에 사회와 인간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관객을 몰입시키고 그 시선에 동참하게 만드는 장치들과 소재, 장면들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예전 작품들 보다 디테일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켜켜이 쌓아나가다가 막판에 감정과 주제를 폭발시키는 에너지가 전작들 보다 부족하다. 하지만 전작들을 생각하지 않고 보면 객관적으로 영화 서울역은 평균 이상의 영화임은 분명하다.



서울역의 좀비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처럼 읽혀진다. 선한 역할도 악한 역할도 없는 그저 대한민국이라는 세상과 삶과 계층에 얽매여 허덕거리는 사람들이 사회에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무기력한 좀비들로 표현한 기분이다. 좀비 재난영화지만 좀비가 그저 무섭고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연상호 감독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 같다. 영화 부산행을 대중적인 코드에 최대한 맞춰서 날을 덜 세웠다면 그 모자람을 영화 서울역을 통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다한 것 같다. 두 영화를 이어서 생각해보면 감독이 하고 싶은 메세지 하나를 두 편이 나눠갖게 되어 결국에 영화 서울역이 조금 심심한 영화가 된게 아닐까 싶다. 부산행과 달리, 서울역은 서울역을 중심으로 그 주위까지 오픈된 공간이면서 상당히 복합적이고 복잡한 구성을 가질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그 공간의 강점과 그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과 인물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이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여전히 많이 남아있어서 또다른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서울역은 마지막 후반부 대반전을 통해 머리를 후려친다. 고급 모델하우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클라이막스의 반전은 영화 서울역이 보여주는 메세지를 모두 응집하고 있으면서도 진정한 악이 좀비인지 사람인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그 장면과 설정 만으로도 영화 서울역은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언제 시간이 되면 서울역을 시작으로 부산행까지 이어서 다시 한번 감상해봐야겠다.



서울역 Seoul Station, 2016 

감독 연상호 

출연 류승룡, 심은경, 이준, 이상희 




매거진의 이전글 블록버스터 스릴러로서의 규모와 기대를 맞춘 딱 그 정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