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실행, 사업모델, 사업아이템, 창업
예전 스타트업 육성 코칭 중 갑갑했던 경험 중 하나는 'How(어떻게)?'가 빠진 몽상가 예비창업가와의 이야기였다.
대한민국의 올드스쿨 방식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SNS와 유명 게시판에서 샐럽이 된 대학생이었는데, 사업아이템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대학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곧바로 떠올렸겠지만, 그렇다, 미네르바 스쿨을 모델로 했다. 본인은 자기 고유의 아이디어라고 우겼지만 해외사례로 직접 미네르바 이야기까지 했다. 단지 벤치마킹이 아니라 우연히 아이디어가 겹쳤다는 주장을 했지만. 어쨌든 사업아이템의 고유성은 사업 성공과 별개의 문제이고, 개인적으로 영리와 생존을 우선시 하기는 하지만 그만큼 소셜 임팩트가 강하고 사명과 명분이 뛰어나고 해낼 수 있는 자금만 있다면 그런 사업아이템도 매우 좋아한다. 이미 이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상은 했지만 그 다음 이야기는 물 없이 고구마 100개는 먹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전공 없는 대학이라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스스로 전공과목을 만들고 스스로 전문성을 쌓아가고 대학의 역할은 그 과정을 도와주는거라고 한다. 알겠다, 그러면 그런 대학을 어떻게(How) 만들거냐고 물었더니, 대학생을 모으고 대학생이 스스로 전공과목을 만들어 전문성을 쌓게 하면 된단다. 예? 아니 그래서 그 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돌아가게 만들거냐고 다시 물었는데, 그러니까 대학생을 모아서 대학생이 자기 전공과목을 만들게 하면 된다고 한다. 하... 무엇을 물어보던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된다.
이러면 안될 것 같아서 질문을 바꿨다. 그러면 그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 것인지, 우리나라 대학설립 기준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혹은 현재 법상 대학 설립이 불가능하다면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를 물었다. 그 이후 단계는 아예 묻지도 않았다, 어차피 시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그 다음 단계가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그랬더니 예상대로 전혀 고민이 없었다. 신문기사 몇개 읽어본 걸로 다 안다고 생각하니 당연하다. 뜻이 좋기 때문에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취지를 알고 돈을 줄거고 만약 대학설립이 법으로 어려우면 우리나라 법이 잘못된 것이니 바꿔야 한단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인다. 자기가 여기에 온 이유는 이런 훌륭한 사업아이디어가 갖고 있기 때문이며,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멘토와 코치들이 어떻게 할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고 팀을 구성해주고 사업화 시켜줄 다른 사람들을 연결해줘야 하는게 아니냔다. 자신은 아이디어 소유자로서 기획과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이란다. 그 말 듣고선 미네르바 스쿨이 어떻게 스폰을 구하고 수익을 만들어 유지하고 있는지, 미네르바 스쿨을 통해 이해관계자들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익과 기대가 무엇인지, 실제 어떤 사람들이 미네르바 스쿨에 지원하고 있는지 등등은 이야기해줄 이유조차 없었다.
그 창업가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2-3주 더 있다가 결국에 스스로 나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과의 팀구성도 실패했고 사업화를 위한 네트워킹 연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동안 우리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엉망이라며 여기저기 글 쓰고 욕하고 다녔다는 말을 듣기는 했는데,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아예 소식이 없다. 시간이 흘렀으니 지금쯤은 어디에선가 보여야 하는데 말이다.
How가 빠진 사업아이디어는 그저 아이디어다. 비판을 위한 비판, 대안 없는 문제제기는 창업가나 사업가가 할 일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해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