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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pr 28. 2020

[스타트업 코칭일기] 대표님들, 발표때 제발...

지원사업, 심사, 투자, 스타트업, 코칭, 알렉스넷, 10가지

스타트업 대표님들... 요즘 여기저기 각종 지원사업에 선발 되시기 위해 바쁘시죠? 심사 관련해서 몇가지만 말씀 드릴께요... 욕심과 조마심이 앞서서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하지 마세요. 심사위원도 다 안답니다.


1. 요즘 경제도 힘들고 취업시장도 엉망이라 몇명을 고용하느냐가 많은 점수를 차지한다는 거 어디선가 들으신 것 같아요. 예,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예요. 그렇다고 현재 직원이 10명인데 올해 추가로 10명을 뽑을 거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말 그러실 거면 10명이 왜 필요한지, 10명 월급은 어떻게 주실건지도 이야기해주셔야죠. 아~ 그리고 뽑아주면 10명 월급 줄거라고도 말씀하지 마세요. 가뜩이나 부족한 지원금 모두 인건비로만 나갈텐데 그러면 사업성장은 어떻게 하실려구요. 인건비 말고도 쓰실 곳 많다고 하셨잖아요.


2. 요즘 워낙 사업계획서 대신 써주거나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곳들 많은거 알고 있어요. 아니면 워낙 바쁘시니 직원을 시키셨겠죠. 거기까지야 뭐 모른척 해드릴 수 있어요. 그래도 대표이신데 내용은 꼼꼼히 보시고 마치 대표님이 직접 다 하신 것처럼 준비는 하셨어야죠. 대표님 말씀과 사업계획서 스토리가 다르고, 사업계획서 내용을 여쭤보는데도 전혀 모르시면 저희가 오히려 당혹스럽습니다. 질문한게 죄송하게 느껴질 정도예요. 많이 바쁘신 거 알지만, 수백, 수천, 수만명 기업의 임원이나 대표조차도 발표할 땐 하나하나 다 챙긴답니다. 다 알 수는 없으니 옆에 직원이나 창업멤버를 데려와서 대신 대답하게 하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래도 전체 질문 중 절반이라도 대표님이 말씀하시는게 좋지 않을까요? 솔직히 대신 대답하고 있는 그 분 회사처럼 느껴집니다. 최소한 사업아이템의 제품, 서비스 핵심내용과 사업모델이라도 진심으로 제대로 알고 오셨으면 해요. 대표님 사업아이템 서비스를 여쭤보는데 자꾸 다른 말씀하시면 저희가 당혹스럽습니다. 특히 신규 사업아이템도 아니고 이미 이 사업을 하고 계심에도 저희보다 모르시는건 공감이 되지 않아요.


3. 스타트업은 빠르고 유연한게 강점인 건 맞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실제 심사 발표시 사업아이템이 달라진 건 이해가 안됩니다. 그만큼 고민의 시간이 짧았으니 당연히 내용도 부실하고 여기저기 앞뒤 안맞는 이야기가 동시에 나옵니다. 거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바뀐 사업아이템에 대해 여쭤봐도 대답은 기승전'이전 아이템'으로 자꾸 회귀하는 건 저희들을 계속 헷갈리게 만듭니다. 정말 이걸 해내실 수 있을까 의심이 싹트는 건 어쩔 수가 없어요. 아~ 그리고 어디선가 좋은 정보원 두셔서 심사기준에 대해 귀뜸을 받으신 것 같은데, 그것도 저는 능력의 일부라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사업계획서와 달리 누가봐도 하루 이틀 사이에 급하게 손 본 발표자료에 있는 내용이 맞다고 하시거나 더 나아가 발표자료가 잘못된거고 지금 말씀하시는 내용이 맞다고 하시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좋은 점수를 받고 싶으셔도 그냥 던지시면 안되요.


4. 숫자도 꼼꼼히 챙겨주세요. 숫자가 이상하게 느껴지면 자꾸 의심하게 되요. 그 숫자가 어떤 의미가 있고 왜 나왔는지 알고 싶은데 말씀해주신대로 계산기 두들겨도 그 숫자가 안나오면 저희도 민망합니다. 숫자 근거는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면 그냥 그 근거를 써주시거나 별첨으로라도 넣어주세요. 참, 튀는 숫자는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 확율상 갑자기 튀는 숫자가 나오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 숫자가 맞다면 분명히 특별한 이유가 있을거예요. 올해 M/S가 10%인데 갑자기 내년에 50%가 되고 다음해엔 52%, 그 다음해엔 54%가 된다면 당연히 10%가 어떻게 갑자기 50%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대표님만큼 대표님 사업을 알지 못합니다.


5. 눈 가리고 아웅도 왠만해서는 하지 마세요. 저희들 의외로 참 꼼꼼히 봅니다. 기존 사업 하시면서 신규 사업을 스타트업 지원 기회를 활용해서 하시려고 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았어도 지원금 받아서 비용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사람이라면 누구가 그럴 수 있으니까요. 거기에 기존 사업을 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신규 사업 인력으로 활용하고 싶어하시는 것도 이해합니다. 특히 기존 사업 역량을 신규 사업에 이식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방법이니까요. 그렇다고 그 분들 월급을 지원금 100%로 주실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요. 기존 사업 일을 아예 안하고 모두 신규 사업 일을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그러면 기존 사업 망가진다고 안된다고 말씀하시면서 왜 월급은 신규 사업 지원금으로 주시려고 하세요? 해당 임직원들이 기존 사업 일을 몇%, 신규 사업 일을 몇%로 나눠서 하고 그 비중만큼 신규 사업 지원금으로 주실거라고 하면 이해는 하겠어요.



6. 기존 사업이 잘 안되거나 그럭저럭 되고는 있는데 대표님 마음에 찰 정도는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거나 신규 사업을 더 하셔야죠. 저도 당연히 그렇게 해요. 그렇다고 '이거 안되니 이거 하자'는 조심스러우셨으면 해요. 지금 하고 계신 사업과 연계성이 전혀 없거나, 강점을 활용하지 못하거나, 당장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더 큰 문제를 갖고 있는 것을 가져오셔서 그 문제는 해결했는데 더 큰 혹을 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 부분이 바로 안와닿으실텐데 유명한 사례가 있어요. 우유 생산 과정 중 우유가 담기지 않은 빈 우유곽을 골라내기 위해 똑똑한 사람 수십명이 모여 수억 들여 센서와 장치를 고민했다고 해요. 그런데 현장에 가보니 생산라인 직원 한명이 선풍기를 놓고 빈 우유곽을 날려버렸답니다. 이거 안되니 이거하자는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7. 그동안 얼마나 인정 받으셨고 혹은 얼마나 유명하신지, 아님 투자도 많이 받으셨는지 저희도 잘 알고 있어요. 어렵게 한단계 한단계 사업을 키우시면서 사람들이 그 사업은 얼마짜리인지 이야기해주셨을거예요. 일단 저희도 인정해요. 저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대표님의 사업 가치도 거기서 출발해요. 하지만 그 출발선에서 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어요. 상황은 계속 바뀌고, 시장과 고객 역시 계속 바뀌고, 대표님 사업경쟁력도 계속 바뀝니다. 당연히 사업가치도 계속 변하죠. 좋은 방향이면 저희도 기쁩니다만, 안좋은 방향으로 가면 저희도 말을 꺼내기 쉽지 않습니다. 나쁜 뉴스 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어요. 만약 작년에 평가 받은 가치가 100억이었다면 올해 50억이 될 수도 있어요. 주식시장만 봐도 하루에도 수십번 기업가치가 변하잖아요. 그건 대표님 회사도 마찬가지예요. 사업아이템을 투자를 위한 투자로 보시지 말고 사업 그 자체로 보셨으면 해요. 사업의 재무적 가치도 중요하지만, 사업이 숫자 그 자체는 아니잖아요.


8. 올해 AI가 핫해요. 다들 알고 있어요. 사업아이템에 'AI'를 넣고 싶으실거예요. 최소한 '빅데이터', '데이터마이닝', '머신러닝'이라도 넣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시겠죠. 이해해요. 넣으셔도 상관없어요. 언제 가능할지도 근미래 혹은 한참 미래라 하셔도 할 말 없어요. 어차피 AI 자체 기술 보단 데이터 모으는게 더 어렵고 한참 걸릴거니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 넣으시려면 최소한 지금 시점에서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모아야 하고 그 데이터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어떤 데이터를 제공해야 하거나 혹은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는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해요. 어떤 알고리즘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지 최소한의 로직이나 패턴이라도 제시하면 좋겠지만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라고 접어둘께요. 그냥 데이터 모아서 좋은 걸 줄거다, 고객에게 도움이 될거다, 혹은 앞뒤 잘 안맞는 추상적인 결과물, 당연하거나 이상적인 결과물 이야기하진 마세요. 구체성이 없으면 솔직히 그냥 핫하고 좋은 말 붙이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여요. AI도 그렇지만 '챗봇'이나 기타등등 뭔가 용어를 넣으시려면 정확히 그 용어의 의미를 알고 넣으세요. 있어보이게 만들어주는 핫한 용어들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사업계획서에 넣으시면 오히려 없어 보여요.


9. 사업아이템로 자꾸 분신술 쓰지 마세요. 사업아이템 한개로 사골곰탕 우려내듯 여기저기 수년동안 거의 발전하는 모습 없이 돌아다니면서 똑같이 혹은 살짝 바꿔서 매번 새로운 것인양 사업아이템 돌려막으며 지원금, 상금 헌팅하는 것도 별루지만, 손오공 분신술 쓰듯이 한 개의 사업아이템으로 창업멤버 여러명이 각각 자기 아이템인 것처럼 돌아다니거나, 여러 법인으로 나눠서 돌아다니거나, 조금씩만 다르게 수정해서 전혀 다른 아이템인양 각각 다른 사람 얼굴마담 내세워서 하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해요. 창업가가 인건비를 가져갈 수 없으니 그렇게 여러개 만들어선 창업멤버들 서로 대표가 되고 다른 곳에선 팀원으로 등록해서 인건비 뽑아먹기 하고 있는거 아는 사람은 알아요. 지원 프로그램 성공패턴 한번 익히고 나면 세상 돈 벌기 참 쉬운거처럼 느껴지겠죠. 왠만한 알바나 계약직 보다도 훨씬 더 많이 벌고 거기에 스펙까지 쌓이니 사업할 생각 별로 없으면서 그렇게 사는게 대표님들은 현명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나봅니다. 세상 참 좁아요. 그렇게 하는거 결국 소문나요. 세상 살면서 사회생활 하면서 가장 중요한게 신뢰와 평판인데, 그렇게 사는 대표님들은 그거 팔아서 돈 벌고 있는거예요. 세상 공짜는 없어요.


10. 마지막으로 꼭 되고 싶으신 절실한 마음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정도를 벗어나는 방법을 찾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군대 갈 때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최대한 편한 곳에 배치받으려는 것처럼 하시는 건 별로 보기에 좋지 않아요. 절실한 마음은 모든 사람이 똑같아요. 그런데 어떤 대표님들은 여기저기 정말 아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요, 몇몇 분들은 몰라도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은 외부에 각자 자기 일이 있어서 부자까지는 몰라도 입에 풀칠은 하고 살 정도는 됩니다. 자존심 버리면서까지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할 정도로 힘들진 않아요. 세련되게 로비하시거나 비즈니스 관계를 신뢰관계로 이어지게 활동하시는 것은 사업수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을 넘어 이런 저런 형태로 비공식적인 압박처럼 느껴진다면 참 별로예요. 오히려 평가가 좋아도 그런 상황이 되면 일부러라도 안좋게 평가하고 싶어져요.


10가지나 썼지만 어려운 건 없어요. 그냥 이건 하면 안되겠다 싶은 건 하지 않으시면 되고, 이건 해야겠네 싶은 건 하시면 되요. 바쁘고 정신 없어서 매번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어요. 그러면 다른 창업멤버나 임직원들에게 꼭 확인해보세요. 2-3명만 물어보셔도 절대 문제가 생길 일은 하지 않으실거예요. 오히려 정도를 지키고 가시는게 당장은 갑갑하실 수 있어도 더 잘되실거라고 믿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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