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청년창업, 창업, 사업, 태도
그동안 청년 스타트업 코칭이나 컨설팅 하면서 필름이 끊길 정도로 나를 가장 화나게 했던 말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실패도 해봐야죠!" 라는 거였다.
코칭이나 컨설팅시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가이드나 조언한대로 하지 않거나, 하지 말라는 것만 계속 하는 것조차도 화는 나지만 어차피 자기 사업이고 자기가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하니 괜찮다. 정확하게는 이제는 익숙해져서 참을만 하다는거다. 더 심하게는 조언이 마음에 안든다고, 사람이 싫다고 대놓고 나를 욕하거나 뒷담화를 까도 괜찮다. 어차피 사람과 사람은 핏이 맞아야 함께 할 수 있고 모든 사람과 맞출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땐 서로 각자 자기길 가면 된다. 오히려 너무 무턱대고 말한대로 하거나 비판없이 따르기만 하면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되면 이미 그것은 그들 사업이 아니라 내 사업이 되는거고, 물고기를 주는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서 그들이 독립해서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업가이자 사업가로 육성시키겠다는 내 목표와도 부딪힌다.
이런 말이나 태도들을 넘어서서 젊으니까 실패도 해보겠다는 말이 1위를 차지했다. 얼핏 들으면 패기 넘치는 젊은 청년의 출사표 같은 말이다. 뭐 평소 같으면 나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상황은 의견도 귀담아 듣지 않고 조언이나 의견대로 하지도 않고 하지 말라는 것만 계속 하거나 조언이나 의견을 자기 유리한대로 편집해서 받아들이고 혹은 마치 원래 자기 생각이었던 양 한다. 결국엔 자기 마음대로 다 하면서도, 항상 자기 편 들거나 자기를 응원해주기를 바라고 그러다가 결국 사고 터지면 이미 손 쓸 수 없는 상황인데도 수습과 도움을 바란다. (물론 본인은 절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 부분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니 개선될 여지가 없다) 코칭이나 가이드, 의견을 요청해서 리스크 요인들을 피하게 하거나 사업이 진척 되도록 이야기해주면, 이미 절대 해서는 안될 선택으로 자기답을 정해놓고 결국 그거대로 한다. 진정 원하는 건 조언이 아니라 자기 선택에 대한 응원과 지지인거다. 매번 정확히 하지 말라는 것만 하면서 '똥'을 피하는게 아니라 매번 밟고 가서, 성공은 모르겠지만 사업이 존버하도록 실패는 피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게 진심이라고 말했을 때 들은 말이 바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실패도 해봐야죠!" 였던 거다. 이 멋진 말이 이렇게 자기보호용 기적의 논리로 창의적으로 사용될 수 있구나 충격 받았다.
하- 그러면 그냥 혼자 실패하는 길 가지 왜 굳이 실패 피하게 만들겠다는 사람 붙잡고 매번 조언을 구하고 도와달라 하고 사람 소개해달라고 하는 것인가? 더구나 그렇게 할 거면 내가 왜 필요한건가? 관계와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이 되니 그 지점에서 필름이 뚝, 정신줄이 툭... 재미있는 건 이 일을 겪었을 당시 뚜껑이 열리진 않았다는거다. 뚜껑이 열리고 화를 내는 것도 어느정도 상식적인 선에서 왔다갔다해야 하는거지, 그 선을 훌쩍 넘으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무말도 안나온다.
또 스타트업 코칭을 하다보면, 각 팀이나 창업가별로 간절히 필요한 부분이 있는데 상황상 즉각적으로 돕거나 지원해줘야할 경우가 있다. 그래서 코치들 각각 단독으로 혹은 함께 의논해서 해결책을 만들어놓게 되는데, 준비해뒀다고 이야기해줘도 안오거나 이미 해결책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한참 지나서 오는 경우가 있다.
그 쯤 되면 본인은 정말 간절한지 의심스러워진다. 예전 같았으면 밥 안먹는 아이들 쫓아다니며 억지로 먹이듯 찾아가서 해결해줬는데,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고마워 할 줄 모르거나, 자기 의지가 약해서 다음에 또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해결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코치들이 긴급한 몇몇 팀과 창업가들을 위해서 해결책을 마련해놓았는데 몇몇은 찾아오지 않는다. 거기까지가 그들의 한계이거나 간절함이 부족한가보다. 적극적으로 들이붙는 팀과 창업가들이나 챙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