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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ul 13. 2020

7개의 회사, 5번의 퇴사, 5번의 이직 이야기

취업, 퇴사, 이직, 창업, 커리어, 직장인, 창업가, 자기계발

저자로, 코치로, 멘토로, 연사로, 컨설턴트로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다니다보니, 어떤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어떤 이유로 이직하게 되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글쎄...... 지금까지 다닌 회사를 세어보니 7개, 이직은 5번을 했다.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 어떤 것을 이야기해야 할 지 잠시 고민하게 된다. 


퇴사는 자랑이 아니다. 이직도 자랑이 아니다. 창업도 자랑이 아니다. 마치 퇴사하는 것, 그리고 이직하는 것, 차업이나 사업을 하는 것이 이 가슴 속에 사표를 갖고 다니는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마치 영웅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고 싶다는 희망이나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퇴사와 이직은 엄연한 현실이다. 파랑새를 쫓듯이 판타지를 팔고 권장하는 퇴사는 그렇게 무책임하게 언급되어서는 안되는 단어이다. 퇴사는 판타지가 아니다! 어찌보면 지금의 회사 안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잔혹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준비 없는 퇴사만이 그런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그럼 이렇게 묻고 싶다. 준비한 퇴사는 무엇이냐고? 겪어보지 않은 길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있는가? 퇴사와 이직, 창업 등 커리어패스는 이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오한 이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퇴사와 이직이라는 환상을 벗어나 현실을 함께 공감하고 더 옳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작은 경험들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제발 퇴사하고 여행 다니고 책쓰고 1인 기업 되는 등  그런 영웅담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그렇게 살 수 있는 기회는 거의 다 사라졌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살고 있으니 당연히 기회가 지금은 거의 없지 않겠는가? 새로운 길을 스스로 찾아서 또다른 영웅담을 만들 자신이 있지 않으면 퇴사와 이직, 창업이나 사업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은 시간 순서가 아니다. 그러면 내 커리어를 보고 어느 회사인지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진행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A사에 다닐 때였는데, 일도 즐거웠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조금씩 조금씩 인정받아서 어느덧 직급이나 직책에 비해 더 큰 일,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다. 회사일 어느 하나 크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볼때 해당 연차가 하는 일이 아니라 한참 상급자가 R&R을 가지고 하는 일을 하게 되다 보니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른 부서를 보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나보다 연차 5년 이상, 직급 2개는 차이나는 건데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지? 그렇다고 내 월급은 그들보다 훨씬 적은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까지 드니 화도 났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느 순간 위기감이 왔다. 누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부분부분 어려움은 있었지만 일은 익숙했고 결과물도 좋았다. 주위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남들이 보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게 위기감으로 느껴졌다. 내가 가진 능력은 정체되어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능력을 하나 둘 써먹으며 소모하는 기분이었다. 새롭게 능력이 쌓을만한 기회들은 일이 급하다는 이유로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능력을 쌓아갈만한 교육이나 새로운 업무기회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갔고, 그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계속 그 일에 묶여있었다. 그러다 덜컥 든 생각이 '꼬치에서 하나 둘 빼먹고 있는데 그 고기가 채워지지 않고 조만간 다먹어서 아무것도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서웠다. 이러게 가다간 모든걸 다 탈탈 털리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좀비처럼 살 것 같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구만리인데 불과 몇년만에 말이다. 이 솔직한 심정을 진심을 담아 상급자들과 회사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너무 바쁘니 다음에 기회를 주겠다는 답변이었다. 그리고 하는 말은 원래 직장인이 사는게 그런거란다. 언제나 같은 말이었다. 1년 반은 들었던 것 같다. 하기야 과로로 대상포진에 걸렸었을때 병원가는 것도 눈치를 줬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리 없었다. 정확히는 그 회사가 세상의 전부인양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이해할리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퇴사와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여기를 벗어나면 크게 달라질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단지 지금 보다는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점점 비어가는 꼬치를 채워갈 수 있는 곳이면 만족했다. 그래서 계속 기회를 보고 여러개를 시도하다가 마침내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이 결정되고 다니던 회사에 이야기했는데 더 실망하게 되었다. 역시 이직하는 게 맞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엄연히 회사와 나는 일을 중심으로 한  계약관계인데, 어르고 달래다 못해 협박하고 압박을 하더라. 밖에서 보면 그냥 동네 아저씨들인데, 군대에서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하는 식으로 말이다. 힘으로 무서워하게 만드는 것도 같은 조직에 있을때나 가능한 법인데 말이다. 하지만 최대한 맞춰주면서 좋게 나왔다. 그렇지 않으면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욱 힘들어지니 말이다.



두번째 이야기는 B기업에 다닐때였다. 개인적으로는 다녀본 회사들 중에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회사 중 하나였다. 처음에는 좋았다. 이직할 때마다 직급과 권한을 원래 연차보다 올려서 갔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감내 하기 어려운 숙제를 맡기 위해 갔지만, 사실 그래서 간 것이었다. 이전 직장의 불만 보다는 하고 싶은 일, 욕심나는 일,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간 곳이었다. 그래서 원래 직급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을 가진 큰 프로젝트를 맡았다. 건강이 상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을만큼 도전의식을 자극했고 거기에 상응하는 성과까지 나오니 짜릿한 쾌감이 느껴지는 연속이었다. 그런데...


여러번의 조직개편과 부서이동을 겪게 되면서 전혀 다른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여전히 인정 받고 있었고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경력직임에도 조기 승진도 어려움 없었고 직책과 권한은 더 커졌다. 해당분야에서 차세대 리더로서 평가 받고 있었고 거기에 맞춰 대우도 좋았다. 하지만 나로서는 공감은 커녕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조직문화를 접하게 되었다. 회사인데 일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 회사가 그것을 의도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역시나 성과가 나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있게끔 회사에서는 최선을 다해줬다. 그래서 내가 그걸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 더구나 독자적인 영역을 확실하게 만들어 놓았고, 어차피 내게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일과 성과였기 때문에 주위에서 삼삼오오 동아리 활동을 하던지 정치질을 하던지 상관없이 내 길을 가고 있었다. 일과 상관없이 끼리끼리 모여서 친목단체를 만들어 어울리면서 그 안에 들어오지 않거나 자신들이 비교 당할 것 같으면 악의적인 의도로 입소문을 내서 정작 일 잘하는 사람들이 버텨내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흔했다. 주위에서 당하고 옆에서 당하고... 일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고 사교모임이나 정치질하는 사람들로만 채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상황이 그러니 이런 분위기는 더욱 더 극성을 부렸다.


문제는 이런 분위기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사람을 완전히 탈진하게 만들었다. 일과 비즈니스 관계 구축에만 신경 쓰고 집중해도 일이 진행될까 말까한 판에 친목모임 사람들의 공격을 막아내는데 쓸데없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았다. 더구나 신경을 이리 긁고 저리 긁어대는 통에 감정소모도 엄청났다. 아래 위 옆 할 것 없이 말이다. 어쩔 때는 내가 회사에 일 하러 왔는지 의심 스러울 정도였다. 일 안하거나 못하는 사람들만 남으니 일량은 점차 더 많아지고...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들 게 된 것은, 연차 있는 사람들 뿐 아니라 신입사원부터 사원급 친구들까지도 그대로 그렇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업무능력은 늘어나지 않고 말만 하는 아가리파이터나 회사를 대학동아리 모임처럼 여기는 대학생들만 넘쳐나더라. 그들끼리도 일 잘하는 동기들은 왕따가 되어 다른 길을 찾는 일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이 쯤되면 그 조직은 미래가 없다. 여기에 라인형성이 워낙 명확해서 인사이동이나 발표가 나도 좀처럼 놀랄 일이 없었다. 딱 예상한 그대로 그 라인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각종 비리와 사건사고가 터져도 '우리가 남이가?' 분위기로 그냥 덮고 넘어가기 바쁘게 되더라. 신상필벌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뭐 나도 그렇게 해도 되겠네 라는 생각이나 주위에 그런 일을 봐도 암묵적 동의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아... 이젠 정말 여긴 미래가 없구나... 그 생각이 든 순간, 일부러 여길 그만 둘 이유도 없지만 더이상 있어봤자 내게 도움이 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몇년동안 처음 왔을 때 다짐한 것들은 다 배우고 경험한 후였기 때문에 미련도 없었다. 그래서 언제든 좋은 기회가 오면 떠나자고 결정했다. 그 기회가 올 때까지 최대한 주위에 신경 안쓰고 살았다. 대신에 여기서 만난 좋은 인연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일과 성과에만 집중했다. 기회가 오고 떠났을 때 내게 남는 것이 바로 그것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음단계를 위해 다양한 준비와 기회가 올 씨앗들을 뿌렸다. 몇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그 실패를 딪고 마침내 더 좋은 기회, 장기적으로 무언가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왔고, 그걸 잡았다.


7번의 직장, 5번의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쓸거다. 꾸준히 일정하게 올리기는 어렵겠지만, 내 이야기들이 많은 직장인들이 현명한 판단을 하고 보다 행복하게 사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젠가 모두 완결할 생각이다.



-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저자 강재상, 이복연 / 출판사 REFERENCE BY B / 출판일 20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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