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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24. 2021

사업가는 점점 자기세계에 갇히게 될 수 있다?

사업, 인간관계, 성공, 부자, 사업가

수십년 절친이었는데 거리감이 생긴 친구 하나가 있다. 젊었을 때부터 자기 사업을 하는 친구였는데 내 최측근과 지인 중 가장 돈도 많고 사업도 잘하고 오픈마인드에 성격도 좋았다. 친구지만 진심으로 리스펙트하는 녀석이었다. 


자주는 못봐도 종종 보면서 사업은 그렇게 하는 거구나, 돈을 벌기 위해서 돈의 흐름은 그렇게 봐야 하는구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이 배우기도 했다. 특히 부를 이룬 상위 극소수 사람들의 세계와 사고방식, 네트워킹이 사업의 겉으로 보이는 부분과 본질적으로 작동하는 부분에서 어떻게 작동하여 피라미드 상위 끝점에 가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가장 흥미로웠다. 그는 나를 사적 관계 이외에서는 마케팅과 브랜딩 전문가로 인정하고 자기 사업을 이끌어나감에 있어서 조언을 구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점점 더 부자가 되기 시작하면서 주위 친구들이 자기를 다르게 보거나 자기에게 물질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는 등 불알친구들조차도 하나 둘 멀어지면서 점차 외로워지는데, 난 자기를 다른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고 예전 십대, 이십대 때처럼 할 말 다 하면서 대해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자기는 그대로인데 자기가 변했다면서 최측근과 지인들이 하나 둘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자기 부와 사업을 함께 일구고 정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최상위 사람들 말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하더라. 내 성격 자체가 상대방이 아무리 돈이 많거나 힘이 강해도 그저 나와는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일 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렇게 이야기하는게 어색하지 않았다. 워낙 자주 듣는 이야기다 보니 말이다.


얼마전 나 역시 그에게 실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술한잔에 서로 근황 이야기 하면서 하고 있는 일 이야기를 하던 중에 자기 사업과 연관된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의견을 구해서 솔직히 이야기해줬다. 잘하고 있는 부분과 아쉬운 부분을 나눠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도 더했다. 그런데 잘하는 부분 이야기 들을 때는 좋아하다가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하자 갑자기 표정이 변하더니 내게 한마디 하더라, "너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 생각이 갇혀있는 것 같으니 생각을 깨고 다시 보는게 어때?" 마치 사장이 직원에게 일 시키는 듯한 말투였다. 순간 귀를 의심했지만, 친구끼리 솔직히 그런 말을 던질 수도 있는 것이고, 실제 내가 그렇게 갇혀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유를 물었다.


이야기를 듣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랬다. 마케팅과 브랜드 책 몇 권 읽고, 돈이 많으니 유명 브랜드 컨설팅 회사와 디자인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애들 몇명 스카우트해와서 자기 취향대로 일 시키고, 마케팅과 브랜딩 작업을 자기 사업과 엮거나 혹은 독립적으로 해서 돈을 버는게 아니라 철저히 자기 취향대로 자기하는 사업과 일에 예쁜이 작업용으로 쓰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가 말하면 직원들이 모두 내 생각과 아이디어가 최고라고 말한다면서 거의 이견이 없다고 하더라. 사장 말이니 직원들이 모두 사장 생각이 좋다고 말하기만 하는 것을 자기가 마케팅과 브랜드 전문가에 감각이 있어서 그렇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더군. 


내가 파악한 이 친구의 지금까지의 사업성공은 사업 자체는 종잣돈을 만들어주고 얼굴 마담 역할을 하면서 기회를 열어주는 효과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부동산과 자산 투자 그리고 네트워크 기반 영업력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였다. 사업 하면서 브랜드쟁이들이 칭송하는 몇몇 핫한 브랜드를 갖고 있기도 했는데,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과 브랜딩 관점에서 도저히 투자 대비 효율성이 안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취미생활이자 부동산 투자 목적에서의 포장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던 녀석이었다. 내가 봐도 딱 그랬었고. 그런데 이렇게 하는게 오래되기 시작하니 뭐가 뭔지 자기가 믿는대로 믿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본 사이라 벌만큼 벌기 시작해서 이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업과 자산을 있어빌러티 있게 포장도 하고 싶었고, 우아하게 명함도 파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던 마음은 충분히 공감했다. 하지만 보고 싶은대로 믿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에 대한 앞뒤 안맞는 설교를 한참을 들었다. 이어서 사업과 일, 인생에 대한 화제까지 그야말로 사장님 말씀을 하시더라. 자기 생각과 부딪히면 그것은 다른게 아니라 틀린 것으로 이야기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쓴소리 계속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차피 말해도 들을 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냥 맞장구만 쳐줬다.


이 친구 말대로 주위 최측근과 지인들이 자기를 시기 질투하거나 변해서 떠난 경우도 있지만, 이 친구가 변해서 떠난 사람들도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자기 자신은 자기는 그대로인데 또 자기를 부러움에 시기 질투하거나, 자기 생각과 말이 다 맞는데 그걸 받아들일만한 역량과 수준이 안되서 떠났다고 생각할거다. 그리곤 역시나 노는 물이 달라지면 거기랑 어울리는게 맞다고 믿을거다. 수십년동안 믿고 리스펙트하던 친구였는데 아쉽다. 타산지석 삼아서 나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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