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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Feb 28. 2021

스타트업 시장과 투자 관련 이런 저런 이야기

스타트업, 투자, 창업, 사업


패스파인더넷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복연 공동대표가 스타트업 시장과 투자 관련해서 본인의 SNS에 남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가져왔습니다. 스타트업 창업가나 스타트업 이해관계자들은 한번쯤은 읽어볼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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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알고 있는 질문이지만,

정부 지원사업이든 VC 미팅이든

“시장이 너무 작지 않나요?” 라는 질문이 나오면

대략 망한 것 맞다.

다만 사업이 망한게 아니라 지원금이나 투자유치가 망한거다. 투자 안받고도 성공한 기업 많고, 시장이 작아도 투자하는 투자자도 많다. (단, VC는 제외. 이 사람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도 자기 투자자에게 수익을 돌려줄 의무가 있어서다. 시장 규모가 나와야 후속 투자가 가능하니까)


대략

창업가/창업팀의 멋짐 >>> 시장 규모

정도가 되겠다.

때문에 시장이 아직 한국에 없거나 불분명하면

작은 성공 실적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게 맞다.

돈 없는데 어떻게 이 시기를 버티냐고?

그래서 차고에서 창업하는거다.

이 정도 각오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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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중심 창업이나 제조업 창업을 하려는 분들이 하는 흔한 실수 중에 하나가 성공을 한방에 하려고 하는 것이다.


돈먹는 하마라고 할 수 있는 AR/VR, 모빌리티 & 드론, AI 등의 창업은 필연적으로 사업화에 최소 2~3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신 그 기간 엄청난 자금이 소요된다. 이 긴 시간 제대로 된 매출이 없이 정부 지원금 등으로 버티려고 하면 창업자의 정신 상태도 망가지고, 팀원들의 의욕도 사라지며, 실제 빚쟁이가 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이 되면 악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는데, 바로 SI 외주다.


SI 나 개발, 디자인 등의 외주를 해주다보면 여기서 벌리는 돈은 딱 굶어죽지 않을 정도이고, 원래 하던 사업에 집중할 시간은 허락되지 않는다. 결국 창업가는 몇 년 지나면 그냥 외주 영업 따러 다니는 영업사원이 되고, 개발자 한 두명 남아서 무념무상으로 일하고, 애초에 꿈꿨던 사업은 저 세상으로.


그래서 큰 꿈을 꾸면 꿀수록 현실에서 적절한 캐쉬 또는 적절한 매출 기회를 만들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단, 이 단기 매출원은 원래 하려는 사업과 동떨어진, SI 같은 외주 일이면 절대 안되고, 하려는 사업과 직접 연계되지만 훨씬 프로토 타입이나 부분적인 기술만 사용하는 일이어야 한다.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싶다면 차를 만드는 것은 5년에 걸쳐 추진하고, 이와 별개로 IOT 센서를 개발해서 지금 당장 파는 식이라는 뜻이다.


물론 R&D만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돈없이 출발한 사업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이렇게 요소 요소 나눠서 판매를 하다보면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가고, 기술적 성숙도도 생겨서 나중에 크게 한판 해볼 수 있는 기반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해야 기술 인력들의 동기를 적절히 유지할 방안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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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조언자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가능성을 너무 잘라버리는 태도가 있는 건 항상 아쉬운 일이다. 최근 후배 하나가 500 스타트업 측의 멘토링을 받은 모양인데, 아래처럼 이야기 해준 모양이다.

(우리도 이제 BTS, 배그, 아자르처럼 아예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통해 “국내에서 그 정도 수요가 나올 시장이 있어요?” 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게 해줄 사업들이 대세를 이룰 때가 되어가는 듯 싶다. )


“저야 제대로 아는게 제 아이템 뿐이니까 그걸 기준으로 얘기하면 500에서는 올해 뭘 할건지, 어떤 일을 할건지, 당장 달성할 목표가 뭔지를 중심으로 서술할걸 요구하더라고요.

아이템 누군가는 쓸거같으니, MVP 어떻게 만들래? 너희가 잘 만들 수 있어? 만 엄청 따졌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국 시장 사이즈와 5년 프로젝션을 많이 보더라 하니 그건 어차피 우리가 좋은 시장 찾아주면 되고, 5년 뒤는 다 구란데 왜 그래야 하지? 되묻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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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들이 억울함을 토로하는 상황중에 한가지 좀 웃기는 경우가 아래 같은 경우다.


거의 비슷한 아이디어로 사업 시작을 하고 여기저기 IR 다니는데, 내 사업은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요'라고 까이고, 다른 사람은 '시장이 지금 비록 작지만 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하면서 지원금이나 투자를 받을 때.


하필 이럴 때 투자 받은 창업자의 백그라운드를 찾아보면 대체로 PE 출신이거나, 잘나가는 대기업 출신이거나, VC 심사역 출신이거나 M, B 등의 전략 컨설팅 출신이다. 투자한 VC도 뒤져보니 저 대표자와 학벌이나 전 회사 등의 인연으로 엮여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을 당하고 나면 '우리나라 이놈의 지연 학연 혈연, 정말 망조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학연, 혈연, 지연 등의 객관화할 수 없는 지표들, 그리고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기업의 투자 가치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태도 맞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투자자 역시 스타트업의 플레이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시장에 신뢰를 줄만한 다른 요소가 없는 상태의 아이디어보다는 그 아이디어의 사업화 과정에서 좀 더 유능한 사람, 좀 더 알려진 사람이 참여하고 도와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곳에 투자한다고 알려지는 투자자가 좀 더 좋은 평판을 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는 뜻이다. 물론 투자자의 가장 좋은 평판은 확실한 투자 성공 사례일테지만, 대부분의 심사역들이나 투자 운영사들 역시 이런 성공 사례는 드물다. 때문에 대박 경험이 없는 투자자가 산업 내에서 평판을 유지하려면 다른 투자자가 봐도 '납득'이 될만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예선 성적이 높거나 더 멋지게 생긴 운동 선수와 그렇지 않은 운동 선수 중 누구를 더 응원할 것인가와 유사한 질문이 되는 셈이다.


따라서 내가 가진게 없거나, 혹은 내가 전문성이 없는 분야에서 창업을 한다면 나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경쟁자와 피터지게 싸울 각오를 처음부터 해야 한다. 투자 못받고, 지원금 탈락하고, 좋은 직원을 빼앗기는 일은 내가 가진게 없다는 깨달음이 생길 때부터 인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창업은 고객의 마음만 사는 과정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부딪힐 수많은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포함한다. 특수부대원의 스나이퍼들은 한 장소에서 수십시간 동안 꼼짝도 하지 않는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옆 동네 스나이퍼는 1시간만에 목표를 제거하고 숙소에서 쉬겠지만, 내가 맡은 적이 찾기 어려운 적이라면 수십시간을 추위와 더위와 공포속에서 떨어야 한다. 그건 억울한게 아니라 원래 삶이란 그런거다. 분명 다음엔 내가 1시간만에 돌아오고 옆 동네 녀석이 3박4일 밤세울 때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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