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심사, 평가, 투자, 선발
1. 올해 스타트업 선발 심사에 연이어 참여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사업계획서를 대행업체나 유료 컨설팅 받아서 쓴 경우가 확연히 증가했다는거다. 심한 경우는 한곳에서 써준 여러 사업계획서가 동시에 서류나 발표심사에 나온다. 이제는 대략 어떤 업체에서 써 준 건지, 어떤 컨설팅을 받아서 썼는지, 어떤 커뮤니티에서 지원 받아 써 준 건지도 감이 올 정도다. 심사위원들이 바보도 아니고 경험이 풍부한 심사위원들은 다 안다. 일단 대신 써 준 사업계획서로 제출하거나 발표하는 자체가 불법이고, 심사위원들은 의심이 가면 Q&A때 간접 질문을 통해 최종 걸러내서 어떻게 할 지 논의한다. 그렇게 하는 스타트업이나 창업가치고 제대로 하는 경우 거의 없다는 것을 경험치로 알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본다. 제발 눈 가리고 아웅하지 않았으면 한다.
2. 2년여 전부터 자주 이야기했던대로 이야기했던 것이 확실히 현실화 되었음이 느껴진다. 스타트업 정부 지원 사업들 심사에 나가면, 어떤 단계 지원 프로그램이던 간에 중장년 창업가 지원이 확연히 늘었다. 스타트업 하면 당연히 청년 그리고 젊음을 상징하는 듯 했는데 말이다. 어찌보면 전세대 비중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점에서만 보면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자주 이야기했던대로 기업에서 중장년을 밀어낼 것이란 생각이 현실화 되어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명퇴나 퇴사로 밀려난 중장년이 스타트업 창업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청년 취업의 문제를 스타트업 창업으로 모는 것처럼 중장년 취업의 문제까지 스타트업 창업으로 몰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사업아이템 들으면서 내가 심사자만 아니었다면 쫓아다니면서 말리고 싶은 퇴사자나 퇴사예정 중장년 예비창업가나 초기창업가가 많더라... 청년과 마찬가지로 중장년도 스타트업 창업이 취업의 대안이 아니다. 나라에서 이런 분위기 만들어 눈 먼 돈 퍼붓는 거 보고 있자면 그저 갑갑할 뿐이다.
3. 고객니즈와 문제제기까지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시장과 해결책이 무엇인가다. 니가 하고 싶은 건 그냥 니 돈으로 취미로 해라, 세금낭비 말고! 오랜만에 예비창업가 대상 심사 평가를 하루종일 이틀 연속했더니 힘드네. 스타트업 예비창업가 평가위원은 극한직업이다.
4. 내가 스타트업 심사할 때 제일 싫어하는 것이자 의심 가면 악착같이 끝까지 파서 걸러내버리는 것이 사람이나 기업 간 ‘특수목적 관계’로 얽혀있는 스타트업이다. 정부돈 타내려고 바지사장 세우거나, 지원금을 다른 회사 매출을 일으키는 목적으로 쓰거나, 기술이나 사업아이템 돌려막기 하거나, 이런 저런 목적과 방법으로 한마디로 ‘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하려는 수단으로 스타트업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제 오늘 심사 하면서도 모두 걸러냈다. 속이 다 시원하다!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