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수단, 리뷰, 써치, 장동윤, 크리스탈
써치, 하아- 한숨 밖에 안나온다. 호기로운 시작에 비해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엉망이 되는데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기도 힘들겠다. 보면서 예전에 봤던 영화 무수단(2016)이 떠올라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무수단 시나리오 쓰고 감독한 사람이 스토리와 각본을 맡았다. 영화 무수단도 흥미로운 소재로 호기롭게 시작해서는 중반 이후 엉망진창이 되었었는데, 써치도 똑같다. 무수단 이후 4년이 지나 2020년에 만들었으면 최소한 무수단의 단점이라도 극복했어야 하는데, 단점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드라마 시리즈로 가서 런닝타임이 더 길어진만큼 단점이 더더욱 도드라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소재를 다룰 때 중요한 점은 비현실적인 설정을 리얼하게 그리기 위해서 설정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매우 꼼꼼하고 현실성 있게 다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현실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데, 핵심 스토리만 미리 결정해두고 거기에 맞춰서 스토리 전개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떠오르는대로 쓴 것 같다. 설명이 애매하면 군대니까 원래 그렇다고 넘기고 정작 작가가 군대를 갔다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표면적인 군대 선입견으로만 이야기한다. 더 큰 문제는 군대라서 그렇다면서 정작 디테일 하나하나와 캐릭터들의 말과 행동은 군대답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보는내내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나 캐릭터 행동이 “왜?”라는 질문이 연이어 떠오르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못한다. 그 수많은 예시 중 하나는 크리스탈이 연기한 캐릭터는 오프닝과 달리 유야무야 되어버리고 정작 중요한 밑밥들은 캐릭터들의 뜬금없는 설명조 대사로 끝내버린다.
캐릭터들은 극도로 단순화되어 평면적이거나, 입체적으로 표현해야 할 캐릭터들은 캐릭터 일관성을 잃어서 공감을 얻기가 어렵다.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들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아우라 있는 배우들로 화려하게 캐스팅을 구성했지만 이런 배우들조차도 써치를 구제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이 정도로 엉망인 스토리와 각본이면 베테랑 연기파 장인들이 와도 구제불능이다. 오죽하면 주인공마저도 비호감으로 느껴지게 만들까? 배우들조차도 후반부 가면서 자기들도 납득이 안되는지 연기 몰입이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8회 이후 집중불가다. 후반부에 와서는 그나마 가는 끈으로라도 유지 되면 감정선도 캐릭터도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널뛰는 스토리와 캐릭터는 2000년대 초기 옛날 아침드라마 전개 뺨 친다. 요즘 아침 드라마도 이렇게 뜬금 없지는 않다. 거기에 매주 방영되다보니 한국 드라마 특유의 호흡까지 가져가는데, 앞서 방영된 이야기를 몰라도 볼 수 있게끔 하다보니 매회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한꺼번에 정주행하면 훨씬 더 지루하다. 반복되는 부분 다 빼면 10회 분량이 극단적으로 6회 정도로 추려지지 않을까 싶다. 8회 이후부터는 틀어놓고 한참 딴 짓을 해도 아직 안끝났어 라는 생각이 든다. '혹시나'하는 일말의 기대감도 없이 봐도 말이다.
무수단 때도 가장 말이 많았던 특수촬영 부분은... 할 말 없다.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재능있는 저런 배우들과 제작비 가지고 저렇게 밖에 안되나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아무리 인연이 우연이라지만 백만분의 일 확율로 캐릭터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것도 웃기고, 잊지 않고 신파까지 넣으면서도 벌려놓은 이야기들도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마무리도 어설프다. 각 캐릭터가 갖고 있는 개별 이야기들과 그로인한 캐릭터 간의 충돌만 제대로 그렸어도 재미있었을텐데 말이다. 한마디로 올드하다 못해 구리다. 너무 구리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점은 이거다. 1,2회에 이미 스토리가 끝까지 예상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소재의 힘만으로는 이야기를 끌고 나갈 수 없다는 진리를 재확인시켜준다. 딱 내 취향을 저격하는 소재와 설정, 영화 퀄러티를 보여줘왔던 ocn의 드라마틱 시네마에 대한 믿음, 거기에 매력적인 젊은 배우로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장동윤과 크리스탈 때문에 보기 시작했는데, 후반부는 정말 의리 하나로 버텼다. 내 인내심 테스트와 수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숙해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