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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30. 2022

스타트업 트렌드 조짐, 이것저것

스타트업, 트렌드, 사업, 창업

#1.

작년부터 간간히 보이는 스타트업 바닥의 흥미로운 현상은 갑자기 듣보잡 스타트업이 훅 튀어나와서 시장진입이나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것이다. 보통 스타트업 성장 단계 기준으로는 한 스타트업이 예비나 극초기 단계에 나타나서 조금씩 존재감이 드러내면서 서바이벌 경쟁 체제 속에서 한단계씩 올라가며 인지를 더해가게 된다. 즉, 전혀 들어보지 못한 스타트업이 갑자기 튀어나는 일이 많지 않은데, 작년부터 유독 그런 일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다크호스가 등장해서 판을 흔드는 것인데, 같은 레이스를 뛰다가 갑자기 실력을 발휘하는 경우 보다는 다른 형태로(?) 만들어져서 그야말로 훅 들어오는 일이 더 많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봐야하는가 싶기도 하다. 스타트업 성장 방식이 점차 고정되고 안정화되면서 검증이 되고 나니 이를 이용하는 스타트업 내외부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타트업 투자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더 골치 아프게 만들 것 같다. 스타트업 서칭과 투자 대상 선정 과정의 복잡도가 더 높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2.

그야말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전쟁이다. 성인 대상 교육업에서 벌어졌던 상황이 커뮤니티나 플랫폼 스타트업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었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난리다. 사업 속성상 벌어질 일이 온 것 뿐이다. 


5년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콘텐츠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마케팅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 한 때 최대 10여개 이상의 커뮤니티와 플랫폼 업체에 우리 회사와 개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했었다. 보통 전문가 기고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지금은 우리 회사와 내 개인 채널을 제외하고 외부 기고나 콘텐츠 제공은 최소화해서 움직이고 있다. 2년전부터 기존에 제공하던 곳들과의 계약을 하나 둘 종료하고 새롭게 제공할 곳들은 아주 까다롭게 고르고 왠만한 곳들은 거절하고 있다. 최근 리멤버가 대규모 투자 유치를 마무리 짓고 리멤버 인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매우 적극적인데 내부 검토후 거절했다. 지금은 거의 모두 없애고 공식적으로는 패션포스트, IT동아, DBR, 커리어리 정도만 콘텐츠를 제공한다. 


귀한 경험과 지식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 받지 못하고 무료나 헐값으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지만, 2년 전까지는 인지도 확보와 콘텐츠 반응 DB를 쌓기 위해 조금이라도 타겟고객과 연관이 있으면 들어갔었다. 그 이후 어느 정도 인지도도 쌓이고 특정 주제와 분야에 대한 온라인 검색 커버리지를 확보하고 콘텐츠 반응 기반 노하우를 쌓은 후, 아주 까다로운 내부 조건과 기준에 맞지 않으면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게 되었다. 인지도 보다는 신뢰도, 세밀하게 타겟팅된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우선시 하면서 콘텐츠 자체의 가치를 높이고 콘텐츠와 연계된 다른 사업모델들의 가치를 동반 상승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고객은 자신이 돈이나 시간을 들인만큼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한다. 덕분에 매출과 수익율은 훨씬 더 좋아졌다.



#3.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다보면 고객 Needs 기반 사업아이템과 모델 도출의 한계점이 보인다. 고객 Needs가 시작점은 분명히 맞지만 그것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사업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반드시 필요한 제품, 서비스가 아니라 '있으면 더 좋은 제품, 서비스', 없어도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지만 생활과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 역시 고객 Needs에서 나타나는데 있으면 좋다가 지갑을 열 확율은 낮다. 정확하게는 낮다는 의미 보다는 '모 아니면 도' 확율이 높다. 


최근 몇년 동안 나오는 스타트업 사업아이디어와 사업아이템의 절대 다수가 있으면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들이다. 벤쳐붐과 스타트업붐이 각각 수년 이상 지속되면서 나올만한 것들은 이미 다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들을 멘토링하거나 어드바이징, 컨설팅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고객이 필요하다고 하고 구매의향이 높아도 정말 구매로 연결시키기가 훨씬 더 까다롭다.


있으면 좋은 제품, 서비스들은 철저히 고객의 소득 수준과 취향에 관련이 있다. 소득과 취향 중 하나로 결정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보통 높은 소득 수준의 구매력이 개인의 취향과 만났을 때 사업을 영위할만한 시장 사이즈가 나온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고소득 소비를 맞춰줄만한 브랜드와 디테일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 취향에 촛점을 맞추게 되는데, 취향만으로 승부수를 거니 시장도 작고 고객 요구치는 까다롭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취향이나 신념 기반 소비는 고객이 겉으로 말하는 것과 실제 소비 사이의 괴리가 매우 크다. 취향과 신념 자체가 각 개인의 자기탐구 보다는 공동체 문화와 유행을 통해서 자기 취향과 신념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면도 크다. 


우리나라의 GDP 3만불 시대는 독특한 구석이 있다. 지금까지 3만불에 돌입한 국가들에서 보여진 트렌드와는 홀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대표적인 GDP 3만불 지표로 여겨지는 요트 취미와 소유 트렌드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 3만불은 숫자상 3만불이지 빈부격차가 극도로 벌어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취향에 맞춘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게 아니라, 비싸고 구하기 어렵고 극도의 품질과 디테일을 가진 소량 생산 프리미엄급 제품, 서비스와 예전보다도 더욱 더 규격화되어 대량 생산된 싼 제품과 서비스로 양분화되어 버렸다. 



#4.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나 심사에서 만났었거나 일면식도 없지만 절실함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예비와 초기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그런 창업가라면 왠만해서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나는데, 요즘 일정도 여유로운 편이라서 다 만나고 있다. 만난다고 내가 얻는 것도 없고 오히려 시간을 투입하는 일이고 더구나 이상한(?) 인간들 만나서 감정과 에너지 소모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타트업 육성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책임감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한다. 


아무튼 최근 몇명의 창업가를 만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시장과 고객을 최접점에서 만나면서 사업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어떤 트렌드의(?) 변화 조짐과 새롭게 나타나는 변주가 느껴졌다. 현재 트렌드 안에서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업들이 박 터지게 싸우고 있고 그래서 스타트업 바닥에서는 한물 간 사업아이템 키워드인데, 그 다음 단계 그림이 보이는거다. 아직 가설 검증 단계이기는 하지만 현재 각각 느낌도 좋고. 그래서 그 트렌드 방향성에 맞춰서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을 피봇팅해줬다. 한 곳은 이미 피봇팅한 걸로 다시 재검증에 들어갔다. 


이미 나올만한 것들이 다 나와서 중대형화와 스케일업에 촛점이 옮겨간 상황에서 트렌드변화로 게임의 판이 바뀔 때 새로운 사업아이템들과 스타트업들이 나온다. 촉이 온 그대로, 느낌 그대로 성공적으로 런칭도 성공해서 모두 Next Trend 선점으로 넥스트 스타트업들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당분간 계속 관찰하고 케어할 생각이다. 지금 개인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곳들도 이런 식으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사업아이템 부분 피봇팅 혹은 피봇팅하면서 발굴한 곳들로 지금까지 살아남아서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5.

오리지널 콘텐츠나 기술, 오리지널 사업모델, 실버 대상 사업아이템, 제조 중심 사업아이템처럼 내가 스타트업 바닥에서 꾸준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거다. 


AI다, Data다 말도 많고 핫하기도 한데, 여기서 내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오프라인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가공할 수 있을까다. 


기술을 아무리 발전 시켜도, 온라인 데이터를 아무리 모아도,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일을 커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수는 오프라인 데이터 수집과 확보에 있다고 생각한다. 오프라인이 빠지면 무슨 짓을 해봤자 결국 반쪽짜리에 머물고 그건 별로 의미가 없다.



#6.

며칠동안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어서 돌아가지 않게 만들 정도로 여기저기 사방팔방 다 돈돈돈 돈 이야기 뿐이어서 도대체 이 분위기가 뭔가 싶었다. 그래서 며칠간 눈과 귀를 막았었다. 당장 성인 대상 교육업만 봐도 이제는 원래 그렇게 하지 않았던 곳들까지도 다 돈 주제에 뛰어들었다. 온라인을 넘어 가장 트렌드 후반에 반응하는 공중파TV까지도 돈이 장악했다. 교양프로에서 예능까지 들어왔다는 건 이제 갈데까지 갔다는 의미다. 


이것도 올해 중반이면 조금씩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돈이 풀릴 때야 일 대신 투자라 말하고 사실상 투기가 성공 케이스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니 우르르 몰려갈만한 동인이 되지만, 풀린 돈을 거두기 시작하면 극히 일부 빼고는 수익율이 엉망진창이 되고 무조건 돈 벌게 해주겠다는 투기 상품에 대한 안좋은 경험들이 쌓여서 슬슬 피하게 될테니 말이다. 그 때가 되면 다시 일과 노동에 대해 싫던 좋던 다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되고 돈돈돈하는 말이 줄어들 것이다. 


#7.

올해 개인적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는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미국발로 시작된 '대퇴사 시대'다. 올해를 예상한 트렌드책들에는 안나와있다, 이미 자리 잡고 나서 내년도인 2023년 트렌드 키워드라고 뒷북을 치겠지~ 아무튼 나도 퇴사 5번은 했으니 말할 자격은 있을 듯하다. 미국식 대퇴사 시대가 아니라 역시나 수입되어온 다른 키워드들처럼, 욜로와 파이어족처럼, 한국식 대퇴사 시대로 재해석될 것이다. 



어쨌든 인류 역사상, 아니 우리나라 역사상 이 정도로 돈 자체가 목적이 되고 일의 가치가 가장 무시되는 시대가 있었나 싶다. 옛날부터 원래 직장인들은 월급 이외의 수입에 대한 것이 주된 관심사 중 하나였지만, 일을 중심에 두지 않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돈이 목적이 되는 이 시대적 관심사와 대퇴사 시대 트렌드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에 대한 예상을 하나하나 정리해갈 생각이다. 


지난주 앞으로 성공할 사업아이템의 과제로 이야기했던 새로운 형태로 복원될 인간관계의 모습과 개별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와 탐구 욕망까지 큰 맥락하에서 앞서 말한 것들과 더해서 생각하면 꽤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은 돈을 많이 벌 것이다.



#8.

점점 배달비는 올라서 배달 시키기 두려워지고, 점점 호출비용도 올라가는데 피크타임 상관 없이 택시 부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점점 확대되어가는 프랜차이즈 무인주문과 무인픽업 시스템은 시간과 불편함만 더해가고... 


예전 과거에 배달비도 쌌지만 식당 업주와 고객 모두 한쪽은 돈을 벌고 한쪽은 돈을 아끼며 윈윈 관계였고, 피크타임에 몇몇 장소 제외하고 더 싼 값에 택시 잡기도 편했고, 사람이 주문 받고 음식 줄 때까지 시간도 짧고 훨씬 편했다.


라이프스타일과 생태계를 바꿨지만 기존의 삶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면, 그것을 과연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9.

카카오뱅크 주가는 예상대로 반년만에 딱 절반으로 반토막~ 리얼월드 가치로 수렴했다. 생각보다 몇개월 빠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스타트업이 상장하면 평균 리얼월드의 2배 가치로 초기에 시작하는데, 지속적으로 말해왔듯이 올해부터는 만만치 않을 듯 싶다. 돈잔치가 끝나간다.


#10.

내가 예상하는 향후 가장 성공적인 사업아이템은 코로나 이후 끊어진 인간관계에 대해 새로운 형태로 복원하고, 역시나 코로나가 가져온 개별 주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탐구를 향한 관심을 새로운 형태로 풀어내는 것이 될 것이다.


#11.

내 관심사는 언제나 오리지널 콘텐츠, 오리지널 데이터, 오리지널 제품이었다. 사업모델도 유행을 타는 대변혁의 시기일 수록 보다 본질적인 부분이 결국에는 가장 필요한 것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생각 때문이다. 당연히 이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하나 둘 이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느끼고 확인하고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 자체는 별의미가 없다. 기술을 활용해서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기술을 돌리고 활용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이 오리지널 콘텐츠, 오리지널 데이터, 오리지널 제품이다. 


데이터와 콘텐츠는 이미 시작 되었고, 이는 곧 제품까지도 확장될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데이터 확보 전쟁은 시작되었고, 이제는 이를 갖고 있는 곳들이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오버하면 지금은 공돌이 세상이지만, 다시 몇년 뒤면 문돌이 세상이 될거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12.

나라에서 스타트업 육성하겠다고 키워드 발표한 걸 보니 올해도 역시나 제조 스타트업은 찬밥 신세가 될 듯하다. 해외에서 가능성 있다고 초대 받아도 샘플 보내고 현지 딜러와 공동 마케팅할 비용이 없어서 포기하는 일도 잦다. 코로나로 현재 물류비용만도 10배가 되었다. 기업가치는 매우 낮게 평가 받는데 그나마도 투자 유치가 어렵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다 뭐다 그래도 결국 가장 많이 채용하고 경제를 단단히 만들 수 있는 근간이 제조업인데, 이렇게까지나 찬밥 신세 받은 적이 있는지, 이렇게까지 홀대하는 해외 선진국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조 스타트업 창업가와 대표들 만나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신경 쓰지 말고 묵묵히 가면 느릴지는 몰라도 결국 더 단단한 사업이 될거라고 말이다. 하도 분위기가 괴이하게 흘러가니 투자자나 투자사 만났을 때 "그거 대기업이나 누군가가 돈 좀 쓰면 쉽게 만들 수 있는거 아닌가요? 중국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구요"라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한단다. 그 말 듣고 완전 침울해진 창업가에게 그건 제조나 테크를 안해보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 무시하라고 말한다. 제조 스타트업의 진입장벽과 노하우는 아무리 단순하고 쉬워보여도 그 제품 자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쉽게 카피할 수 없다. 무식한 사람들이 맨날 페이퍼나 끄적거리면서 몇줄 쓸 때나 그렇게 보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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