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 돈, 성인교육
조만간 B2C 서비스 오픈도 앞두고 있고 오랜만에 시장과 고객 성향이 어떤지 깊게 살펴보고 싶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게 해주겠다는 돈 콘텐츠에 얼마전 펀딩을 해서 그 비법을 받아 다 읽어보았다.
요즘 흔하디 흔한 주제인데, 최근 몇년동안 성인 교육(?) 시장을 강타해온 돈 관련 모든 핫한 키워드의 총합체라 이거 하나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펀딩이 대성공했다. 1,500여명에 1억 3천만원 매출이 발생했더군~ 잘 골랐다! ㅋㅋㅋ
예상대로 예전에 이런 콘텐츠 유행이 시작되었을 때 짚었던 문제점이 여전히 그대로 담겨있더라~ 그런 문제점들 때문에 교육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1. 극적인 스토리라인이 먼저 시선을 끈다. 스토리텔링에서 항상 먹히는 소위 히어로 스토리가 반영되어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영웅으로서 콘텐츠를 만든 사람이 직접 자신을 드러내며 굉장히 어렵고 힘들게 살았지만 어떤 계기로 각성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고 지금은 성공했다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다.
호칭이나 외모, 인생 루트상 변화 등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2030 젊은 친구들을 타겟으로 하면서 같은 또래나 동생이지만 먼저 성공한(?) 부러운 친구로 포지셔닝하거나 나이가 많으면 워너비 모델로 포지셔닝한다. 그러다보니 화려하거나 멋진 외모, 아니면 비싼 물건 소유나 통장 인증이 필수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 자유를 얻으려면 플렉스 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플렉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 그리고 나는 지금 이미 성공을 했지만 예전에 자기 모습이 겹치는 현재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컨설팅(?)을 하게 되었단다. 그러면 그냥 공짜로 해주지 왜 큰 돈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얻어가는 거 대비 정말 싼 값에 봉사활동 하듯이 말한다. 이 자체가 자기가 돈 버는 방식 중 하나지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거나, 이 자체를 독자들이 참고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케이스로 삼는다.
3. 이거 나만의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야해 심리를 이용하면서, 커뮤니티의 이름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간다. 다단계와 사이비 종교 포교 방식이다. 그렇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해서 어느 정도 사람이 많이 모이면 줄서는 복권집 효과가 발생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확율적으로 당연히 그 중에서 잘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이들이 간증을 하는 역할을 하고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4. 쉽게 빨리 당장 효과를 보고 싶은, 그렇게 돈 벌고 싶은 사람들을 자극한다. 콘텐츠 스타일은 수많은 콘텐츠를 짜집기해서 구성하고 거기에 콘텐츠 제공자의 개인 노하우(?)를 더해서 새로운(?) 이론이나 방법론으로 그럴 듯한 이름을 붙인다. 마치 공부 잘하는 전교 1등의 공부 비법 노트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곳곳에 그 근거와 성과를 앞뒤로 붙인다. 굉장히 개인적으로 맞춤형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렇게만 하면 당장 부자가 될 것 같이 말이다.
5. 전체적으로는 에세이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는 스스로를 성공한 케이스로 풀어가면서 간증하며 보여줘야 하다보니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읽기 편하고 내용을 쉽게 정리해서 풀어내면서도 부담없이 느껴지게 만드는 강점이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더욱 신뢰를 갖게 된다.
거기에 독한 말과 어조는 필수다. 소위 꼰대 말투인데, 꼰대 말투가 싫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신봉하는 사람이 꼰대 말투로 강하게 때리면 그건 괜찮다고 느끼는 요즘 사람들의 이중성에서 기인한다. 그렇게 말할 수록 오히려 더 믿고 열광한다.
6. 비법을 몰래 가르쳐주는 것처럼 사람들을 모았지만, 당연한 이야기들이 중심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중심축들은 모두 경제나 투자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마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입문용으로 유효하고, 많은 잔스킬들이 결국 돈을 벌어주는 비법들이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라는 신뢰를 더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이렇게 똑같이 쫓아해도 안되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구실 역할도 한다.
7. '경제적 자유'라 말하면서 저절로 돈이 들어올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찬찬히 보면 은근히 많은 노력,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다. 그렇게 해서 어느 수준을 넘기면 알아서 돈이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나 속을 들여다보면 숨겨져있는 일거리가 엄청 많다. 어디 속해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노예라 칭하며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결코 일량이 적지 않다. 경제적 자유라 말하고 고정수입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정도를 보여준다. 저 정도 시간과 에너지 쏟으며 노력하면 굳이 저거 안해도 뭘해도 성공한다.
8. 성공하면 자기가 제공한 비법 덕분이고, 실패하면 전적으로 노력하지 않은 본인 책임으로 돌린다. 결국 콘텐츠 제공자는 어떤 경우에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있다. 이 부분 때문에 이런 콘텐츠들을 내가 교육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교육은 참여한 사람들 전체를 각각 정도는 다르지만 교육 전과 후 더 발전, 성장시켜야 하며, 교육 효과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피교육자에게 전가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들의 특성은 안되면 자기가 준 비법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니가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다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심하지 마라, 안되면 될 때까지 더 노력하라, 니가 믿음과 노력이 모자라서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고 간증한 사람들과 함께 분위기를 조성해놓았다.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드는 형태로 점점 더 멘탈을 망가뜨리는 정말 최악의 설계다.
9. 더구나 불법이나 탈법 등 해서는 안될 일들을 부자들은 다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며 그렇게 하라고 한다. 정규교육을 받거나 취업해서 직장생활을 하거나 정직하게 하라는대로 하면서 사는 것은 돈 많은 부자들이 자기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틀이기 때문에 그것을 깨고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법인 차려서 법인카드로 생활비까지 다 쓰라고 한다. 남의 사업모델이나 서비스, 제품 카피해라, 남의 책이나 콘텐츠 짜집기해서 팔아라 등등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10. 자기 비법에 의심을 품거나 반하는 말을 하면 무조건 막는다. 그것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을 내보내거나 말도 안되는 논리로 눌러버리며 군중심리를 이용한다. 오프라인이던 온라인이던 그런 의견이 보이면 차단하거나 명예회손으로 신고한다. 비법이 모든 것의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법 자체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악착같이 막는다.
어떤 부분에서 어떤 요소로 왜 2030들을 홀려서 큰 돈을 버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확인하기 위해 7만원 돈 넘는 돈을 쓴게 아깝기는 하지만, 리서치 비용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이런 콘텐츠들 뿐 아니라 2030 거기에 40세대도 포함해서 크던 작던 중요하던 사소하던 자기가 갖고 있는 유무형의 것들을 파는데 익숙한데, 파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채우느냐가 평생 밥벌이하고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는 부자가 되기에는 더욱 중요하다. 지금 팔고 있는 것들을 전문성이라고 표현한다면, 전문성은 계속 일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사업화하지 않는 이상 퇴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닭꼬치에서 꼬치 하나씩 빼먹는 꼴이다. 다 빼먹으면 자신은 껍질 밖에 안남는다. 주식 부자, 코인 부자, 부동산 부자라 말할만한 사람은 극소수이고, 현실에는 다른 거 할 능력이 없어서 거기에만 목숨 걸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부가가치가 더해지는 산업이 아니고 제로썸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누군가 돈을 많이 번 만큼 누군가는 잃는게 정상이다.
성인 교육 시장이나 투자 시장, 하다 못해 스타트업 육성업 시장까지 돈과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이런 일이 흔하다. 절박한 사람들과 쉽게 돈 벌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들은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인류 역사상 언제나 그랬듯이 '클래식한 수법'들이 잘 먹힌다. 그런 사람들 지갑을 터는 충분히 검증된 공식이다. 절박해서던, 욕심이 앞서서던 성인이 자기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관심 가질 필요도 없지만 책임 지어줄 필요도 없다. 다만 제발 '교육'이라고 앞세우진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