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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06. 2022

기술을 위한 기술은 최악의 선택이다

스타트업, 테크, 시장, 고객, 사업, 창업


스타트업 사업아이템 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형태는 '기술을 위한 기술'을 적용해서 아무짝에 쓸모없는 제품과 서비스들이다. 예비나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가나 창업멤버들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 만들다가 벌어지는 일이지만, 그 단계 이후에도 쉽게 벌어진다. 투자금도 유치하고 덩치도 키워가면서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질까 싶겠지만, 비중으로 보면 오히려 그 앞단 보다도 더 많을 수도 있다. 


투자를 통해 혹은 시장런칭을 통해 자기 기술이나 초기 제품, 서비스를 인정 받고 나면, 함정에 빠진다. 많이 오버스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작은 성공 방정식이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가진 강력한 기술력이라 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이것들이, 자기 사업아이템 고유의 강점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필요한 시장이나 메인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과감히 놓아버리거나 아니면 다른 시장을 다시 찾아야 하는데 이미 생각이 갇혀버려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어떻게 해서든 시장핏을 맞춰야만 하는데 말이다. 


그러다보니 자기 강점을 굳이 억지로 적용해서 만들기 시작하고, 결국 나오는 제품과 서비스가 굳이 필요할까 싶은 것들이거나, 쉬운 문제를 굳이 기술을 써서 어렵게 푸는 것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그냥 거울 보고 쉽게 바른 자세를 잡아 운동할 수 있는 경우에도 '굳이' 스마트폰이나 PC 카메라, 웨어러블 기기를 작동시켜서 제대로 운동하고 있는지 온갖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돈까지 요구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거다. 조금 더 정확하게 봐준다고 운동효과가 극적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 내심 속으로는 사용자 신체와 운동 데이터까지 쌓고 싶다보니 그런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시장과 고객은 그런데 속을 정도로 호구가 아니다. 


조금 더 좋은 것 정도로는 고객은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꾸지 않는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효율성을 넘어서지 않으면 관심이 돈으로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다들 많이 익숙한 QR코드도 코로나 전까지는 QR코드를 활용한 사업아이템 모두가 처절하게 망했다. 코로나 때문에 억지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에 몰려서 QR코드 사용에 익숙해지게 되고 이제야 QR코드를 활용한 사업아이템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는 일의 속성상 이런 제품과 서비스를 자주 볼 수 밖에 없는데 볼 때마다 참 뭐라 할 말이 없다. 시장과 고객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사업아이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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