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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25. 2022

한달동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정말 개고생했다

허리, 나이, 노화, 현실, 건강


에누리 없이 딱 한달이다. 지난 한달동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정말 개고생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두번 허리가 삐끗했던 적도 있었고 순간 걷지 못할 정도였던 적도 있었지만, 2주면 아무일 없었던 듯 나았었다. 


허리 아프다고 말도 꺼내기 민망한 상황이었다. 운동하다가 혹은 차라리 넘어져서 그랬다고 하면 이해라도 될 마당에 평소와 다름 없이 재택근무 하면서 뒷쪽에 있는 프린터기 쓰려고 몸을 확 돌렸다가 허리 왼편 근육에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다. 순간 'X됐다'라는 생각이 스쳤다. 당장 아프지는 않는데, 이거 큰 일 났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이게 딱 그랬다. 그리고 촉이 온대로 허리가 완전 맛이 갔다. 전혀 힘도 안들어가고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찢어지는 듯 아파서 절로 비명이 나왔다. 쪽 팔려서 어디다 말도 못하고 최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 정도에게만 말했다. 움직일 때마다 너무 아파서 숨길 수가 없는 상황이라 상대방이 오해할까봐 말이다.


그렇게 한달을 보냈다. 다행히도 허리 뼈가 아니라 근육이 아픈거라 시간의 문제지 낫는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그건 생각대로였다. 하지만 정작 큰 문제는 허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았던 것까지는 각오한 바였는데, 허리가 아프니 걷는 것부터 간단히 움직이는 것도 어렵고, 몸은 더 굳고 움직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허리힘을 못쓰니 힘을 제대로 못받아서 몸의 다른 곳들이 덩달아 아파지고, 곳곳 근육이 아프니 자다가 아파서 여러번 깨다보니 잠도 푹 못자고, 그러다보니 잠 못자서 여기저기 상태는 계속 엉망진창이고, 점차 소화도 안되고 머리도 아프고, 몸도 아프고 머리는 무겁고 매일매일이 컨디션 최악이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되어 있던 일들도 다 못하고 급한거 중심으로 먼저 챙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야 거의 다 나았다. 아직 완치는 며칠 더 필요할 듯 싶고 완전 깨져버린 신체 균형이 다시 잡힐려면 조금 더 걸리겠지만, 조금씩 일도 원래대로 잡아가야겠다. 원래 내 외모나 분위기상 어렸을 때부터 어디 죽을 듯이 아파도 사람들이 아픈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누군가 알아주길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독립해서 혼자 살고서는 처음 겪은 일이라 앞으로 아플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거기에 지금까지 수십년동안 몸뚱이 하나 믿고 산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 더이상 철없이 팔팔하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이인양 착각하지 말고 이제는 만만치 않은 내 나이와 더럽고 냄새나고 비루한 약해빠진 몸뚱이를 냉정하게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살아야겠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인정해야만 한다.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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