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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11. 2022

어느 이상한(?)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스타트업,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적투자, 협업

한 유명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멘토링을 맡고 있는데,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서브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이야기 나누다가 그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되었다. 


국내외에서 알아주는 굴지의 대기업에서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지원을 하겠다면서 만든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데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이미 다른 루트를 통해 지난 수년 안좋은 이야기를 들어오기는 했지만, 현재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겪으니 예상보다도 더 상태가 심각했다. 그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부자들을 만났었을 때 자기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오만에 가까운 자평을 들으며 어이가 없었고, 평소 잘아는 기업이라 내부 조직분위기와 관리, 운영 스타일로 봤을 때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심해왔다. 뭐 일단 홍보자리가 아닌 상황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모르는 기업 담당자들이라면 그간의 경험상 깊게 볼 필요도 없다. 여기 뿐 아니라 또다른 굴지의 대기업 중 하나로 실컷 삽질 하다가 결국 대대적으로 엎고 새로 시작한 곳도 겹친다. 어찌 되었던...


오픈이노베이션의 핵심 중 하나는 기업 내부의 요구치와 스타트업이 제공가능한 역량을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제대로 연결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미 몇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렇다보니 프리시리즈A를 받은 스타트업이 시리즈A 투자를 받는 것보다 오픈이노베이션 협업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게 더 어렵다.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는 상황으로 균형이 깨지면 좋은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도 민감하고 섬세하게 접근하면서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게 오픈이노베이션이다. 과정상 언제든 깨질 수 있는게 당연하기도 하고 깨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수요기업과 스타트업이 각자 이해관계를 치밀하게 계산하되 적극적으로 임해야만 하기도 하다. 한마디로 단순히 수요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게 끝이 아니다. 진짜 일은 그 다음에 시작된다.


멘토링하고 있는 딥테크 스타트업이 그 오픈이노베이션에 선발 되었을 때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해당기술을 적용하기 어렵고 적용해도 사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협업 프로젝트를 하도록 억지로 강요받고 있단다. 이 문제를 해당기업 담당자와 프로그램 운영담당자에게 이야기했더니 기업내에서 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관심 있는 부서가 그 곳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거기랑만 해야 한다고 그 부서에서 원하는 것들을 최대한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위해서, 해당부서는 자기들이 당장 필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갑을관계도 아닌데 기업의 네임밸류를 앞세워 말도 안되는 협업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진행시키고 있었다. 원래도 갑을관계가 습관된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이라 걱정했는데, 그 습관이 어딜 가겠나 싶었다.



신한 오픈이노베이션을 첫 제안부터 설계, 실행까지 4년째 하고 있고 수많은 기업들과 사내 스타트업과 오픈이노베이션, 어드바이징과 컨설팅까지 Corporate Venturing만 6년째 하고 있는 입장에서 수요기업과 스타트업 각각, 혹은 양쪽이 함께 하는 등 여러가지 형태의 조합이 성과나 시너지를 내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매번 매순간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진행하고 있는데, 깊은 고민 없이 보여주기식으로 저렇게 엉망으로 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혹은 우리가 더 잘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최소한 항상 고민하면서 보여주기식 보다는 진정 도움이 되고 성과가 나는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고 실행하고 반영하고 있다는 부족함에 대한 솔직함만은 당당하다는 의미다.


아무튼 올해말까지 육성해야 하는 스타트업인데 이 황당하고 쓸데없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때문에 사업진행이 영향을 받고 있어서 일단 그 협업프로젝트가 사업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딱 면피 수준으로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멘토링하고 실제 사업화 쪽 멘토링을 깊게 했다. 기술이 워낙 좋아서 별 걱정은 안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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