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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12. 2022

스타트업 멘토링은 극한 3D 서비스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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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하는 일이 스타트업 멘토링(코칭, 컨설팅, 어드바이징, 자문과 고문 등 여러가지로 불리우기도 한다. 물론 역할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이고 7년째 하다보니 이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정 영역에 전문성이나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스타트업 멘토나 자문이 되고 싶어하는데, 남이 하는 일에 적당히 훈수 두면서 쉽게 돈 버는 것처럼 생각하고 접근하는 사람도 몇몇 있다. 


스타트업한다는 사람들에게 잔소리하는게 일이니 특별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상상하는 것과 달리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쉽게 버는 것도 아니다. 스타트업 멘토라는 일 자체를 위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고 어떤 경험을 쌓으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등등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 일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자신이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부족한 역량을 갖추는게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 그건 직접 몸으로 부딪혀서 겪어보기 전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공감할 수 있는 다른 부분에 대해 살짝 말하면, 이 일은 의외로 감정 소모와 에너지 소모가 많은 극한 3D 서비스업이다.


1. 예전에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스타트업 멘토는 스타트업 산업에서 최하류층 취급을 받는다. 멘토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달리 사람들이 리스펙트하면서 멘토 이야기에 귀 기울여줄 거라고 생각하면 대단한 착각이다.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의 최고 관심사는 '투자 유치'며, 스타트업 이해관계자 대부분 역시 '투자'를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스타트업 멘토링이나 교육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받고 싶어서보다는 투자나 지원을 받기 위해 받아야만 하는 것들이다 보니 억지로 시간을 때워야 하는 귀찮은 일이다. 멘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의외로 많다.


2. 스타트업과 창업가들은 이미 자기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이 완성형이자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점은 예비창업가부터 시리즈 B,C 스타트업, 혹은 어린 청년 창업가부터 경력이 풍부하거나 전문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는 창업가 상관없이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라는 점이다. 사업이나 자신의 빈 곳을 채워야겠다는 생각 자체는 앞서 말했던 것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고, 철저히 창업가 개인의 성향에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당장 관심 있는 멘토링이나 교육 영역은 투자 유치 방법, (투자 유치를 위한) 사업기획안 작성 방법, (사람을 모으거나 제품/서비스를 팔기 위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 정도다. 멘토가 필요한게 아니라 당장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한 사람이 필요한거다. 대행사에게 말하듯 직접 해달라고 하는 일도 있다. 


3. 스타트업 멘토 활동을 오래하다보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스타트업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네트워킹이 형성된다.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런 저런 부탁을 많이 받게 된다. 특히 스타트업과 창업가가 부탁하는 경우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연결해달라는 부탁이 많다. 뭐 여기까지는 괜찮다. 내게 이익될 일은 없지만, 진심으로 성장을 응원하는 스타트업이나 창업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귀찮아도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바닥에 기본 매너가 탑재되지 않은 인간들이 많다는게 문제다. 고마워할 줄 모르는 인간 부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역시나 2번처럼 배경과 조건과 전혀 상관 관계가 없고, 철저히 개인 성향에 달려있다. 


1)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연락해서는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내 입장에서는 내 평판이 달려 있어서 모르는 스타트업이나 창업가를 소개해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거절하고 대신 다른 방안을 알려줘도 갑자기 태도가 바뀐다. 요청할 때까지는 구구절절하게 말하다가 거절하면 아예 대답조차 없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도와줬어도 고마운 줄 모르는 싸가지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2) 내게 멘토링을 받았었거나 교육을 받았던 스타트업이나 창업가가 갑자기 연락해서 부탁하는 일도 많다.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거나 좋은 관계로 끝났으면 별 문제 없다. 왠만해서는 해준다. 그런데 부탁한 자기 자신은 몰라도 내 입장에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창업가가 오히려 더 한다. 어차피 공감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인성과 태도에 문제가 있으니 자기 자신이 그런 경험을 상대방에게 줬다는 자체를 대개 잘 모르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멘토링 기간동안 그렇게 여러번 이야기했었던 내용이었거나 의견을 줘도 자기가 안하겠다 하고 불성실하게 임했었다가, 정작 시간이 지나 갑자기 연락해서는 그 때 의견주고 도와주려고 했던 것을 해달라고 한다. 생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도울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말을 바꾸기 때문에 돕지 않는다. 그 때 이야기 나눴던 것이라 말하는게 아니라 그 때도 관심은 있었지만 바빠서 놓쳤다고 말하는데, 그 때 안하겠다고해서 나 뿐만 아니라 관련된 여러명과 여러회사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쏙 빼거나 아예 기억하지도 못한다.


최근에 겪은 몇몇 일들을 가지고 3D 극한 직업 스타트업 멘토에 대해 끄적거려봤다. 몇년전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쓸데없는 감정 소모와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과 사람에 감정을 싣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앞서 말한 케이스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경험이 쌓여있어서 아예 적정 선에서 끊어버리고 감정이 전이되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치한다. 이 일 생각하는 것보다 우아하지 않다. 판타지를 깨길 바란다. 스타트업 멘토나 자문을 생각하시는 분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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