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Sep 25. 2022

멘토링 보고서는 누가 쓸까?

스타트업, 멘토링, 컨설팅, 창업


스타트업 멘토링과 코칭, 어드바이징 일을 6년째 하면서도 가장 희안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앞서 말한 것들을 편의상 멘토링이라고 한번에 칭하면, 스타트업 창업가나 대표, C레벨이나 직원까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던 간에 멘토링이 끝나면 멘토가 멘토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얼핏 들으면 뭐가 문제지 싶겠지만, 잠시만 깊게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느낄 것이다. 멘토링을 받은 멘티가 멘토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하면서 받아들였고 그래서 어떻게 자신의 사업에 적용할 지 혹은 문제나 이슈를 해결할 지를 정리하고 실제로 실행하는 것이 멘토링의 목적이다. 바꿔말하면 멘토링 보고서는 당연히 멘티가 써야만 이 모든게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 가능하고 멘티 역시 사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과 육성 프로그램들은 멘티가 아니라 멘토가 멘토링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심한 곳들은 멘티 스타트업의 실적과 현황까지 멘토 보고 작성하도록 요청한다. 특히 정부나 지자체 예산으로 하는 곳들은 거의 다 멘토에게 멘토링 관련된 자료 작성을 넘긴다. 공부는 학생이 해야 하는데 선생님이 학생에게 공부하라고 시키고 학생에게 이런 공부하라고 했다고 더 나아가 숙제까지 학생 대신해서 기록에 남기는 꼴이다. 


이상적으로는 멘토와 멘티가 각각의 관점에서 동시에 작성하고 이를 운영 담당자가 크로스체크하는게 좋고, 그 다음은 멘티가 멘토링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멘토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스타트업을 보다 깊게 파악해서 더 맞춤형으로 지원하기도 좋고, 스타트업 뿐 아니라 멘토 평가도 객관화할 수 있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시절, 실제로 그렇게 설계해서 실행했고, 지금도 성과 잘나오고 운영도 잘한다고 생각하는 육성 프로그램 몇몇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임은 사실 진정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운영사라면 모두 알 것이다. 하지만 멘티인 스타트업이 작성하게 하고 자료 받고 하는 것보다 돈 주고 고용한 멘토에게 시키는 것이 훨씬 더 편하기 때문에 이런 부담을 멘토에게 지운다. 하나 같이 스타트업이 사업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 말은 하지만 멘토링이나 컨설팅 받고 그 내용조차 정리 안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정말 천재가 아닌 이상 최소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이상 나눈 이야기를 어떻게 기억하고 사업에 적용하겠는가? 운영사 입장에서 스타트업 관리가 어려우니 '멘토링을 했다'는 사실만 근거로 남기는 것을 최대한 편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교육 따로, 멘토링 따로, 컨설팅 따로, 투자 따로, 네트워킹 따로, 협업 따로 각각 다 따로 노는 것이다. 결국에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일들을 해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서 사업성장이 늦어지기도 한다. 


통합적 스타트업 육성 체계가 필요하고 그게 성공확율을 극도로 올려준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 생각을 하면 지금은 없어졌지만 김범수 의장과 남경필 도지사의 요청으로 만들어서 런칭하고 고도화 시켜왔던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은 정말 역대급이었다. 이 때의 경험 덕분에 지금 스타트업 육성 체계에서 어떤 요청과 상황이 발생해도 모두 다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참여중인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중 몇몇은 운영상 난이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멘토-멘티 개별 요청 및 관리하면서 통합 관점을 엮어서 실제로 해내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진정으로 스타트업 성장을 사명으로 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인지 잘 알아서 다른 프로그램 보다 더 마음을 쓰게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망한 청년 스타트업이 망하는 가장 큰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