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월드, SF, 영화, 미드, AI, 로봇, 마이클크라이튼
웨스트월드 시즌4, 내가 최애하는 미드로 새 시즌이 나오면 무조건 정주행하는 시리즈다. 요즘 돈을 많이 쏟아부어 제대로 만든 정통 SF영화를 찾기 어려운데, 웨스트월드 시리즈는 그 갈증을 제대로 풀어주기 때문이다. 역시나 내 최애 소설가 마이클 클라이튼의 작품이 원작이다. 작가 마이클 클라이튼의 작품은 한편도 빼지 않고 모두 다 읽었을 정도로 광팬이다. 그가 1960년대인가에 쓴 동명소설이 원작인데, 주요설정만 가져오고 사실상 완전히 다른 작품에 가깝다. 보통 원작 파괴가 되면 안좋은 결과가 대부분인데, 웨스트월드는 원작의 강점을 잘 살려내고 새롭게 제대로 재창조해냈다. 그래서 올여름 시즌4까지 나왔다. 정확히 2년에 시즌 하나씩 나오고 있다. 시즌1에서 시즌4까지 오는 동안 점점 더 원작의 느낌은 사라지고 있지만, 원작 그 이후 이야기로 확장되며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서 성공적이다.
이번 웨스트월드 시즌4는 시즌3까지와 많이 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복잡하고 어렵고 무겁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스토리와 주제를 많이 말랑말랑하고 가볍게 다뤘다. 시즌4를 따로 놓고 보면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될 정도지만, 뜬금없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시즌1에서 시즌3로 가고 시즌4로 오는 동안 스토리와 캐릭터의 연속성을 집요하게 지켜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흐름상 이렇게 결이 달라져도 문제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만들어놓은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리즈의 묵직한 깊이감과 복잡한 두뇌싸움 때문에 웨스트월드 시리즈를 봤었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이번 시즌도 흥행에 성공하면 어떻게 해서든 또 새 시리즈를 만들겠지만, 일단은 시즌4를 지금까지의 모든 시리즈를 마무리 지으려는 완결편으로 만들었다. 어찌보면 시즌4가 엔딩을 생각하면 가장 우울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역으로 그래서 희망의 메세지를 위해 이렇게 결이 다른 분위기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시즌4는 시즌3가 끝난 시점에서 7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한다. 시즌3까지가 호스트라 불리는 인공지능의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의 각성과 반격이라면, 시즌4는 휴머노이드가 장악한 미래에서의 인간의 생존 그리고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기본 스토리가 그렇게 되다 보니 이미 유사한 영화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본의 아니게 예전에 어느 영화에서 봤었던 것 같은 기지감이 가끔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 부분을 만들면서도 인식했는지 피하려고 노력은 많이 하는데 몇몇은 어쩔 수 없이 겹쳐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리즈 고유의 핵심 재미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진행과 캐릭터 활용이 한번 주행을 시작하면 다 볼 때까지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하고, 너무나 정교하게 묘사된 미래 모습과 액션, 여전한 두뇌싸움과 기술적, 철학적 문제 제기는 재미를 더한다. - ‘메타버스’ 하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떠올리며 기준을 삼는 것처럼 내게 있어서 ’AI와 로봇‘ 하면 기준으로 떠오르는 것은 ‘웨스트 월드’ 시리즈다.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정말 미래에 이뤄질 법하게 현재에 기반해서 소름 끼칠 정도로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 시즌3까지 매니아적 성향이 강했다면 가장 대중적으로 만들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시즌5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온다해도 시즌4를 너무 닫은 구조의 완결형으로 만들어놓고 거기에 거의 다 싹쓸이(?) 해버려서 제대로 연속성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들기 어려워보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또 2년 뒤에 시즌5가 나온다면 역시나 무조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