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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01. 2023

바비

바비, 마텔, 영화, 영화리뷰, 영화평, 마고로비, 라이언고슬링

바비, 아동물의 외피를 쓴 제대로 성인물이었다. 핫하하하~~~ 이상한 상상은 금물이다. 성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메세지와 내용 때문이다. 가벼워 보이지만 가볍지 않은 영화다.



우리나라에서 바비는 완전 관심 밖의 영화였지만, 개인적으로는 기대작 중 하나였다. 실사영화도 아닌 것이, 판타지 영화도 아닌 것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영화들 속에서 화려한 장난감 세계와 캐릭터를 그려내면서 실사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판타지 영상의 극한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기대는 틀리지 않았다. 핑크색을 중심으로 실제 장난감 보다도 더 장난감스러운 하이퍼리얼리즘을 세트와 CG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거기에 인형놀이에서 적용되는 룰을 아주 세밀하게 바비랜드에 적용해놓아서 바비 세계관의 판타지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차라리 애니메이션이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들 하나하나를 만화보다 더 만화처럼 실사화시켰지만 리얼하게 다가오게 만든 힘이 바로 디테일의 승리로 보인다. 기대한 바비랜드의 판타지를 끝까지 몰아붙여서 보여주는 것이 영화 시작후 30분이다. 이미 이것만으로도 영화 바비에 기대했던 바를 다 채워준다.



영화 #바비 가 성인물인 이유는 런닝타임 30분 이후 바비가 바비랜드를 벗어나 리얼월드로 향하는 부분 때문이다. 얼핏 바비와 캔이 리얼월드에 좌충우돌 적응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예상대로 흘러가는 그런 재미였겠지만, 그 부분을 건드리기는 하지만 정작 집중하는 것은 리얼월드와 바비랜드 사이의 괴리감이다. 그리고 스토리는 예측불가하게 끝까지 흘러가고, 영화 바비는 이 과정에서 단순한 아동용 코메디 영화가 아니라 현실을 비판하는 블랙코메디임을 드러낸다. 발랄하지만 진지하고 진지하지만 메세지가 영화 분위기를 짓누르지 않는다. 거기에 영화 바비에 관객들이 기대하는 판타지를 영상과 사운드, 사운드트랙과 캐릭터로 수시로 제공하면서 메세지와 분위기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한다. 후반부 너무 설명조인 몇몇 장면이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맞춰져있다. SF걸작 1968년작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오프닝 장면을 오마주한 압도적인 오프닝을 비롯, 곳곳에 깔아놓은 각종 비유와 오마주, 바비 인형을 파는 마텔사의 과감한 자학개그(?), 인형놀이와 장난감세계의 룰이 만드는 장면들을 즐기는 것도 또다른 커다란 재미다.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캐스팅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판타지 성향의 실사영화가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배우들이 얼굴에 철판 제대로 깔고 연기하는게 정말 중요한데, 여기에 한 장면 안에서도 코메디와 정극 연기를 오가야 하는 극강의 난이도를 이 두 배우가 하드캐리 제대로 한다. 마고 로비는 외모 그 자체가 바비 그 자체이기까지 하고, 캔과는 외모에 차이가 있어 보이는 라이언 고슬링은 한껏 키운 근육질 몸과 비범한 연기력으로 캔 그 자체가 되었다. 여기에 조연들의 호연이 더하고 특히 '샹치' 시무 리우가 보여준 캔 연기도 제대로다. 영화 전체적인 분위기가 제대로 병맛에 가까운데 배우들의 연기가 병맛 제대로 살리면서 애니메이션보다 더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서 전체 영화 분위기에 완벽하게 붙는다. 



미국을 비롯, 해외에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냈고, 첫주 뿐 아니라 둘째주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바비의 성공을 마케팅의 성공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나 평론가들이 많았지만 첫주 흥행 뿐 아니라 둘째주 흥행도 지속되면서 단순히 마케팅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것은 아니다는 결론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지 못할 것이다. 미쿡식 유머와 위트에 취약하고 관심이 없는게 우리나라 관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영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보지도 않고선 바비를 놓고 편가르기하는게 웃길 뿐이다. 아무튼 누가 뭐라해도 난 기대대로 취향저격 당했고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봤다. 



참, 이거 뮤지컬로 나와도 대박낼 것 같다. 모든 면에서 뮤지컬에 최적화되어 있다. 사운드트랙도 너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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