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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13. 2017

불멸일 줄 알았던 히어로의 쓸쓸하지만 완벽한 엔딩

(노 스포일러) 영화 로건 리뷰, 영화, 영화평, 울버린, 엑스맨

로건, 불멸일 줄 알았던 히어로의 쓸쓸하지만 완벽한 엔딩  (평점 9/10)


영화 로건을 보고나면 술이 땡긴다. 영화가 엉망이라 화가 나서? 아니다. 영화 로건은 정말 잘만들었다. 시대를 풍미한 슈퍼히어로의 멋지고 완벽한 엔딩으로 로건 만큼 해내기 쉽지 않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삼부작의 마지막편, 배트맨의 은퇴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동시에 알렸던 그 완벽한 엔딩에 비견하기에 충분하다. '울버린' 로건에게 영화 로건보다 더 완벽한 엔딩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다른 엔딩은 떠오르지 않을 정도이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니지만, 17년 동안 엑스맨 시리즈 6편과 울버린 3편으로 전세계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최고의 리스펙트이다. 



로건을 보면 술이 땡긴다고 앞서 말했다. 절대불멸의 막강한 슈퍼히어로인 줄 알았던 울버린 로건이 세월의 흐름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약해진 모습에 당황하게 된다. 특히 주먹에서 튀어나오는 칼날을 보면 그 디테일한 표현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언제나 강할 줄 알았고 언제든 믿음직스러웠던 울버린이 스스로를 지키기에도 버거운 모습으로 거의 영화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다른 돌연변이 캐릭터들도 시간의 무게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들이 계속 나오고, 이미 삶의 목적을 상실한채 살아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모습들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삶의 희망 따위는 없어 보인다. 이런 우울한 설정은 쓸쓸하고 스잔한 영화 분위기와 시너지가 나면서 감정을 극대화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술이 땡기는 판에, 17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한 휴 잭맨이 더 이상 멋진 모습이 아니라 실제 나이 먹은 그대로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힘겨운 액션과 런닝, 표정조차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되게 연기하기 시작하면, 엑스맨 1편이 나왔던 17년 전에 엑스맨을 보고 흥분했던 내 어린 시절이 현재와 겹치면서 내 나이와 세월 역시 인식하게 된다. 쓸쓸히 퇴장을 준비하는 울버린과 함께 늙어버린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고 할까? 술이 안땡길 수가 없다. 실제 엑스맨 1편을 같이 본 베프와 함께 그 시절 떠올리며 보고선 술한잔 했는데, 아무리 마셔도 기분도 계속 우울하고 술도 취하지 않더라.



영화 로건의 진행은 느리지만 세밀하고, 스토리가 예측가능하게 진행되지만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하기에는 우울한 영화지만,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만 하는 최고의 엑스맨 영화 중 하나이다. 이제 울버린 로건을 놓아주어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이제는 그를 보내주자...



* 참, 영화 로건은 영화 끝나고 쿠키 영상이 없다. 북미버전에는 있다고 하는데, 그건 얼마전에 공개된 '데드풀2' 티져영상이다. 로건 인터내셔널 버전에서는 영화 분위기와 너무 안맞아져 뺐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로건 (Logan, 2017)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보이드 홀브룩, 다프네 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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