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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21. 2017

영화 대결 구도와 흥행, 브랜드 인지도를 통한 성공

마케팅, 브랜드, 브랜딩, 전략, 영화, 흥행

작년 써머블록버스터의 주요 유행 중 하나가 유명한 캐릭터들을 앞세운 격렬한 대결구도입니다. 이미 3월말 개봉한 역대급 캐릭터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필두로 여러편이 대기 중입니다. 이번달 말에 개봉하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각각 리더로 어벤져스 1, 2탄과 각자 솔로 영화에서 활약한 마블 캐릭터들이 둘로 편을 갈라서 격돌한다고 합니다. 그 사이 ‘헌츠맨 : 윈터스 워’에서는 동화를 꼬아서 콜라보한 느낌인데 백설공주의 사악한 마녀 ‘샤를리즈 테론’과 겨울왕국 엘사가 겹치는 얼음의 여왕 ‘에밀리 블런트’가 한판 붙습니다. (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도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당당히 주인공인데 기 쎈 두 여자 사이에서 영 존재감을 찾기가 어려워보이네요) 5월말에는 ‘엑스맨 : 아포칼립스’에서 이제까지 엑스맨 시리즈가 대부분 그랬듯이 엑스맨들이 각자의 신념에 맞춰 둘로 나눠서 시원하게 싸울 예정입니다. 이 모두 올해 헐리우드에서 말도 안되는 초대형 예산을 쏟아부어 스튜디오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목숨 걸고 만든 영화들이라는 점이 주목해볼만합니다. 





사실 대결 구도가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주인공과 그 반대편에 있는 악당을 축으로 합니다. 그게 긴장감을 유발시키기에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배트맨 하면 조커가 떠오르고, 슈퍼맨 하면 렉스 루터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이런 악당이 없으면 주인공은 존재감이 없습니다. 주인공 보다 악당이 더 빛이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쨌든 강력한 악당, 굳이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더라도 캐릭터들간의 갈등구조를 위해서 대척점에 있는 캐릭터들을 만드는 것은 중요합니다. 올해 특이한 점은 대립구도가 기존의 단순화된 선과 악의 기준이 아니라 신념이나 어떤 정당한 이유 때문에 평소 같은 편으로 분류되는 캐릭터들이 서로 싸운다는 점입니다. 과거 SF호러액션의 대표적인 악당(?) 캐릭터들인 에이리언과 프레데터를 싸움 붙이고, 호러영화의 대명사 격인 ‘13일의 금요일’ 제이슨과 ‘나이트메어’의 프레디를 한 영화에 등장시켜 대립각을 세우게 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B급 영화 냄새 풀풀 풍겼던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냄새를 싹 제거하여 초호화 블록버스터로 갔습니다. 마징가Z랑 그랜다이저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처럼 모두들 한번 정도 떠올려봤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조금은 유아적인 발상으로 탄생한 영화들입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더 이상 유치하지 않게 만들고 포장했습니다. 그 흐름의 정점이 바로 올해 2016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같은 편에 있는, 특이 선한 편 중심으로 영화 유명 캐릭터 간의 대결을 그리는 영화들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 맞습니다, 당연히 영화흥행을 위해서이지요. 조금 더 들어가면 팬들에게 확실히 어필하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와 인기도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로 각 팬층을 흡수하고 그 캐릭터들을 충돌시키는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어 관심과 화제성을 극대화시켜 시너지를 일으키는 마케팅 이벤트를 만드는 겁니다. 캐릭터들마다의 기존 팬들을 더하고 잘 모르거나 관심 없는 사람들도 화제를 모아 주목을 높일 수 있으니 흥행할 수 있는 확률이 보다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악당 캐릭터들이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착한 캐릭터의 인기에는 한참 못미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착한 캐릭터들을 모아서 어떻게해서든 명분을 주고 대결을 시킵니다. 그래서 ‘에이리언 대 프레데터’ 시리즈, ‘제이슨 대 프레디’ 시리즈와 달리 영화의 규모가 어마어마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올해 ‘배트맨 대 슈퍼맨’,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 ‘엑스맨 : 아포칼립스’의 설정입니다. 





세 편의 영화가 작전이 조금씩 다릅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이미 수년 동안 차분히 쌓으며 확실한 자리를 잡은 마블과 달리 후발 주자로 늦게 시작한 DC가 최대한 빨리 DC 시네마 유니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시작을 가장 강력하고 화려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세상에 슈퍼맨과 배트맨을 모르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테니 말이다. 반면에 마블은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캐릭터들을 솔로 영화로 하나 둘씩 인지도와 인기도를 올려서 점층적으로 쌓아올려왔고 어벤져스와 어벤져스 2탄 등으로 캐릭터들의 시너지를 극대화시켰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미 각각 솔로 영화로도 충분히 흥행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어벤져스에서 한팀으로 싸웠던 인기 캐릭터들을 둘로 나눠서 대결시킴으로써 관심을 환기시키고 마블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누적된 피로도를 풀 수 있는 계기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장전했습니다. 이를 변곡점으로 다시 새롭게 마블 시네마 유니버스를 재정비하고 다음 단계의 이야기들을 끌고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흥미로운 대결 구도는 당연히 엄청난 흥행을 염두해둔 것임은 당연합니다. ‘엑스맨 : 아포칼립스’는 이미 알고 있는 캐릭터들과 신규 캐릭터들을 아포칼립스라는 절대 악당의 등장을 계기로 둘로 재분배하는 작전을 사용했습니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에서 프로페서X 편에 서서 착한 편의 대명사와도 같았던 ‘스톰’ 캐릭터가 이번에는 아포칼립스와 매그니토와 함께 한다는 점만 봐도 큰 반전입니다. 





올해 같은 편에 서있던 캐릭터들 간의 영화 대결 구도의 유행 이유는 마케팅과 브랜드 관점으로 보면 한마디로 각 영화,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브랜드 인지도와 인기도를 바탕에 깔고 대결구도라는 관심과 화제성으로 주목을 극대화하여 영화관으로의 유입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쯤되면 영화가 아니라 거대한 흥행을 위한 초호화 이벤트로 느껴집니다. 뭐 이벤트라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런 멋진 구경을 어디서 할 수 있겠습니까? 상상 속에서 아니면 말입니다. 이런 설정이 유행하는 것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유치해지기 쉽상이라 왜 싸워야 하는지 명분과 이유를 제대로 부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습니다. 그리고 인기 캐릭터들이다 보니 대부분 끝이 시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 한쪽을 마음 놓고 죽이거나 퇴장시키시 어려워서 두리뭉실 끝나거나 화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이 보여준 것처럼 이런 브랜드 전략이 반드시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단순 계산을 하면 “배트맨 + 슈퍼맨 + 두 캐릭터 간의 캐미와 관심”의 합은 1+1+a로 최소한 2를 넘어야 하지만, 시너지가 부정적일 경우 오히려 2보다 훨씬 작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각각 따로 놓았을 때 문제가 없던 캐릭터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이런 이벤트가 떨어뜨리거나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앞으로 나올 DC영화들의 거대한 예고편으로서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어느정도 감수하고 중간중간 의도적으로 영화 자체의 흐름을 희생시키고 구멍을 뚫어 다음 영화들에서 그 이유를 찾게 만들고 새 캐릭터들을 등장시키기 위한, 그리고 이 모든게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DC의 획기적인 전략이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특히 영화산업에서 마케팅과 브랜드는 수학이나 과학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예측할 수는 있지만 수많은 변수로 인하여 ‘도박’의 속성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영화 대결 구도의 유행으로 고도의 마케팅 브랜드 전략과 관리를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게 영화를 보는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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