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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08. 2016

갖출 거 다 갖췄는데도 울림이 없는 껍데기 같은 허무함

영화 하트 오브 더 씨 리뷰

하트 오브 더 씨, 갖출 거 다 갖췄는데도 울림이 없는 껍데기 같은 허무함!


평점 4.5/10


제작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개봉했을 때까지도 기대감이 전혀 무너지지 않았던 영화임에도 개봉시 워낙 바빠서 결국에 보지 못하고 지각해서 보게 된 하트 오브 더 씨!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허무함만 남는다. 격정적인 스토리라인, 배우들의 열연, 감독의 안정적인 연출력, 소재와 배경을 제대로 표현한 CG와 특수촬영까지 모자람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가슴에 어떤 울림도 없고 지루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몰입시킬만큼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 객관적인 조건으로는 바로 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서 곰곰히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일단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의 구성부터 이야기해보자. 이 영화는 고래와의 사투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전반부는 고래사냥을 위한 역동적인 뱃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이를 위한 액션이 주를 이룬다. 사람을 공격하는 거대한 고래를 만난 후, 영화 후반부는 갑자기 난파 당한 뱃사람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거대 고래의 등장 이후, 인간의 오만함은 고래로 상징되는 대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겸손함을 요구당한다. 당연히 대자연 앞에 인간이 한없이 작아짐을 그리면서 마무리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간과 대자연의 대결 구도는 대자연을 그저 고래로 대체하여 스토리를 이끌고 나가다시피 하는데, 대자연의 위대함이나 그 앞의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데 단지 고래 한마리만을 앞세워 대부분의 사건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설득력이 떨어지고 앙상하게 느껴진다. 더구나 우리는 얼마전에 라이프 오브 파이와 같은 걸작을 만나지 않았는가? 오히려 하트 오브 더 씨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나 존경이 묻어나지 않는다. 거대한 고래가 마치 괴물이나 신처럼 느껴진다.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는 대자연을 이야기하지만 대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영화는 겉핥기로 거짓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온갖 독한 설정과 이야기들을 더했음에도 당연히 감동은 없다. 진실이 없는 영화라고나 할까?




거기에 여기저기 어디서 본 듯한 설정들을 더 많은 고민 없이 짜집기해놓았다. 전체적으로는 라이프 오브 파이의 구성에 해양액션영화들의 바다나 생명체들과의 사투를 더해서, 흔하게 보아온 육지와 바다 위 생존영화들을 붙여놓았다. 같은 소재, 같은 장면이라도 새롭게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결합할 수 있으나, 하트 오브 더 씨는 무엇 하나 새롭게 느껴지는 것 없이 안이하게 만들었다. 보는 내내 다른 영화들이 겹치는 기지감을 벗어날 수 없으니 말이다. 배우들만이 처절하게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특히 크리스 햄스워스에게서 앞부분을 조금 빼면 더이상 망치를 든 토르가 생각나지 않는다. 




소재나 스토리, 연출 스타일 등등 아카데미를 노리고 작정하고 만든 몰개성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소재에 이 캐스팅에 이 규모에, 근본적으로 더욱 고민했어야 하는 시나리오와 연출 때문에 가벼운 영화로 주저앉아버린 하트 오브 더 씨가 안타까울 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는 정말 대단한 영화였음을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다시 확인시켜준다.



하트 오브 더 씨 (In the Heart of the Sea, 2015) 


감독 론 하워드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킬리언 머피, 벤 위쇼, 샬롯 라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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