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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20. 2017

대부가 될 뻔한 양아.... 스토리와 연기가 아깝다

(노 스포일러) 영화 불한당 리뷰, 영화, 영화평, 불한당

불한당, 아깝고 아쉽다. 대부가 될 뻔한 양아.... 스토리와 연기가 아깝다  (평점 7/10)


영화 불한당, 보자마자 바로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서 바로 리뷰를 쓸 수가 없었다. 최근에 나온 한국영화들이 워낙 실망스러운 작품들이 연속되고 있어서 그 와중 오랜만에 꽤나 괜찮게 나온 한국영화임은 분명히 맞다. 굴곡이 심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영화 불한당을 독특한 스타일로 차별화되고 색다른 영화라는 평가, 비교적 호평이 많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영화 불한당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일이 아니라, 스토리 자체가 가진 재미와 배우들의 연기이다. 스토리가 신선하지는 않다. 대부, 무간도부터 신세계까지, 범죄, 느와르 영화들 어디에서인가 본 듯한 설정과 장면, 이야기들로만 가득차있다. 범죄집단에 잠입한 경찰이라는 주된 설정만해도 이미 흔하디 흔하다. 하지만 영화 불한당은 그 익숙한 이야기들을 짬뽕처럼 마구마구 가져와 섞었지만 어색함 없이 힘있게 쭉쭉 나가는 힘이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굴곡과 영화 흐름의 시간배치 변경을 통해 반전에 반전을 만들어냈다. 스토리라인은 마치 막장 아침드라마의 속도에 버금 가듯이 매우 스피디하다. 익숙한 것들을 잘 조합해서 시너지를 내는 것도 또다른 창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불한당의 스토리와 진행은 대만족이다. 물론 엔딩을 한번만 더 꼬았으면 울림이 더 크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욕심은 있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멋지다!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불한당의 힘이다. 재미있는 스토리지만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하나하나 설명할 시간은 모자란 면이 있어서 그 사이를 배우들이 채워줘야 하는데, 주연부터 조연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호연을 펼친다. 특히 설경구와 임시완이 인상적이다. 지난 몇년 다작을 하면서 틀에 박힌 듯한 연기를 보여줘서 예전 연기파 배우로서의 힘이 사라진게 아닐까 생각되었던 설경구가 오랜만에 물만난 듯 신들린 연기를 한다. 서늘하고 강렬한 카리스마와 동시에 상처받은 영혼을 숨긴 여리고 따뜻한 내면을 가진 아이러니한 캐릭터를 눈빛만으로도 와닿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여기에 임시완은 아이돌 출신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연기 잘하고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로서의 아우라를 불한당에서 확실히 갖게 된다. 설경구와 함께 연기를 하면서도, 거기에 이경영, 김희원, 전혜진 등 연기의 신들 속에서도 에너지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존재감을 뽐낸다. 설경구와 임시완의 캐미가 엄청난 시너지를 내는데, 여기서 대배우의 위엄이 느껴졌다. 설경구가 멍석을 깔아주고 앞에 섰다 뒤에 섰다는 반복하면서 임시완이 자신과 함께 최고의 호흡이 나오도록 맞춰주는게 보이더라. 그러다보니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이 잘 안될 정도의 디테일한 연기선이 보이면서 영화에 깊이를 더해준다. 시나리오나 스토리가 의도한 그 이상을 두 배우가 각자의 해석과 깊이로 보여줌으로써, 영화가 실제 가지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갖게 만들었다. 심하게 말하면 농담조로 재미있자고 한 이야기를 두 배우를 통해 통찰과 깊이를 얻었다.



하지만 영화 불한당은 대부가 되지 못한 양아치로 보인다. 앞서 말한 그런 엄청난 강점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재미있게 봤고 평점도 낮게 주지는 않았지만, 새롭고 독특하게 그리고 스타일리쉬하게 보이기 위한 장식들이 부자연스럽다.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듯한 뜬금없는 장면 장면이나 만화 혹은 패션잡지를 흉내내는 듯한 영상과 편집이 진중하고 묵직한 스토리와 연기의 깊이를 해친다. 이 부분이 21세기의 신세대 혹은 젊은 감성이라는 호평도 많지만 오히려 영화 신시티도 한물 간 시기에 오히려 구닥다리처럼 느껴진다. 어설프게 옛날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들을 흉내낸 것 같다고 할까? 그래서 대부가 될 뻔한 영화가 양아치로 보인다. 무거운 스토리를 보다 편하게 느껴지게 만들려는 의도였겠지만, 이 무거운 스토리를 그것도 배우들이 이렇게 호연을 펼친 상황에서 반대로 신세계나 무간도 보다 더 어둡게 그렸다면 엄청난 걸작이 나왔을 것 같다. 보는 내내 아쉬움이 점점 더 커질 정도였다. 


영화 불한당은 걸작이 될 수 있었는데... 진정 아까운 영화이다.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The Merciless, 2017) 

감독 변성현 

출연 설경구, 임시완, 김희원, 전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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