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스포일러) 영화 T2 트레인스포팅2편 리뷰, 영화, 대니 보일 감독
트레인스포팅2, 20년의 시간과 함께 성장하고 변화한 그때 그 청년들 (평점 9.5/10)
트레인스포팅2는 'T2'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T2는 지금까지 주로 SF걸작액션영화인 터미네이터2의 약자로 유명하다. 터미네이터 T2가 내 인생영화로서 머리와 가슴 속에 각인되어 있는데, 또다른 T2인 트레인스포팅2 역시 트레인스포팅 1편에 이어 각인되어버렸다.
일단 트레인스포팅2를 보려면, 1편을 먼저 보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편이 나온지 이미 20년 전이라 트레인스포팅 1편이 내 최고의 영화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2편의 앞부분 5분 정도를 보다가 다시 1편을 보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그 선택이 탁월했다. 1편의 각 캐릭터들이 어떤 개성과 성격을 지니고 행동했었는지, 그리고 1편에서 전체 스토리가 어떻게 흘러갔고 각 캐릭터들 역시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아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더구나 1편의 장면들이나 음악을 재현하거나 상기시키거나 새로운 버전으로 연출하는 부분들이 많다.
트레인스포팅 2편은 트레인스포팅 1편에서 이어지는 20년 후의 이야기이다. 1편에서 주체하지 못하는 젊음과 에너지를 가졌던 캐릭터들은 20대초중반이었는데, 2편에서는 40대 중반이 되었다. 전편과 속편이 가진 20년의 시간 차이가 고스란히 영화 속 캐릭터들과 스토리에도 적용되었다. 20대 럭비공처럼 통통 튀고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불안감을 속에서 앞은 안보이지만 각자의 인생을 선택했던 젊은이들은 중년의 아저씨와 아줌마가 되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산전수전 겪으며 인생에 대한 관조나 또다른 절망으로 바뀌었다. 영화는 1편의 엔딩에서 고향을 떠난 주인공인 렌톤 (이완 맥그리거)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시 고향 에딘버러로 스스로 돌아오게 되면서 시작한다. 1편에서 죽은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친구들(?)을 하나 둘 다시 만나게 된다. 인생을 선택해서 새로운 삶을 꿈꾸고 1편 마지막 실행까지 한(?) 랜톤을 포함해서, 대부분 캐릭터들은 지긋지긋하게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가 현재를 만들어버린 인생에서 살고 있다. 다가올 미래 역시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하지만 렌톤이 돌아온 이후, 렌톤을 포함해서 몇몇은 중년의 나이로 20대때처럼 다시 새로운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꿈꾸고 실행한다. 흘러간 시간만큼이나 그들은 나름 성숙해졌고 새로운 희망은 그들의 인생 뿐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를 통해 실현하게 된다. 결국 트레인스포팅2는 1편과 완벽히 연결되어 삶과 행복, 인간관계 등 인생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 이야기하는 영화로 완결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무겁고 칙칙하지 않다. 흘러간 20년 만큼이나 성숙해지고 캐릭터들이 발랄한 20대를 넘어서서 에너지가 예전 같지 않아 우울하기도 하고 애처롭고 쓸쓸하고 스산하기까지 하지만, 1편이 개봉 당시 통통 튀며 세상에 본 적 없는 영상과 음악을 들려줬던 것처럼 여전히 발랄하고 유쾌하게 영화의 무거운 메세지를 즐겁게 풀어간다. 1편도 그랬지만 현 사회현실을 직시하는 엣지 있는 배경 묘사와 활용도 여전하고. 이렇게 완벽한 속편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편을 봤을 때가 스무살 직후라서 영화 속 캐릭터들과 똑같았다. 그래서 20년 뒤의 이야기에 맞춰 나 역시 같이 늙었고 그 때처럼 지금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울림이 더 컸다. 트레인스포팅1는 시간과 나이를 연기하며 스크린과 현실을 깨고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엔딩은 트레인스포팅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1편과 2편 전체를 관통하는 전율과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20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같이하면서 영화와 현실이 깨지고 주인공과 내가 하나가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렌톤이 음악을 틀고 몸을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장면인데 정말 압권이다!
T2: 트레인스포팅 2 (T2: Trainspotting, 2017)
감독 대니 보일
출연 이완 맥그리거, 조니 리 밀러, 이완 브렘너, 로버트 칼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