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May 19. 2016

영화 곡성, 무서운건 이게 15세관람가라는 것 뿐!

영화 곡성 리뷰 (스포일러 없음)

영화 곡성을 보고 리뷰를 어떻게 써야 할 지 머릿 속이 정리가 잘 안되었습니다.

이미 지난주 금요일에 봤는데 말이죠.

사실 리뷰를 쓸 때 영화를 보고 딱 떠오르는 느낌과 감상, 즉 첫인상을 중심으로 생각을 풀어서 리뷰를 쓰는데,

이번 영화 곡성은 제게는 참 무어라 말하기 애매모호한 지점이 너무 많았습니다.

좋다 싫다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복합적인데 그게 무엇 하나 또렷하게 제게 와닿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영화 곡성은 분명히 꽤나 흥미롭고 에너지 넘치고 재미도 있고 무섭기도 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호불호는 명확하게 갈리는 스타일의 영화지만 확실히 독특함이 넘치는 근래 보기 힘든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일단 이렇게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반갑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항상 판에 박힌 듯 찍어내는 영화들 뿐이었는데 영화 곡성은 진정 독보적입니다.

영화 곡성은 스토리가 복잡하다기 보다는 보는내내 뿌연 안개 속을 걷는 듯 모든게 불분명합니다.

관객들이 짙은 안개 속을 헤매게 만들면서 웃기기도 하고 조금은 슬프게도 하고 입술 바짝바짝 마르게끔 긴장감 넘치기도 합니다.

안개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안보이거나 모르는 것에 대한 인간 본질적 두려움을 끌어낸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영화 곡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하물며 웃긴 상황에서조차도 불안감을 거둘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영화 곡성이 내뿜는 안개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짙어집니다. 거기에 영화 자체가 내뿜는 에너지도 점점 강해져서 마지막에는 숨도 못쉬게 만들죠.

모든 것을 떠나서 그 자체만으로도 영화 곡성은 대단한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영화 곡성은 불분명한 스토리에 각종 떡밥으로 관객들을 휘두르며 조정합니다.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야 곡성 포스터 속 카피와 영화 초반부 낚시의 의미가 명확해졌습니다.

이것은 영화 속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화 밖 관객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미끼를 물었다, 현혹되지 마라.

하지만 관객이 이미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늦었습니다. 어느 사이 영화 곡성이 던진 미끼를 물고 헤어나오지 못하고 파닥거리는 가련한 물고기 한마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사람인지, 살인마인지, 귀신인지, 신인지, 존재에 대한 모든 것들을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비틀면서 대입시켜 혼돈을 가중시킵니다.

거기에 수많은 설정과 상징들은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일이나 생각, 혹은 역사나 사건, 사회적 이슈나 문제 등을 적용해서 해석할 수 있도록 영화를 설계해놓았습니다.

당연히 풍부한 메시지를 담고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영화 자체가 주는 메시지도 명확하지만 그 메시지 마저도 불분명하게 해석할 수도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고 해답만 있는 영화입니다. 이렇게 다면적이면서도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지금 대한민국이 영화 곡성에 열광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현상은 마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에 관객들이 열광했던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물론 인셉션이나 인터스텔라는 곡성에 비하면 훨씬 더 명확한 영화이지요.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현실로 돌아와 이야기할 있는 꺼리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입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해석의 확장성 면에서만 보면 영화 곡성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훨씬 더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혹은 사회와 역사까지 생각하면서 문제를 던지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만 봐도 영화 곡성은 의심과 현혹, 믿음, 그리고 인간관계와 사회적인 동의, 변화 그리고 그 결과까지 소름끼치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관객의 심장에 상처를 줍니다.



솔직히 저는 영화 곡성을 보는내내 키득거렸습니다.

무서운 느낌이나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고 대부분 관객들이 이야기하는 에너지에 압도 당하며 가위눌린 듯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충분히 다들 그럴만 하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그래서 리뷰를 더욱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화 곡성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생각과 행동, 사건 전개, 그리고 설정 등등 모든게 나쁘게 말하면 어이 없는 것이 많았고 무섭다고 말하는 유명한 장면들도 그저 전체 코메디의 일부로 느껴졌습니다. 영화관 분위기가 살벌한데 혼자 대놓고 웃을 수가 없어서 고생 했습니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더더욱요.  아~ 참, 무서운게 딱 하나 있네요! 이 영화가 19금이 아니라 15세 이상가라는 사실! 영화 곡성의 등급은 경악스러운 공포입니다!

영화 곡성이 관객을 낚고 세상과 사람들을 대놓고 조롱하고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관객들 머리를 잡아 질질 끌고 다니는게, 곡성 안에서 벌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정확하게 일치해서 저는 그 광경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유치하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감독 참 머리 좋으면서도 악취미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그 장난에 동참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영화를 분석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범인이고 누가 뭐고 어떤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등등을 따져봤자 어차피 연결도 안되고 말도 안맞고 답도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은 그저 감독이 쳐놓은 낚시에 걸려 허우적 거리는 것 밖에 안되요. 그게 의도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저는 모처럼 쉽게 볼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코메디 영화 한편을 제대로 즐겼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호기심을 긴장감으로 만든 스릴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