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재상 Alex Jul 21. 2017

넓은 풍광 조차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생존 지옥 체험

(노 스포일러) 영화 덩케르크 리뷰, 영화, 놀란, 덩케르크

덩케르크, 넓은 풍광 조차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생존 지옥 체험   (평점 8/10)

덩케르크, CGV천호 아이맥스 2D 관람


언제부터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감독 스스로의 너무 오만한 자의식이 강해져서 매력이 떨어졌었다. 한마디로 영화를 관객들에게 자기 잘난 척을 하기 위한 수단처럼 느껴질 정도가 된 이후, 그게 너무 싫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덩케르크가 호불호가 갈린다고해서 오히려 기대하게 되었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과잉자의식을 자제하고 예전 초기작인 메멘토와 인섬니아 스타일로 돌아갔을 것 같아서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근간은 초기작들로 거기서 보여준 모든 것들이 지금도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영화 덩케르크는 놀란 감독의 초기작들이 느껴졌다. 시간과 편집을 통해 긴장감과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요리했던 놀란 감독의 강점이 그대로 전면에 드러나있다. 그러면서도 하고 싶은 메세지를 효율적이면서도 명확하게 전달하지만, 대놓고 드러내는 유치함도 없었다. 대부분 아이맥스 촬영을 하면서 넓고 다양한 열린 공간을 보여주지만 그 장소들이 갑갑하게 느껴지는 희안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스릴러의 대가로서의 놀란으로 돌아왔더라.



영화 덩케르크는 한마디로 '거대한 아이맥스 스크린과 넓은 풍광조차 폐쇄공포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벗어날 수 없는 지옥 체험, 전쟁영화가 절대 아니고 생존영화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스토리가 중심이 아니라 상황과 배경,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세가지 시간대와 공간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리고 당연히 엔딩으로 가면 갈수록 교묘하게 세가지 시공간은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이 설정 자체가 덩케르크를 지탱하고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핵심이다. 만약 동일한 시간선상에 배치해서 진행했다면 평범하고 그저그런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이 설정을 통해 영화는 생명력을 얻었다. 동시에 각 시간대는 그 자체가 마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듯이 사방을 막고 제한하는 효과를 주고, 캐릭터 중심으로 캐릭터의 시선과 관객을 최대한 가까이 붙여놓아서 분명히 오픈된 공간에 큰 풍광이 주로 등장하지만, 작은 방에 갇혀서 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소름 끼치는 경험을 관객이 직접 하게 만든다. 전쟁영화의 걸작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오프닝 장면 이후, 관객을 전쟁터 한 복판에 가져다놓고 지옥을 체험하게 만드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전쟁을 싸움의 관점이 아니라 생존의 관점으로 바라본 것도 색다르다. 그렇게 접근했기 때문에 전쟁영웅담으로 뻔히 흘러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고, 인간 자체를 무미건조하고 차갑지만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어떤 의도적 감정선 또한 최대한 자제해서 인간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탐구한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파고 들어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점이 대단하다. 


많이 내려놓고 다시 예전의 초심으로 돌아가 영화를 만든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 힘을 빼니 너무 좋은데, 얼마나 많은 관객들과 소통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쉽게 받아들일만한 친절한 영화는 아니라서 말이다.




※ 영화 덩케르크의 절반은 사운드, 특히 한스 짐머의 음악이다. 배우들의 연기 보다 한스 짐머의 음악이 주연으로 느껴질 정도로 음악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 대부분 장면을 아이맥스로 촬영해서 꼭 아이맥스로 보라고 광고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만 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눈을 꽉 채우는 아이맥스 스크린의 속 뻥뚫리는 볼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쟁의 공포를 전달하는 총소리와 포화소리 등 효과음과 한스 짐머의 음악까지 그 박력을 아이맥스 사운드가 더 잘 표현해냈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는 열린 공간임에도 더구나 그렇게 넓은 공간임에도 또한 그것을 분명히 다 담아서 뻥 뚫린 아이맥스만의 거대하고 시원한 영상으로 표현하지만,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고 계속 다시 끌려들어오게 되는 '지옥' 덩케르크 자체가 폐쇄공포증을 유발할 정도로 답답한 공간으로 묘사되어 있어 아이맥스 스크린의 쾌감과는 정반대에 있다는 아이러니가 있기 때문이다.



덩케르크 (Dunkirk, 2017)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마크 라이런스, 케네스 브래너, 킬리언 머피  




매거진의 이전글 실사영화 보다 훨씬 잘빠지고 화끈한 레지던트 이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