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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ug 08. 2017

소재와 규모는 커지는데 정작 '무서움'은 점차 어디로?

(노 스포일러) 영화 무서운 이야기 3 리뷰, 공포영화, 영화

무서운 이야기 3, 소재와 규모는 점점 커지는데 정작 '무서움'은 점차 어디로?   (평점 4.5/10)


영화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렇게 유명하지도 않아서 아는 사람만 아는 한국 공포영화 시리즈인데, 영화 한편에 중단편 3편 정도의 공포영화를 옴니버스로 묶어서 보여준다. 각각 에피소드는 각각 전혀 다른 소재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또한 각기 다른 감독이 연출해서 영화 하나를 보지만 3개의 전혀 다른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매력이 있다. 더구나 3편의 작은 이야기를 커다란 하나의 바구니에 담아서 엮어내는 구성 역시 작은 재미가 있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들은 퀄러티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제대로 무서운 이야기를 만나는 쾌감도 있었다. 무서운 이야기 1편과 2편에 담긴 모든 에피소드가 잘만들고 좋다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고른 기본 이상의 퀄러티와 그리고 도드라지게 잘빠진 짜릿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어찌보면 그 에피소드 하나 둘이 영화 전체를 책임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무서운 이야기 3편은... 실망스럽다...


무서운 이야기 3편, 화성에서 온 소녀는 작년 여름에 개봉했는데 조용히 개봉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잊고 있다가 잽핑 중 우연히 케이블TV에서 하는 것을 보고 보게 되었다. 작년에 바빠서 놓쳤던 영화라 일단 믿고 보기 시작했다. 더구나 폭염에 완전 혼이 탈탈 털려있는데 대낮에 공포영화라니! 그런데 앞선 2개의 무서운 이야기와 달리 많이 모자랐다. 소재는 훨씬 더 다양해지고 규모도 훨씬 더 커졌는데, 외형적 성장과 정반대로 완성도는 더 떨어졌다. 작품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안무섭다! 공포영화가 안무서우면 그냥 게임 끝이다. 무서운 이야기 1편에서 2편으로 가면서 확실히 1편만은 못했는데, 3편은 2편에 비해서도 더 떨어진다. 시리즈가 계속 되면서 점차 완성도가 떨어지는 전형적인 시리즈물의 전철을 밟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일단 부제인 '화성에서 온 소녀'처럼 전체 3개의 에피소드를 묶는 것은 화성에서 온 소녀이고 이 소녀를 통해 인간에 대한 철학적인 탐구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의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 내용이 너무 일반적이고 피상적일 뿐 아니라 어설픈 세트와 CG까지 더해지니 이야기의 흐름을 오히려 끊어버리는, 억지로 삽입한 사족 같은 느낌이 든다. 각 에피소드 역시 예전보다 실망스럽다.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여우골, 현재를 배경으로 하는 로드레이지,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기계령, 총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데, 여우골과 로드레이지는 관객 입장에서 영화 속 피해자에 감정이입이 도저히 안될 정도로 연출과 연기가 무언가 엇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스크린 속 배우들은 도망가고 소리 지르고 살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데 그저 남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다. 공포영화는 영화의 리듬과 호흡이 정말 중요한 장르인데,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토리 진행만을 위한, 그냥 한마디로 드라마처럼 만들었다. 반면에 기계령은 독특한 소재와 세련된 연출까지는 좋았는데, 미래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하나하나와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 시작점부터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라 보는 내내 "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계속 왜? 왜? 왜?라는 생각이 드니 도저히 영화에 집중이 안된다. 스토리를 위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작위적인 설정과 장치들을 무리해서 삽입하다 보니 영화 진행이 난데없다. 기계령을 보다보면 희안하게 고전호러 '사탄의 인형'이 겹치는데 차라리 사탄의 인형, 처키는 처키가 탄생하는 첫설정을 충분히 납득하게 만들어서 이후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만든다. 그 만큼 영화의 세계관 설정은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이게 그냥 통째로 없다.



정말 좋아하는 한국 공포영화 시리즈인데 점차 망가지고 있어서 갑갑하다. 철치부심해서 무서운 이야기 4편으로 화려하게 재기했으면 좋겠다.



무서운 이야기 3 : 화성에서 온 소녀 (2016) 

감독 김곡, 김선, 백승빈, 민규동 

출연 임슬옹, 경수진, 박정민, 홍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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