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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03. 2017

빛나는 상상력의 시각적 쾌감, 하지만 올드하다

(노 스포일러) 영화 발레리안 리뷰, 뤽 베송, 영화, 리뷰, SF

발레리안, 빛나는 상상력의 시각적 쾌감, 하지만 올드하다  (평점 6.5/10)


거장 퀵 베송 감독이 SF영화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내 인생영화 리스트에 그의 영화들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최고의 감독이고 '제 5 원소'라는 강렬한 SF영화도 그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 당시 새로운 스타일과 젊은 감각의 대명사로서의 뤽 베송은 이미 수십년이 지난 지금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 감각을 유지하고 있을까에 대해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SF장르는 아예 트렌디하거나 아니면 그걸 넘어서는 아우라를 갖는 영화로 나와야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버전의 '제 5 원소'만 나와도 대단하겠지만, 21세기에 '제 5 원소' 수준의 영화가 나오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다. 제 5 원소가 시대를 뛰어넘는 SF걸작이라기 보다 그 당시 가장 핫하고 트렌디한 SF영화였기 때문이다.



뤽 베송의 빛나는 상상력을 스크린으로 접하는 쾌감은 멋진데 영화가 클래시컬하다. 좋게 말하면 클래시컬하다는 표현이고, 나쁘게 말하면 '올드'하다. 우려했던 대로 영화가 나왔다. 21세기에 20세기 '제 5 원소' 작문법으로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을 만들었다. 스토리부터 캐릭터, 구성, 볼거리 등 모든 면에서 발레리안은 20세기 스타일의 영화이다. 물론 기술은 21세기의 기술을 썼지만, 기술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난 나이가 있다보니 익숙한 스타일이라 즐길만 한데 젊고 어린 관객들에게 어필하긴 쉽지 않아보인다. 그래서 글로벌 흥행이 저조한가보다. 곳곳에 현재 가장 트렌디한 아이템들을 활용한 장면들을 넣기는 했다. 특히 가상현실을 이용해서 다차원 세계를 하나로 엮어놓은 빅마켓 아이디어는 좋다. 하지만 부분 부분 인상적인 장면만으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발레리안이 재미없고 못만든 영화라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게 너무 예측가능하고, 고전적이고, 영화를 빛나게 하는 상상력조차도 뤽 베송 자신이나 다른 영화들에서 봐왔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시간 잘가는 킬링타임용으로는 몰라도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화끈하게 재미있거나 인상깊은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보다는 의외로 소소하고 자잘한 잔재미에 집중한다. 



거장 뤽 베송 감독이라는 이름과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생각하면 그 정도만 기대한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 메가박스 코엑스 MX관에서 3D ATMOS로 관람했다. 3D효과는 올해 나온 영화들 중에서는 꽤나 정성 들여서 볼만하다. 전반적으로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는데, 곳곳에 임팩트 있게 효과를 넣었다. 레퍼런스급은 아니지만, 3D영화인척하는 2D영화 같은 사기는 안친다. 그리고 ATMOS 사운드 효과도 자연스럽게 영화에 맞춰서 꼼꼼히 구현해서 황홀하다. 특수촬영효과부터 CG 등, 거기에 3D와 사운드까지 정말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느껴지는데 정작 영화가 그 수준을 쫓아가지 못했다...



※ 리한나의 인상적인 등장장면이 정말 멋지긴 하지만, 난데 없다는 생각이... 20세기 SF영화들이 의도적으로 기억에 각인시킬 만한 볼거리를 등장시키는 방식이 여기서도 적용되는데... 그래서 올드하다.


발레리안 : 천 개 행성의 도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감독 뤽 베송 

출연 데인 드한, 카라 델러비인, 리한나, 클리브 오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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