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힘들지 익숙해지면 할 만 합니다.
직장인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바로 "저 사람 일 잘한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일을 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지식이나 경험이 많아서 모든 일을 뚝딱뚝딱 처리하는 걸까요, 아니면 눈치가 빨라서 누가 시키기도 전에 필요한 것들을 미리미리 해내는 걸까요?
소위 '일잘러'의 구성요소는 다음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할 일을 한다.
될 일을 되게 한다.
상대가 처한 맥락을 이해한다.
아, 일잘러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것입니다. 신입이건 대표이사건 조직에서는 각자 해야 할 일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일을 적절한 순서로 빈틈없이,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할 일을 한다는 것은 다음 세부적인 요소를 포함합니다.
할 일과 될 일을 구분하는 것
개인의 Task와 조직의 목표라고 생각하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할 일의 리스트를 제대로 만드는 것
업무 List up입니다. 다만, 리스트를 작성하기 전에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팀의 목표와 개인의 업무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범위에 국한된,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만 리스트에 포함한다면 자기 편한 것만 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개인으로서도 익숙한 일만 하게 되니 업무 역량이 발전하지 않겠지요.
반면에 너무 넓게, 조직의 목표와 전혀 상관없는 넓은 범위의 일을 포함하게 되면 몸은 바쁘지만 팀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리스트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한다면, 후자가 먼저입니다. 중요한 일에 역량을 집중하되, 급한 일은 구멍나지 않는 정도에서 수습한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리스트를 주변과 공유하는 것
내가 할 일의 리스트와 우선순위를 주변과 공유해서 나의 업무 현황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해야 합니다.
'할 일을 한다'는 것을 요약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내가 할 일을 정의하고 리스트를 만들고, 우선순위화해서 업무 착수 전에 커뮤니케이션 할 것'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윗사람의 지시가 오락가락해서 일이 계속 바뀌거나 방향성 자체가 정해지지 않아서 할 일이 불명확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혹은 내가 윗사람이 되어 명확하지 않은 일을 구체화하도록 지시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데요,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될 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주변 상황이 명확하지 않을때, 혹은 내가 업무를 배분해야 하는 입장에서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우리 팀/부서/회사의 목표는 무엇인가?'입니다.
조직의 목표가 명료해지면 그에 따라 진행되어야 하는 일도 명료해집니다. 회사에 갓 입사했거나 새로운 부서에 배치된지 며칠 되지 않았거나, 혹은 팀을 책임지는 위치에 막 올라섰을 때는 모든 것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보통입니다. 그저 "누군가 지시하겠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태도 대신에 지금 이 자리, 이 조직의 목표를 생각하고 찾아보고 물어보면 내가 할 일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개인적인 레벨에서의 할 일을 하게 되고, 조직 입장에서 되어야 할 일을 되게 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될 일을 되게 만드는 일잘러에게는 중요한 특징이 몇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통제감', 그리고 '자기 유능감'입니다.
통제감은 어떤 일에 대해 '상황을 내가 컨트롤하고 있다. 내가 운전대를 쥐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통제감은 동기부여의 바탕이 됩니다. 그리고 통제감을 지속적으로 느끼게되면 자신이 '유능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즉, 일을 제대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 유능감'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 두 가지 요소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실제로 유능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합니다. 수동적으로 시키는 일만, 욕먹지 않을 정도로만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요.
될 일이 되게 한다는 것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의 목표를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을 정의하는 한편, 타인에게도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
하지만 사람은 개미가 아니죠. 명확한 목표가 제시된다고 해서 다른 생각은 다 지우고 모두가 거기에만 매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조직의 목표 달성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입장과 역량, 그리고 각자가 처한 상황 등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처한 맥락을 이해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은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배려를 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할 일과 될 일에 대해 정리하고 계획을 세울 때, 구성원의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예상 밖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 모레가 서비스 런칭인데 몸이 아픈 동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니면 팀장이 윗선에 호언장담을 했는데 일이 틀어진다던지, 바빠 죽겠는데 유관 부서에서 사소한 것으로 태클을 건다든지 하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이런 돌발 변수를 고려해야 일이 부드럽게 진행됩니다.
업무 진행에 있어서 변수에 대한 고려가 익숙해지면 두 가지 효과가 벌어집니다. 먼저 평가 측면에서는 "딱히 대단한 것은 없는데 희한하게 결과는 잘 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개인 측면에서는 상대방의 업무 태도다 돌발 상황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감정을 소모하는 - 화를 낸다거나 당황한다거나 하는 - 경우가 줄어듭니다. 보통 이런 사람을 우리는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지요.
상대가 처한 맥락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업무 관계자와 조직 특성 등에 기반해서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
"뭘 이렇게까지 피곤하게 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처음 몇 번이 힘들지,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게 됩니다.
'처음'이라는 낯섬과 몇 가지 허들을 넘어 일잘러로 성장할지, 아니면 주어지는 일을 적당히 하고 편안함을 추구할 지는 여러분의 선택사항입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고, 직장생활에는 정답이 없으니까요.
※ 일전에 브런치 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드리면서 곧 책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드디어 나왔습니다!
브런치, 매거진 <B>, 유유출판사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된 '일의 기본기 :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교보문고에서 보기/ 영풍문고에서 보기/ 인터파크에서 보기/ 반디앤루니스에서 보기/ 알라딘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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