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직장생활, 사회생활, 커리어, 이직, 퇴사, 창업, 작당모의
앞선 글에서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무직 직장인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조직과 산업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을 추구하는 것이 확실히 유리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지만 이 넓고 얕은 지식, 혹은 이 일, 저 일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이직할 때입니다.
도무지 하나로 엮이지 않는 경험들로 이직을 시도해야 할 때 어떻게 나를 어필해야 할지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분명히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 생활 초창기 이직, 즉 2~5년차 이직일 땐 한 회사, 한 부서에서 계속 동일하거나 인접한 업무를 해왔던 사람보다 이리저리 떠돌던 사람이 불리합니다.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게 쓸모있는 수준까지 쌓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죠. 넓고 얕은 지식은 본래 한 회사에서 오래 남아 있을 때 경쟁력을 발휘하기에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직시장은 기본적으로 Specialist들의 시장입니다. 경력직을 채용한다는 건 “업무를 혼자서 수행할 수 있는 직무 역량 (1순위) + 조직에 대한 적응력 (2순위)”이 일반적인 목표이기 때문이죠.
그럼 “넓은 지식을 갖추라는 건 이직시장에서는 쓸모없는 조언인거냐”, 혹은 “이리저리 돌아다닌 내 경력으로 이직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냐”라고 물으실테니 이에 대한 대답을 이제부터 살펴 봅시다.
(한가지, 아주 잘 생각하실게 있습니다. 직군중에는 직무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업들이 있습니다. 가령 IT분야 개발자, 디자이너, 법무, 회계/재무 등이 그렇지요. 이 분야에서는 이직을 위해서는 일단 직무전문성이 좋아야 합니다.
제가 드리고 있는 조언은 ‘사무직’ 이라는 점을 꼭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직무전문성이 우선시되는 분야가 정확히 뭔지 모르시겠다면, 그 직무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프리랜서나 그 분야의 전문업체가 존재하는 직무면 전문성이 우선시 된다고 보면 됩니다. 프리랜서 개발자나 디자이너, 세무/회계사, 변호사 등은 존재하고 아주 흔하지만 프리랜서 마케터나 프리랜서 기획업무 등은 별로 없는 걸 보면 차이를 아시겠죠? 이들 직군이 프리랜서가 별로 없는 건 이 직무들이 힘과 역량을 발휘하려면 특정 조직내에서 충분히 뿌리내려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즉, 직무 관련 역량이나 지식만 가지고는 부족한 직군이라는 뜻이죠. 사무직이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이런 의미입니다.)
자, 자기 전문분야 별로 없이 떠돌던 2~5년차 사무직이 이직하기 위한 조언을 봅시다.
1.거짓말하지 말 것
- 내세울 경력이 없다고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하지 마세요. 면접이나 레퍼런스 체크 때 문제될 가능성 높고, 혹 취업하게 되었다 해도 이력과 달리 역량이 없다는 걸 알게되면 신뢰성이 확 떨어집니다.
2. Bluffing도 적당히 할 것
- 분명 해당 업무에서 주니어였을 것 같은데 자기가 프로젝트 매니저나 관리자의 업무를 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역시 면접때 스무고개 해보면 진실이 나옵니다. 탈락의 지름길!
거짓말도 하지 말고, 뻥도 치지 말라니…
내 너덜너덜한 이력,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내 직무 경력은 어쩌란 말이냐?
3.사무직에게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다음의3가지임. 이걸 강조할 것.
- 자기주도적 업무 처리
- 문제해결력
(문제해결력은 ‘혼란스럽거나 불명확한 상황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해서 대안을 찾아내거나, 다양한 대안들 사이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설득해내거나, 제시되고 있는 솔루션의 문제점을 찾고 새로운 접근 방법을 고안해서 이를 실천해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 순발력과 적응력
직무지식과 경험은 위의 3가지 특징을 보완하기 위한 능력이지 이 자체가 최우선순위가 아닙니다. 물론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경력직은 직무전문성이 아주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위 3가지 특징과 유사한 무게를 가질 뿐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특정 분야 경력이나 경험이 많으면 이력서 검토 단계에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면접가면 위 3가지 특징이 훨씬 힘을 발휘합니다.
4.강조하는 특징에 맞는 역량과 경험을 갖출 것
- 이게 좀 어려울 건데요, 자기주도성, 문제해결력, 순발력과 적응력이 있다고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 이런 능력을 발휘한 사례를 설명하기는 만만치 않습니다.
- 자기의 얼마 안되는 이력과 일관성없는 경험을 다시 차분히 적어보시고, 위의 3가지 키워드에 맞춰서 재조합을 해보세요.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보다보면 분명 저 3개의 키워드에 맞는 경험이 나옵니다. (정말 월급 루팡하면서 2~3년 보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사회생활 초창기엔 단순히 열심히라도 했을테니 그런 경험들을 위 키워드에 맞춰 ‘각색’해보시라는 겁니다.) 사람의 경험이라는게 묘해서, 이 시각에서 보면 엉망이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다른 시각에서는 나름 가치있는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소설을 쓰면 안되지만, 에세이스트가 될 수는 있으니 열심히 생각해보고 조합해봅시다.
- 그리고, 강조하려는 경험이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령 마케팅으로 갔는데 매장지원을 나갔다고 합시다. 경영학 이해가 별로 없을 땐 아무 상관없는 경험처럼 보이지만, 마케팅의 핵심이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기업 내부로 반영하는 업무인 걸 생각해보면 매장 경험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험입니다. 안에서 노트북만 붙잡고 머리속으로만 마케팅을 한게 아니라 고객을 직접 만나고, 고객의 경험이 집약된 곳에서 경험을 쌓았으니 고객의 보이스를 내부에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올라간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설명하려면 마케팅과 매장 경험의 관계에 대한 경영학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하겠죠?
5.떠돌이 경력을 연결하는 맥락이 반드시 필요함.
- 내가 원해서 이렇게 떠돌아다녔다는 뻥은 치지 마시고, 조직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일관된 목적 혹은 일관된 역량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식으로 어필할 것.
- 가끔 분명 떠돌이에 파편화되고 아무런 연관성없는 경력인데, 이걸 무리하게 하나의 스토리 (ex. “내가 사람만나는 걸 좋아해서 마케팅으로 들어와서 매장갔다가 인사팀 TF 갔다가 신사업팀 TF갔다가 재무팀 감사 대응 지원했다가…” 이런 경력인데 이렇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라는 뻥을 치는 거.)로 엮는 분들이 나오는데 그나마 없는 신뢰성 더 없어집니다.
- 대신 하나의 일관된 맥락은 필요합니다. 가령 “조직에 신입이 아주 소수였고, 저 뒤로 신입이 거의 안들어와서 어쩔 수 없이 이 부서, 저 부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직무에 관련된 깊은 지식이나 경험엔 불리했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역량을 얻었습니다. 하나는 혼란스럽고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기 중심을 잃지 않고 빠르게 필요한 일을 파악하고, 그 일을 최단 시간내에 해내는 능력, 그리고 수없이 다양한 사람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협업을 해내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같은 것들이지요. 레퍼런스 체크 같은 걸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단기간내 상황 파악을 해내고, 윗사람의 구체적 지시가 없어도 자기주도적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이라는 건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같은 식으로 말이지요. 파편화된 경력이라는 약점을 ‘다양한 상황에 대한 적응, 빠른 학습능력, 자기주도적 일처리’ 같은 식으로 바꿔낸겁니다.
- 혹은 “TF라는 곳들은 특성상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대단히 혼란스럽고, 시간에 쫓깁니다. 이런 곳에서는 순발력과 적응력, 그리고 자기주도성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원분야에 대한 지식이 남보다 많다고는 도저히 말씀 못드리겠지만, 순발력과 적응력은 분명히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윗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눈치를 보지 않고 제 의견과 생각을 분명히 전달하는 문제해결력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식도 괜찮은 설명이죠.
6.역량 강조에 비해 경험이 없을 것이기에 이걸 극복할 방안과 의지를 보일 것.
- 어쨋든 한 분야에서 꾸준히 일해온 사람보다 불리한 건 사실입니다.
- 재밌는게 불리한 문제를 상대가 먼저 꺼내면 내 약점이 되지만, 내가 먼저 밝히면 약점이 아니게 됩니다.
- 아예 노골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안도 생각할 정도로 성숙한 사람이 바로 나다 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좋습니다.
- 즉, “상품 개발 마케팅 분야에 경력으로 지원하면서 정작 상품 개발 업무 경험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장에 나가서 지원업무를 하거나, 신입사원 교육 TF에 나갔을 때처럼 상품 개발과 직접 상관이 없는 업무를 할 때도 그 일의 고객, 즉 매장에 온 고객이나 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상품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물론 이것만 가지고는 한참 부족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작년 하반기 이후 상품개발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xxx, xxx같은 수업도 주말 시간을 이용해 듣고 있고, 상품개발 분야에서 유명하신 xxx 같은 분들의 강연 등에도 참가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일 저 일을 하면서 회사내에서의 학습 능력을 키워왔고, 스스로 부족한 점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역량을 더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해도 좋겠지요.
요약해보겠습니다.
-사무직에겐 넓고 얕은 지식이 필요하다. 단, 이건 경력직 이직시엔 불리할 수 있다.
-사무직에게 필요한 최고의 역량은 자기주도성, 문제해결력, 적응력이다.
-일관성없는 경력들을 위 3가지 역량으로 잘 묶어 하나의 맥락을 만든다.
-부족한 전문 경험과 지식은 겸허히 인정하고 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할 로드맵을 공유한다.
-이 과정에서 거짓말과 뻥은 적당히만 친다. MSG 너무 많으면 짜서 안먹고 싶다.
[글쓴이 :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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