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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Jan 30. 2018

이직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준비

옮긴 회사도 똑같은 곳이면 우울하잖아요..

이직에 대한 기술적인 준비는 외부 글에서도 찾기 쉽고, 여기 블로그에서 몇 개가 있기 때문에 차분히 읽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직을 위한 마음 준비를 좀 다루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직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준비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직에는 회사 찾기나 이력서 준비, 면접 준비, 연봉협상, 각종 서류 준비, 현 회사 퇴사 진행 등의 복잡하고 긴 절차가 소요되기 때문에 실질적 준비에만 관심사가 맞춰집니다. 그러다보면 이직이라는 문 너머의 삶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어렵죠. 그저 좀 더 나은 회사, 좀 더 많은 연봉, 좀 더 높은 직급 정도로 만족하고 이직하기 마련이고 결과는... 높은 확률의 실패입니다.


많은 경우 직장인의 이직은 현재 직장에 대한 불만이 트리거가 됩니다. 순수하게 더 큰 꿈을 위해 이직하는 경우보다는 현재 회사에서 문제되는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이직하는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옮긴 회사에서도 이전 회사와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엄청 당황스럽고, 후회가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이직은 실무 준비만큼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직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한 준비 말이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1. 이직 목표를 아주 좁게 잡자.


묘하게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꼬이는 사람들이 있죠. 매번 나쁜 사람에게 당하고도 그 다음 연애 대상 역시 나쁜 사람입니다. 심리학적으로 의존성이 강한 성격에서 생기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결국 상처받은 마음을 한방에 해결하려고 하는 욕심 때문입니다.


꿈을 좇아 떠나는 이직은 큰 문제 아니지만, 현재 조직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이직을 하는 경우, 바라는게 너무 많다보니 이직 과정에서 실패하게 되는 것이죠.


연봉, 조직문화, 승진기회, 직무 도전 기회, 착취적 노동관행 등이 싫어서 이직하려는데, 정작 이직하면서 후보회사를 고를 때 이 모든 걸 전부 충족시켜줄 회사를 고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세상에 그런 회사는 거의 없죠.


삶의 지혜 중 하나가 기대치를 낮추는 것입니다. 무턱대고 아무 회사나 들어가라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꼼꼼히 살피되, 일단 들어가기로 마음 먹는 순간 자기가 현재 회사에서 가장 불만이었던 사안 한 두개 정도만 명확하게 새로운 회사에서 해소될 것으로 판단된다면 다른 부분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가라는 뜻입니다.


연봉이 좋으면 기대치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가 늘어나고, 유명한 큰 기업에 가게 되면 주변 인력 대비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크거나 역량 차이 때문에 허덕이게 될 겁니다. 조직 문화가 정말 좋은 경우 아마도 회사 실적이 별로 좋지 않아 고민일 것이고, 직급을 높게 받아가면 새 회사 동료들의 시샘을 받게 되거나, 밑에 직원들을 통솔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겠죠. 노동 관행 등이 좋은 기업이라면 반대로 승진 기회나 업무 역량을 펼치는데 한계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즉,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하는 이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회사에서 겪고 있는 문제 중 나를 가장 괴롭히던것 한 두개만 새로운 회사에서 풀린다면 그 이직은 성공한 이직입니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또 새로운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건 그 때 가서 고민하면 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이죠.  



2. 한 번에 한 계단씩!


이직 목표를 좁게 잡자는 이야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슈가 있습니다. 주로 회사 선택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일텐데, 연봉을 기대치에 맞추면 직급이 문제가 되고, 연봉과 직급까지 맞추면 회사 규모나 명성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입니다.


이런 외형적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는 대부분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이런 저런 기회를 통해 대기업에 가는 경우죠. 하지만 이 경우도 직급이나 업무 영역은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경력 인정을 제대로 못받을 가능성도 많구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이냐는 아래에 적겠지만, 이직 한 번에 목표 하나가 만족되면 커리어에서 순항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번에는 연봉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목표라면 다른 요소들은 옆그레이드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죠. 그게 나의 정신 건강에도 좋고, 새로운 회사에서 성과 발휘하는데도 유리합니다.


자꾸 한번에 여러 가지를 해결하려다 보면 회사 선택이나 협상 과정 등에서 스텝이 꼬일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연봉과 같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들 이외의 조건들은 구두로 한 약속과 실제 상황이 다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가령 특정 업무를 정해서 갔는데 그 사이 상황이 바뀌어서 다른 업무를 해야 한다던지, 직급을 약속받고 갔는데 회사 내부 규정상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던지 하는 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이런 걸 따지기 시작하면 자기 선택이 잘못된 것 같아 후회만 들고, 새로운 조직에 적응을 우선시하기보다 가면서부터 불평불만을 쏟아내기 마련입니다.



3. 직무나 회사보다 성장 기회가 최우선이다.


2~7년차에 이직에서 중요한 항목의 우선 순위를 뽑자면 큰 기업에서 일해보는 걸 최우선으로 두길 권장합니다. 단지 시스템을 배우라거나 여러 조건이 좋을 것이라서 그러는게 아닙니다.


큰 회사엔 내가 이전엔 만나보지 못했던 탁월한 역량의 인력이 존재합니다. 역량 차이 때문에 기죽거나 따라잡느라 힘겨울수도 있지만, 주니어 때 가장 큰 성장 기회는 나보다 월등히 뛰어난 인력들 사이에서 중간만 가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죽도록 일하는데서 옵니다. 꼭 동료가 아니더라도 상사나 옆 부서 직원들, 심지어는 부하직원 중에서도 탁월한 인력이 존재하는 것이죠.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고, 커리어에서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대상이 생길 수도 있는 기회이니 상황만 된다면 큰 기업을 권장드립니다.


그 다음엔 직무에서의 자율성 혹은 내가 업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유도가 있느냐의 여부입니다. 의사결정권까지는 갖지 못하더라도 작은 업무들을 독자적으로 처리해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것보다 훨씬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사회생활 10년차까지는 역량의 성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봉이나 기타 다른 요소는 성장에 비하면 부차적 문제라는 거죠. 연봉의 중요성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역량이 쌓였을 때 받게 되는 기대 연봉의 합이 주니어 때 조금 많이 받았다가 승진이나 발탁 등의 기회가 없어서 중간에서 주저앉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입니다.



4. 좋은 곳보다 Track record가 우선이다.


직장인이 자신을 말해주는 건 결국 실적과 성과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기업을 다녔다고 해도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건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결과를 내었는가인데, 이걸 Track record라고 합니다.


큰 기업체 출신이라는 건 대략 10년차까지는 이직시 힘을 발휘하죠. 당연히 연봉 협상 등에서도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연차가 되어 job market에 나오는 경우 회사 이름은 슬슬 부차적 고려 대상이 되고, 이 사람이 과거에 무슨 프로젝트를 어떻게 수행했는가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독자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프로젝트 내용과 그 사람의 연차를 조합하면 그 사람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얼마만큼 했을지, 그래서 조직에 어떻게 기여했을지를 대략 그려낼 수 있습니다. 사회생활 연차가 일정 단계로 올라오면 경력이 10년 이상 벌어지는 사람의 이력서를 보면 상당한 정확도로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역량과 태도를 갖췄는지 맞춰낼 수 있게 됩니다. 마치 중학생 조카의 수학 문제 풀이 노트를 보면 그 녀석의 학교 석차를 짐작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명심하세요. 대기업이나 힙한 스타트업 등 회사 이름값보다는 Track record를 쌓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우선입니다.



5. 엣지는 면접때까지만 세우고, 이직후엔 조직원의 삶을 살자.


이직 준비를 하다보면 자꾸 눈에 띄는 스토리를 짜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전문성을 생각해내고, 자기 이력을 그 스토리에 끼워 맞춥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다 그러니까요.


하지만 이직 과정에서 지원과 면접이 반복되다보면 스스로도 이런 허황된 스토리를 믿게 됩니다. "내 전문 영역은 OO이다."라는 식으로 자기 확신을 갖게 되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서도 자기 영역, 자기 전문성을 지킬 수 있는 업무만 하겠다고 집착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면 조직에서 소외되기 십상입니다. 경력 입사자가 왕따가 되는 가장 흔한 경우죠. "내 전문분야는 OOO이고, OOO과 상관없는 업무는 전문성에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직 면접까지는 엣지를 세워야 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직은 기본적으로 스페셜리스트들의 세상이므로 본인만의 특성을 어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직에 들어오는 순간 모든 우선순위는 조직 그 자체가 됩니다.  


회사에 특정 직무가 존재하는 이유, 그리고 그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이유는 결국 조직이 잘되자는 것입니다. 팀이 좌초할 상황이라면 직무전문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죠.


무턱대고 아무거나 다 하겠다는 마인드는 지양해야겠지만, 새로운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팀과 조직의 방향성이 인지가 된다면 다른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조직에서도 당신을 식구로 인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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