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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Apr 20. 2016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아이맥스3D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한편의 영화로서는 최악인 불친절한 퍼즐게임이자 그저 거대한 이벤트!
(스포일러 없음)

금요일 오전에 CGV왕십리 아이맥스3D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를 보고서는 이제야 시간이 되어 지각리뷰를 올린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는 처음 영화 제작 소식을 접하고서는 슈퍼맨이랑 배트맨을 싸움 붙인다는 유아적 발상에 우려가 먼저였고, 이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려는 기대감으로 바뀌었었다. 유치함을 거두어내고 정당한 싸움의 이유와 목적, 상황이 된다면 배트맨 대 슈퍼맨은 슈퍼히어로 간의 세기의 대결이니 말이다. 관심을 안끌수가 없는 이벤트 아닌가? 물론 여전히 '신'급인 슈퍼맨과 '인간계' 배트맨이 정당한 대결을 펼칠 수 없다는 전제는 쉽게 변하지 않으니 신경은 쓰였지만 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를 이야기하면서 맨 오브 스틸(2013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공식적으로는 '맨 오브 스틸' 즉, 슈퍼맨의 속편이라고 한다. 영화도 맨 오브 스틸의 마지막 장면인 메트로폴리스 전쟁장면에서 이어진다. 신급 능력을 가진 외계인들을 처음 접하고 그들의 능력에 의해 초토화되는 메트로폴리스를 경험하면서 건너편 도시인(?) 고담시 배트맨이 슈퍼맨을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면서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 성사된다. 이게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스토리이다. 이후 누가 이기느냐고 묻는다면 스포일러이니 이야기할 수는 없고, 배트맨과 슈퍼맨의 대결이라는 이벤트는 누구나 예상하는대로 그저 이벤트이고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다른데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이 앞으로 DC코믹계열의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기 위한 출발점임을 생각하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예고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비쥬얼리스트이다. 그의 영상을 만드는 뛰어난 감각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감독이다. 그가 만든 영상을 보고 있으면 뇌의 감각적인 영역을 마구 망치로 두드리는 듯한 쇼크와 자극을 받는다. 상상을 넘어서는 그의 감각을 사랑한다. 단지 그 뿐이다. 그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야기꾼으로서는 꽝이다. 내가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단지 순간순간 인상적인 영상들 뿐이다. 그런 면에서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나쁘지 않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영상을 마구 뿌려놓는다. 황홀할 지경이다. 그 바람에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나름 재밌게 봤다. 하지만 그 영상의 임팩트는 '맨 오브 스틸'에 한참 못미친다. 인간계를 넘어선 슈퍼맨과 조드 장군으로 대표되는 신급 대결을 리얼하고 화려하면서도 설득력있게 표현해냈다. 특히 그 디테일한 묘사 하나하나 덕분에 말도 안되는 능력의 대결에 현실감을 부여했다. 어찌 보면 대결이라는 점만으로 놓고 보면 이미 슈퍼맨은 '맨 오브 스틸'에서 빅카드를 써버렸을지 모른다. 어렸을 적 나를 보자기 둘러매고 2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게 만든 슈퍼맨의 매력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과거 크리스토퍼 리브 버전 SF고전걸작 슈퍼맨 시리즈의 1편과 2편에서 왔다. 특히 2편의 조드 장군과의 대결은 어렸을 적 충격이었고 어린 마음에 평생 잊지 못할 각인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처음부터 신과 인간의 대결인 슈퍼맨과 배트맨 대결은 맨 오브 스틸만큼의 강렬함을 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점은 맨 오브 스틸을 보자마자 속편이 나오면 이 이상을 보여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예고편에 나온 것처럼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엔딩 액션 장면에 최강빌런 '둠스데이'가 등장을 했음에도 그 스케일은 '맨 오브 스틸'을 넘어서지 못한다. 애초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황홀하고 멋진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상이기는 하지만 '맨 오브 스틸'만큼 머릿속에 각인을 남길 수준은 아니다. 이는 캐릭터 여럿이 동시에 액션장면에 나오다 보니 당연히 장면묘사 디테일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맨 오브 스틸'은 액션장면에 나오는 캐릭터수가 제한적이고 한번에 여러 곳을 카메라가 비출 필요가 없다보니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했다. 마치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트랜스포머의 액션장면들이 1편 전체와 2편 숲속에서의 전투 장면 이후로 그다지 감흥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근본적인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문제는 스토리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이야기꾼이 아닌탓에 유독 그의 스토리를 엮는 능력이 떨어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이건 총체적 난국이다. 냉정하게 한편의 영화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이후 나올 영화들을 위해 영화의 흐름을 툭툭 끊어서 짜증을 유발했던 아이언맨2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 비하면 양반이다. 슈퍼맨이 나오고, 배트맨이 나오고, 렉스 루터가 나오고, 간간히 원더우먼까지 등장하는데 영화 전체를 관통하여 힘있게 이끌고 나가는 '스토리의 힘'이 실종되었다. 슈퍼맨이 나오면 슈퍼맨 영화가 되었다가, 배트맨이 나오면 갑자기 배트맨 영화가 되었다가, 랙스 루터가 나오면 갑자기 랙스 루터 영화가 된다. 원더우먼은 몇장면 안나오지만 원더우먼이 나오면 갑자기 원더우먼 영화가 된다. (정말 이번 영화에서 원더우먼의 존재감은 탁월하다. 몇장면 만으로 영화전체를 원더우먼 영화 예고편으로 만들어버렸다) 이 마저도 각 캐릭터들의 서브 스토리 하나하나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니 영화는 수십개의 분절된 이야기가 각각의 장면이 되어 얼기설기 이어서 붙어있기만 하다. 완전히 누더기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장면과 장면이 바뀌면서 머릿속에 '왜 저렇게 생각하지?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는 생각이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차라리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들처럼 인간의 무의식이나 자유연상을 쫓는 영화라면 이해할텐데,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런 것을 의도한 영화는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아무리 이해심을 넓혀봐도 이것은 관객들에게 매우 불친절하고 영화 한편으로서의 소임을 망각한 부분부분 스토리들을 대충 마루에 뿌려놓고 알아서 맞춰보라는 식의 퍼즐게임에 불과하다. (맨 오브 스틸도 스토리가 듬성듬성한 편이기는 했지만 슈퍼맨의 성장스토리가 중심을 단단히 잡고 있어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퍼즐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거기에 맞는 단서를 주고 두뇌게임을 해야 하는데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왜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과 근거가 턱 없이 모자라서 그들의 대결에 정당성과 목적성도 제대로 안보이고 대결 이후에 진행되는 과정은 그저 뜬금없이 느껴진다는 거다. 솔직히 "뜨악"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물론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의 존재 목적을 생각하면, 본질적으로 그들의 대결이 목적이 아니지만 영화의 흥행을 위해서 그 요소를 팔았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책임을 졌어야 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을 DC캐릭터 중 인지도가 높은 배트맨과 슈퍼맨을 앞세워 관심을 끌기 위한 거대한 마케팅 이벤트로만 활용하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손한 DC의 의도에 속은 느낌을 갖게 한다. 여기에 낚여서 앞으로 진행될 DC코믹 영화들에 대한 밑밥을 충분히 구경했고 앞서 말한 각각의 분절된 스토리 퍼즐조각들을 이후 진행될 DC코믹 영화에서 활용하게 될 것 같으니,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은 역대급 규모의 역사상 가장 비싼 예고편처럼 느껴진다.

원더우먼과 랙스 루터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최대의 수혜자이다. 다들 원더우먼의미친 존재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이건 그저 영화로 확인하라는 말 밖에 못하겠고, 제시 아이젠버그가 새롭게 해석한 렉스 루터는 맥이 끊기는 스토리 속에서도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기력 만으로 엄청난 아우라를 발산한다. 아동적 학대와 콤플렉스가 만들어낸 천재 괴물을 단지 대사 몇마디와 연기만으로 짐작하게 만들어 그의 행동 대부분을 이해하게 만들 정도이 말이다. 물론 제시 아이젠버그의 천재적인 연기와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그 외 탄탄한 조연진들의 연기력으로도 구멍이 심하게 뚫인 스토리를 구재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 대해 안좋은 점 중심으로 리뷰를 하기는 했지만, 이런 역사상 대결을 영화관이라는 큰 스크린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마지막 한시간 정도에 몰려있는 액션장면들과 영화 전체를 원더우먼 영화로 만들어 버리는 원더우먼의 등장, 슈퍼맨의 궁극의 최강빌런으로 배트맨 조커와 동급인 렉스 루터의 인상적인 연기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은 흥미로운 이벤트이다. 그리고 처음 관람하고 이후 재관람을 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 스토리가 무의미하다 싶은 영화인데 이를 충분히 감안하게 만들테니 스토리 대신 다른 떡밥요소들을 볼 수 있게 되고 화려한 영상에 오롯히 집중할 수 있게 되니 이후 나오게 될 DC코믹 계열 영화들을 생각하면서 그저 신나게 이벤트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스크린 사이즈의 CGV왕십리 아이맥스에서 3D로 봤는데, 거대한 규모의 대결에 맞춰 거대한 스크린과 터질 듯한 사운드가 어울리기는 했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에 걸맞는 최적의 관람환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한눈에 명확하게 보여야 하는 장면을 놓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하고 전작인 '맨 오브 스틸'과 달리 어두운 장면이 너무 많아서, 너무 큰 스크린과 3D는 적합하지 않았다. 인상적으로 3D를 활용할만한 부분도 거의 없고, 아이맥스 사이즈 화면을 풀스크린으로 써야 효과적인 장면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2D로 짱짱하게 선명한 스크린으로 적당히 큰 화면 정도면 좋을 듯 하고, 대신에 웅장한 장면에 걸맞는 빵빵한 사운드인 영화관이 최적일 듯 싶다. 그런 환경으로 이 역사적인 이벤트를 재감상할 계획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2016,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헨리 카빌 (클락 켄트/ 수퍼맨 역), 벤 애플렉 (배트맨 역), 에이미 아담스 (루이스 레인 역), 로렌스 피쉬번 (페리 화이트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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