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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r 28. 2018

과거가 미래와 통하며 현재가 산산히 부서지는 쾌감

(노 스포일러)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리뷰, 스필버그, 영화평

레디 플레이어 원, 과거가 미래와 통하며 현재가 산산히 부서지는 신나는 체험   (평점 9.5/10)
- 레디 플레이어 원 CGV천호 아이맥스3D -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얼마나 기대하는지 구구절절 남겨놓았던 터라 그 이야기는 더이상 하지 않겠다. 오히려 기대가 너무 커진만큼 영화를 보고 실망할 확율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금요일 저녁 예매를 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지 못하고 개봉날 달려갔다. 그 결과는... 금요일 예매한 2회차까지는 영화가 어떻든 각오한 바 였고, 수년만에 3회차, 4회차까지 달려갈 기세다. 오늘과 금요일은 아이맥스3D인데, 그냥 짱짱한 화면인 2D로도 궁금하고, 오랜만에 4DX도 탐난다.




레디 플레이어 원은 예고편과 포스터를 통해 기대하게 만든 부분을 정확하고 정직하게 보여준다. 과장 없는 정직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었다. 요즘 흥행을 위해 홍보 단계에서 MSG를 엄청나게 뿌리는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영화는 홍보과정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상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예고편에 담긴 것들은 새발의 피다. 영화 전체적으로도 계속 놀라움의 연속인데, 휘몰아치는 엔딩 부분에서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아~ 딱 하나,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예고편에서 귀를 붙잡았던 팝송 'Take on me'가 정작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철저히 올드하다. 80년대 아날로그 시대의 전형이다. 포스터만 봐도 전형적인 70-80년대 상업영화 스타일이다. 거기에 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아우르는 팝컬쳐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자 배경, 스토리와 캐릭터까지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스토리만 봐도 80년대 유행하던 10대 소년 소녀 중심의 모험영화의 문법을 그대로 쫓아가며 어찌보면 지금 기준에서 조금 싱겁고 너무 낙천적이고 쉽게 풀려가고 엔딩이 교훈적이고 착하다. 그 부분 때문에 조금 밋밋하게 느껴질만한 요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한눈 팔지 않고 아날로그에 완벽하게 집중한다. 여기서 욕심을 부렸다면 오히려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되었을 것 같다. 





올드한 스토리에 또다시 올드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음악, 게임 등 70-90년대 대중문화, 팝컬쳐를 자양분으로 레디 플레이어 원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재미있는 것은 아날로그 문화의 전성기지만, 21세기 디지털 시대보다 더 미래지향적이고 디지털스러웠던 것이 그 당시 팝컬쳐였다는 점이다. 그 바람에 최신 기술과 디지털 시대에 맞춰 영화가 중무장했음에도 이렇게 착착 궁합이 잘맞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결합이 환상적이다. 과거가 현재 보다 더 미래와 통하는 희안한 쾌감이 온몸을 감싼다. 
(이 부분은 영화를 기다리며 쓴 기대평을 한단락 거의 그대로 가져오겠다. 그 기대감이 그대로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보다 더욱 21세기스러웠던 미래적 느낌의 80년대 팝송을 배경으로, (마케터로서 직업병이 발동하여) 어떻게 저기 나오는 캐릭터들과 배경의 저작권을 다 풀어내었는지 쓸데없는 걱정을 하게 만들면서, 인류역사상 유례없는 전세계 경제 최호황기에 세상 가득 꿈과 희망이 넘치고 상상과 낭만이 폭발하던 시절의 모든 문화콘텐츠와 아이콘들이 모조리 캐릭터와 배경으로 등장한다! 스필버그가 작정하고 쏟아낸 듯 싶다! (저작권들만 해도 이건 스필버스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 같다, 스필버그니까 믿고 쓰도록 해준 것이 아니면 이렇게 다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과거가 현재를 압도하고 미래와 통하는 동시에 현재에 맞춰 근미래를 보여주는 SF영화의 정석이기도 하다. 그저 상상하는 세계를 담는게 아니라 현재를 봤을때 그려지는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다. 스토리만 봐도 이야깃거리는 아날로그지만, 영화와 게임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지워버렸다. 이제까지 게임을 영화화하면서 수없이 시도해왔지만, 게임처럼 단계별로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을 가장 자연스럽게 영화로 옮겨놓았다. 거기에 드론과 가상현실, 온라인 시대와 기술들이 구현되는 미래를 완벽하게 구현해놓고 영화 속에 중요한 장치들로 적극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이 역시 오버하지 않고 그냥 그 미래세계에 있는 양 현재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 미래상이 들떠보이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특히 S사 다니던 2005년 사원 시절, 21세기 가상현실이 화두가 되면서 가상현실세계에 대응하는 TFT로 착출되어 그 당시 유행하던 '세컨드라이프'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금 그 시절이 기술이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온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그 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세컨드라이프'가 구현해놓은 세상은 분명히 획기적인 것이었지만, 현실과 가상현실을 이어주는 기술이 부족하여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가능한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와있고 그것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이 생생히 스크린에 구현했다. 그 때 경험을 떠올리며 현재와 미래가 언제 어떻게 될 지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더라.





질주하는 스토리와 곳곳에 배치된 자잘한 반전들, 70-90년대 아이템과 캐릭터, 배경들과 음악, 다양한 스타일의 액션과 볼거리를 내가 직접 겪는 듯한 체험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올해 최고 평점을 주게 만들었다! 무조건 강추다! 이 영화 정말 미쳤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유일한 아쉬움은 Take on me이 안나온다는 거다. 아아아아아~~~~

※ 아는만큼 보이는 영화다. 영화 런닝타임 동안 넣을 수 있는 모든 대중문화를 최대한 우겨넣었다. 특히 오프닝과 엔딩은 캐릭터들이 튀어나올때마다 탄성의 연속이다. 물론 중반부도 마찬가지지만, 중반부는 영화 샤이닝 이미지가 워낙 강해서 다른 건 기억도 안난다. 아! 이거 보기 전에 (내가 최고로 치는 공포영화 중 하나인) 공포영화 걸작 샤이닝은 필견이다. 뭐뭐 나오는지 입이 근질거려 못살겠다! ㅋㅋㅋㅋ

※ CGV천호에서 아이맥스3D로 봤는데, 초대형 스크린에 3D는 강추다. 솔직히 화면의 질이나 3D효과가 인상적일 정도는 아니지만, 가상현실세계 오아시스에 접속하는 장면과 몇몇 장면들만으로도 돈이 아깝지 않다. 

※ 참, 쿠키 없이 깔끔하게 끝난다! ㅎㅎ


레디 플레이어 원 (Ready Player One , 2018)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출연 마크 라이런스, 사이먼 페그, 올리비아 쿡, 타이 쉐리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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