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실사영화도 접수한 연상호 감독의 날선 감각!
(평점 : 9.5/10)
영화 부산행은 개봉 전부터 개인적으로 크게 기대하던 영화였다. 오죽하면 쟁쟁한 헐리우드 영화들을 뒤로 하고 7월달 가장 기대하는 영화로 꼽았을 정도이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연상호 감독에 대한 무한한 신뢰 때문이었다.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사이비, 창, 돼지의 왕까지 내가 본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항상 기대를 훨씬 능가하는 전율을 줬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한껏 날이 선 시선과 숨막히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 장면 하나하나 대사 하나나 허투로 쓰지 않으면서 영화를 꽉 차게 만들지만 도를 넘어설 정도로 오버스럽게 하지 않고, 어떤 소재도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만들어낸다. 거기에 관객을 쥐락펴락하면서 영화 호흡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영화를 뚫고 밖으로 터져나오는 넘치는 에너지가 사람을 압도해버린다! 영화 부산행은 이런 나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이다. 애니메이션과 달리 실사영화는 그림을 만화처럼 완벽하게 통제하기가 어려워서 그 부분은 우려가 되었으나, 그래도 믿었다! 그리고 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 부산행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좀비재난물이라는 소재에 맞춰서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다. 실재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지만, 감독의 이전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나왔던 캐릭터들과 외모나 성격이 겹쳐져 보일 정도이다. 대중 실사 영화인만큼 수위는 조금 낮아졌지만, 사회와 인간을 날카롭게 살피면서 찌르는 날은 여전하고, 현재를 배경으로 부산행 KTX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실사로 만드는 현실감을 오히려 애니메이션일 때보다 강력해졌다. 각각의 인물들을 또렷하게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로 만들어서 거대한 좀비 재난 속으로 몰아넣고 그들과 함께 관객이 생존을 위한 부산행 여정을 떠나도록 만들었다. 넘치는 에너지와 미친듯한 긴박감과 긴장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나오더라! 보고 있자면 작년에 개봉했던 매드맥드 분노의 도로처럼 관객을 탈탈 털어 진빠지게 할 정도이다.
좀비영화가 한국에서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또한번 놀랐다. 헐리우드나 영국, 몇몇 나라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는데, 영화 부산행은 월드워Z와 레지던트이블 1편을 현재 시점의 한국으로 가져와 합친 듯한 재미를 준다. 어설픈 CG로 도배하거나 난감한 저질 분장으로 몰입도 떨어지는 좀비가 아니라 그냥 현실에서 나올 것 같은 좀비들을 어마어마하게 준비해서 관객을 미치게 만들어버린다. KTX라는 제한된 공간과 처음과 중간중간 서는 역들을 이용한 오픈된 공간까지 적절하게 배치해서 두 배경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골고루 배치한 구성력도 아이디어가 좋다.
사실 영화 부산행의 요소 하나하나를 분리해서 본다면 새로운 요소는 없다. 하지만 새롭지 않아도 기존 것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개성을 불어넣어 잘 만들어내는지 역시 창의적인 것임을 영화 부산행은 명확하게 증명한다.
아~~~ 전율이다! 기대를 훌쩍 넘은 것도 모자라, 압도적인 올해 최고의 영화다!
※ 영화 부산행의 프리퀼 격인 혹은 부산행에서 나오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만든 애니메이션 서울역도 곧 공개된다고 하는데 정말 기대된다. 부산행에 나온 노숙자 캐릭터가 서울역과 연관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 CGV천호 아이맥스2D로 봤다. 영화 부산행이 아이맥스 포멧이 아니라 아이맥스 스크린에 디지털 상영이었지만, 시원하게 화면 꽉 차는 영상에 압도되는 맛이 최고였다.
부산행 (Train To Busan, 2016)
감독 연상호
출연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