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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Sep 26. 2018

스타트업 시장만큼 유행에 민감한 곳도 없다

알렉스넷, 스타트업, 블록체인

스타트업 시장만큼 유행에 민감한 곳도 없다. 마케터로서 15년차로 다양한 산업과 시장을 겪었어도 이 정도로 트렌디한 곳을 본 적이 없다.


요즘 유행하는 기술은 다들 이미 예상했겠지만, 바로 '블록체인'이다. 작년까지 다시 AR과 VR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다시 화두가 되었는데, 올해는 단연코 블록체인이다. 정말 별의별 사업아이템 앞에 '블로체인 기반'이라는 말이 붙는다. 하물며 이미 코칭했거나 심사했었거나 해서 혹은 스타트업 서칭 과정 중 어떤 사업아이템인지 잘 알고 있는 경우인데도, 언젠가 그 앞에 '블로체인 기반'자가 붙어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부분 굳이 블록체인일 필요가 없는 사업아이템들도 죄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하겠단다. 그래서 이미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을 잘 알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그건 필요없어 보인다고 이야기하고 "왜 블로체인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가?" 물으면 블록체인에 대한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줄줄 이야기한다. '블록체인'이 수단인데 왜 목적으로 이야기하는지 계속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블록체인 기반'이 앞에 붙지 않으면 정부나 기관 주도의 스타트업 시장에서는 주목 받기 힘들다. 즉, 한마디로 정부돈을 끌어오기 어렵다. 반대로 정말 말도 안되는데 기존 사업아이템에 블록체인을 붙인다고 하면 지원받을 확율이 높아진다. 매번 이런식이니 항상 '수단'이 '목적'을 앞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하다못해 수많은 인큐베이터나 엑셀러레이터들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돈을 끌어오려면 '블록체인'이 들어가야 하니, 멀쩡한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라고 종용한다. 투자로 돈줄까지 쥐고 있는 경우, 불필요한 것을 알면서도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블록체인을 붙이고 있다.


또다른 유행은 '채용'이다. 역시나 정부나 기관 주도의 지원사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강력한 조건이다. 스타트업 사업 초기와 중기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정말 필요할 때, 정말 필요한 인원만을 뽑아서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지원사업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되는, 솔직히 자금확보 보다도 훨씬 더 난이도가 높은 채용과 조직관리를 하라고 스타트업들을 떠미는 형국이다. 경제가 엉망이고 취업율이 낮은 상황에 이해가 안되는 바는 아니나, 사람 뽑아서 쓰는게 스타트업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관심이 없다.


자금지원을 명목으로 채용은 아마도 앞으로도 수년동안 스타트업에 짐을 부여할 것 같고, 블록체인 유행은 언제까지 갈까 살피고 있다. 또다른 기술이 유행을 타면 곧바로 다들 그 기술로 하겠다고 한꺼번에 바뀔거다.


도대체 스타트업 창업가 각각의 사업아이템과 사업모델에 제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걱정이다. 모두 자기 이해관계에 맞춰서 이용하려고만 하니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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