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에 대한 보호가 없다면 맞벌이 부부는 역사속 단어가 될 수 밖에
감사하게도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두 딸 모두 등원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맞벌이라는 이름으로
파듯한 생활비와 대출을 갚아나가며
세일하는 예쁜 옷도 가끔 사서 입히고
내 아이들 맛있는 음식도 먹일 수 있는
잔잔한 호사를 누리고 산다
선생님들께 다른 해드릴 것은 없어,
매일 써주시는 키즈노트에 나도 소상히
답장을 담아드리고 있고,
등하원때 인사 잘 드리는 정도와
또, 소소한 한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3년 째 어린이집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리를 자랑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내 아이를 위해
아빠로써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이를 통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어린이집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본다 * 부모 참여 수업, 일일 도우미 참여 등
위원장이랍시고 뭔가를 행사하는건 전혀 아니고,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예산 및 기타 분기별 행사나 이슈 등에 대한 협의가 주 역할이고
스스로 부여한 내 역할은 “진상 부모”가 목소리 내지 않도록
(적어도 운영위원회 내에서라도)하는 것이 내 소임이라고 보고,
그런 부분들을 지혜롭게 설득하는 정도의 역할을 하려한다
특히나 최근 몇년 그만두는 선생님들,
사회의 흉흉한 이슈들을 보면서
“선생님들 보호장치”에 대한 메시지라도
운영위원회 회의록에나마 남겨보려는
근거를 제시하고자 하는 작은 힘을 보태고자.
첫째 딸의 두번째 수료식이 진행되는 어느 겨울,
회사에 있는데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담임 선생님께서 아빠가 키즈노트 답장 써주신
내용 보고 고마웠다고 조금 글썽이셨다는데
참 기분이 묘하다. 손편지도 아닌 그저 키즈노트의 답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한 것 뿐인데 그게 감사하다고 글썽이시다니.
나는 당연하게 키즈 노트 답장을 쓴다.
매일 우리 아이의 일상을 찍어주시고,
글로 적어주시니 대화하는 것처럼 감사한 부분,
염려되는 부분을 적다보면 편지처럼 내용이 담긴다.
길게 쓰는 이유를 묻는 사람도 있고,
안써도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인생 철학 기준에선 이건 "당연한 소통"이다.
내 아이를 위해 수고해주시는 선생님께서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 것에 대해
나는 대답을 하는 것 뿐..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마음에 동하는게 있었다고
말하는 사실이 감사하기도 하면서
참 여러모로 어린분들이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른으로서 마음이 짠하다.
출산률이 날로 떨어진다고 한다.
사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입장에서
회사도 다녀야하고 집도 챙겨야하는데
"어린이집이 없으면" 맞벌이는 꿈도 못 꿀 일.(정말이다)
무거운 법과 제도, 원칙이 있지 않고서 사회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에게 제공하는 건
'막연한 희생'과 '턱없는 보상'이라는 굉장히 구시대적인 사회적 이기주의 그 뿐 아닌가.
선한 선생님과 부모, 그리고 아이가 다같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사실 강력한 보호조치, 신고, 과태료 부과, 강제 퇴소 등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20년도 더 전에 이미.
당장 출퇴근하면서 전철의 임산부석만 봐도,
제대로 산모를 위해 비워진 날이 있긴 하던가?
QR코드 인식으로 좌석 개방을 하는게 맞는 시대다.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충분한 정보의 공유가 부족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선생님이, 보육 시설이
아이들을 온전히 잘 품을 수 있는 지원과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완전히 형성되기는 아직 힘든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 안타깝다.
나이 어린 선생님들께 해드릴 수 있는
나름의 보답은 부모의 감사와 전적인 존중뿐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선생님들을 존중하는 마음이
아주 조금 통했다고 생각했던, 그런 경험이 올해 우연히 찾아왔다.
퇴근길 전철역에서 "S 아버님!"이라고 누가 불러서 고개를 돌려보니,
첫째 딸의 어린이집 2번째 반 (지금은 그만두신)담임선생님이 서 계셨다.
굉장히 반갑게 인사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회사 근처의 직장인 어린이 집으로 이직하셨다고 하셨기에
모른 채 지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인사를 주신 점에 감사했고,
못 전해드렸던 마음도 같이 말씀드렸다. 짧은 순간이지만.
너무 잘되셨다. 선생님이 워낙 잘하시니 좋은데서도 찾아주신 것 같다.(우리 어린이집도 좋지만)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는데 딸이 너무 선생님 좋아했다. 너무 사 드린다.
이런 감사 말씀을 드리고 마지막으로는,
"아저씨인 제 입장에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게 있습니다.
꼭 선생님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셔야되요."
별 것 아닌 말씀을 몇가지 드렸을 뿐인데,
선생님의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는 느낌이었고 서로 목례를 나눴다.
오가며 또 뵙자는 아저씨다운 인사를 건내드렸고,
다른 열차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뭔가 '아이 아빠'로서 느끼는 처음의 감정에 나도 약간은
당황했지만, 진심은 어떻게든 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 좋은 사람만큼 나에게 좋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키즈노트에 써 드렸던 감사 문구 마지막 두 문장로 오늘의 생각을 마무리하고 싶다.
여러모로 몸과 마음을 바쳐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덕에 우리 딸은 올해도 잘 컸습니다.
더욱 사랑받고 바르게 크는 우리 딸이 되도록 가정에서도 아빠가 엄마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