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면서 매일 마주치는 괴로운 고민들. 그래, 세상의 잘못이다.
아이가 독감이라 휴가를 냈다
쉬는 와중에도 회사에서 몇번이나 연락이 왔다
이제는 굳이 착하게 연락을 받지 않는다
남들 다 싫은 티 내는데 뭐 어떤가 싶어서
그러면서, 둘째가 하루종일 짜증과 화를 내길래 참다 참다 결국 저녁에 폭발해버렸다. 화를 내니 눈치를 보면서 자기도 씻겠다며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니 영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첫째부터 재우고 둘째를 재우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 몸이 아파서 아빠한테 투정부린걸텐데
아빠가 이해 못해주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그 말을 들은 둘째가 배시시 웃으며 멋쩍은 듯 옆을 보며 나에게 대답했다.
그냥 내가 미안해 아빠
계속 눈을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사랑하는 딸 잘자라고 이마에 키스를 해주고 토닥토닥 잠을 재웠다.
그럴때일수록 자책하지 않아야한다는 것도 안다. 인생은 너무나 각박하다. 가장 날 힘들게하는 건 전부 내가 한 선택이라는 시작점임을 알기 때문이다.
회사의 짜증나는 관계들과 과중한 일이 영향을 주고,나 혼자만 건사하는 삶이 아니기에 관여하고 고민할것들이 많은데 정작 나라는 인간이 두 다리 뻗고가만히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진작에 사라졌다.
서른살 때는 마흔쯤 되면 모든게 안정적일 줄 알았다. 그러나 먼 발치에서보던 마흔의 안정은 닥쳐보니 더욱 큰 진동을 오롯이 참아내고 티를 안내려는 노력 그 뿐이었다. 어디에도 오아시스는 없더라.
거기에 분명 육아도 한 몫할 것이고 인내는 한계가 있기에 활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번아웃이 깊게 오는 것이다. 전보다 더 자주, 올때마다 더욱 깊게.
나도 아이도 잘못이 없다
전부, 나를 둘러싼 세상의 잘못이다
오늘만큼은 그냥, 나를 탓하지 말자.
둘째 잠들면 나가서 술이나 사와야겠다
좋은 옷 입고 혼자 위스키라도 마실 수 있는 여유 따위 있을리가 없으니까. 그걸로라도 대신하자. 분위기가 아닌 그저 쓴 술을 삼키고 잠을 청하자.
예전엔 외근 때라도 여유가 나면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나를 위한 채움과 비움을 가졌는데.. 이제는 일과 육아 둘중 하나로 달려가는게 전부다.
사막의 오아시스
아니, 그저 신기루가 되고 싶은 그런 밤이다
내가 선택한 모든 삶에게서, 나를 떨어트려두는 그 결과를 오늘 꿈에서 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