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보고 싶나? 단톡부터 나오자.
언젠가부터 고유명사가 된 그 이름
카카오톡이 있기 전에는
여러가지 PC용 메신저가 있었다
각 메신저별 장점이 뚜렷했고, 각자의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여 동일한 메신저를 쓴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유대감이 형성됐다
PC를 켜야만 메신저에 접속하고,
그때 온라인인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지금 ON"인 누군가끼리만
허용된 개인 메시지나 단체 메시지를 나눈다
그때까진 제법 Fair했다
그리고 카카오톡이 등장한 뒤로
모든게 변했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대화를 원치 않을 때도 난 로그인이 되어있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저장하면 내가 친구로 뜨고,
언젠가부터 회사와 거래처에서 카톡으로 업무 이야기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각종 구실로(TF, 부서, 기타 허울뿐인 친목모임 등) 단톡에 나를 초대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싫었지만 이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연락처 기반 친구추천 기능이 사라졌지만
과연 “뒤늦게”일까. 진작에 할 수 있었을텐데
광고 노출을 위한 유저 확대가 필요했겠지.
가장 크리티컬한건 역시,
“아는 친구들과의 단톡”이다
나는 이제 사회 생활 10년을 넘긴,
내 가족이 있는 기성 세대가 되어간다.
예전처럼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그나마 단톡으로 소식을 교환하는 정도인데
우리는 굳이 단톡이라는 족쇄에 메어있다
불편해서 나갔더니 다시 초대하거나
개인 연락이 빗발친다
나간 이유를 설명하면 다같은 대답이다
그래도 여기서 나가면 아예 끝이야.
말 안하고 그냥 있기라도 해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나이 서른 넘어서 이딴 논리로 사람을 묶다니
결론부터 말하자
난 단톡이 정말 싫다
전에는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었지만,
이제 더는 그럴수 없다. 너와 나는 이제
원할때, 당연히, 쉽게 만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전에는 싸워도 만나서 싸우고
풀어도 만나서 푸는게 가능했다
표정이 보이고, 목소리가 들리니
오해가 덜했다는 사실이다.
관계에 있어 이런 기회가 사라졌다는 건 심각한 일
결혼한 뒤로 모든 개인 약속들을 없앴다
한달에 한번 친구를 만났고,
그 약속도 열시에는 무조건 출발해서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오래 시간을 보내고 늦게 돌아온다. 기다리던 배우자의 서운함과 불만이 발생한다. 상황에 대해 이해시키거나 다른 친구들(약속이 많고 늦게 들어가는)과 비교를 하고 싸운다. 그리고 곧,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다음에 또 같은 일이 반복할 수 있다.
사실, 중노년 이후에도 가족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신혼 시기 및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이렇게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 이 결정에 후회는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단톡에서 말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예전에는 없던” 오해와 갈등이
예전에 캠퍼스에서 웃고 떠들던 농담을 하면
언젠가부터 웃음도, 반응도 없어졌고
동기 모임때 웃으며 지내던 추억을 얘기해도
누군가는 그 추억을 유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단톡이 싫다
사람이 좋아서 떠드는데 생기는 오해가 싫다
조심해야되서 말을 안하는데 그럼에도 붙어 있어야하는, 이해할수 없는 의무가 싫다
일년에 한번 보는 사이라도, 그렇게 하자
없는 할말 억지로 지어내다 싸울 것 없이
그냥
그냥 단톡에게서 나를 자유롭게 해주자
나는 사람이 보고싶은거지
사람의 글자가 보고싶은게 아니다
추억을 쌓고 싶은거지
구닥다리 기억을 억지로 붙들기 싫다
모든 단톡에서 나가자
전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