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작가 되기

by alex kang

어제는 브런치 스토리 팝업 전시에 갔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보자는 것이 내 인생 목표였고, 다른 수많은 희망사항이나 유행 또는 열병처럼 지나가는 ‘ 목표’들과 달리 이것은 꽤나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그때는 뚜렷한 목적은 없었지만 십여 년 전부터 직장에서도 홍보부서나 글 쓰는 기회가 많은 일 쪽에 주로 있게 되었고, 출판사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책을 기획해서 출판해주기도 했었고. 아마존 디지털 퍼블리싱에 어쭙잖게 영어 단편을 끄적여서 올려보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책 한 권 탈고해보지 않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몇 번 기획안도 써보고, 잘 맞는 친구와 같이 만들기로 하고 스터디도 했지만.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기회는 많았지만 책 한 권 쓰기에는 게을러서 그 기회들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


친구들 중에 최근 브런치로 제법 작가처럼 글 쓰는 이들이 생겼고, 어떤 지인에게는 호감을 가졌다가 브런치에 쓴 방대한 양의 글들을 보게 되며 우러러보는 맘이 생기기도 했다. 브런치의 세계는 그렇게 다가왔고,


게으른 젊은 날 기회를 놓친 이에게 관대한 하늘이 다시 한번 내려주는 동아줄이 행여 아닐까, 하는 마음에 작가 신청을 해보자고 어제 전시를 보며 맘을 굳혔고, 매우 오랜만에 글을 쓴다.


자기 위안에 가까운 변명이지만 한동안 나는 삶을 통해 보여주는 작가라고 생각해 왔다. 절반 이상은 운에 따라 흘러왔지만 남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내가 마흔 살이 넘어서야 떳떳해졌고, 우리는 그런 면에서 모두 다 작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타 ‘공인’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도 커피를 마시며 청량한 바람을 느끼며 글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중한 가을날들이 한없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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