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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Jul 09. 2021

올림픽 금메달 따 봐야 소용없다.

최고의 무의미화.

엘리트 선수의 최종 목표인 올림픽에 가지 못하거나 프로선수의 문턱에서 안타깝게 내려온 선수들은 패배감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만약 패배가 쉽게 받아들여진다면 정말 후회 없이 경쟁했거나 아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다.


그토록 갈망했던 올림픽에 가지 못하거나 프로선수의 문턱에서 포기해야만 했던 선수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승리에 대한 가치체계 자체를 비틀어 버리기도 한다. 승자를 깎아내는 것이다. 패배의 고통을 줄여주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올림픽에서 1등 하면 뭐하나?", 그다음이 문제지.", 또는 "OO를 봐라, 선수 때 그렇게 잘 나갔는데도 지금 별 볼 일 없이 산다.", 그렇게 "지는 거 못 참으면 나중에 사회에서 힘들다."와 같은 말로  고통을 치유한다.


위와 같이 승리의 가치를 절하하고 의미를 퇴색하는 것이 앞으로 나은 삶을 사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 사실 경쟁을 하다 보면 상대의 승리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경기에서 졌을 때 무엇보다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적어도 스포츠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꼭 최고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식의 생각이다. 이는 독약이 든 사과와도 같다. 지금 최고가 되지 못할지언정 최고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1% 라도 높이는 것이 엘리트 선수가 가져야 할 마음 아닌가. 경쟁에 지쳐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단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고방식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엘리트 선수로서 져도 괜찮다는 생각은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라 직무유기다.



물론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노력으로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가치를 두지만 동시에 대단한 재능도 필요한 영역이라 평생을 노력해도 최고가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최고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고의 반열에 있는 사람의 노력을 무의미화 하는 일은 당장의 위로만 될 뿐, 장기적으로는 그 누구한테도 좋은 것이 아니다. 누가 알겠는가? 최고의 자리에 당신이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비록 자신의 실력이 아주 밑바닥이라고 해도 최고의 존재는 언제나 필요하다. 경쟁뿐만 아니라 삶에도 유익하다. 인간의 가치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면서 정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좋은 대학에 가는  (좋은 ) 혹은 취업에 실패하는  (나쁜 ) 구별하는 인지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이상 무엇이 '' 중요한지   없게  것이다. 가치는 언제나  높은 쪽으로 선형을 이루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선수의 다음 목표가 동메달인 경우는 없다.


우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년 전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이루어 냈다.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며 기뻐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느낀 환희가 단순히 세계 강호들을 줄줄이 꺾어서만을 아닐 것이다. 오히려 선수들의 성취를 보며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고 매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날 그들이 모여 이룬 업적 덕분에 지금 후배들의 기량은 세계로 뻗었다. 과거 선배들의 성취를 양분으로 한국 축구는 그 보다 더 높은 수준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셈이다.


평범함에 머무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송곳 같은 탁월함의 가치는  필요가 있다. 세계 최고의 명의가 없다면 인간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끔찍한 병들은 누가 고치겠는가? 과거의 불치병들이 의료의 발전을 통해 치료되고 있다. 훌륭한 의사의 탁월한 의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론 머스크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기술이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노력과 탁월함이 모여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우리는 그것을 누리며 살아간다.


따라서 스포츠도 1등이 필요하다. 최고의 존재로 하여금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를 기꺼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상이 없는 고통을 누가 느끼려 하겠는가. 최고들의 재능과 노력의 가치는 반드시 존중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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