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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Jul 21. 2021

엄살이 통하는 이유.

스포츠에서의자기불구화.

시합에서 늘 자신이 훈련을 제대로 못 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선수들이 있다. 소위 지나치게 엄살을 부리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들은 크게 두 가지의 선수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사실 모든 만반의 준비를 다 해놓고 전략을 숨기기 위한 경우다. 어쩌면 더 드라마틱한 승리를 맛보기 위함일 수 도 있다. 이와 같은 엄살 아닌 엄살은 경우는 경기 상황에 따라 혹은 경쟁상대에 따라 그 수준이 달라지는데 이와 같은 경우는 선수가 진짜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세우기도 한다. 


문제는 두 번째의 유형인데, 이들은 실제로 준비가 미흡하여 경기에서 이길 자신이 별로 없거나 기질적으로 자존감이 낮아서 자신이 실수를 상황 탓으로 돌리기를 좋아하는 선수들이다. 예를 들면 가족문제가 갑자기 생겨서 훈련을 많이 못했다던지, 어제 먹은 음식이 탈이 나서 지금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는 둥, 경기에서 지거나 자신의 실수를 가려줄 이유들을 만들어 낸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기불구화 (self-handicapping)라고 하는데 이는 사람이 자신의 유능함을 보여주는 데 실제로 방해가 될 만한 장애요소들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모습과 현재 상태의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자기불구화 전략을 더 자주 쓰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처한 핸디캡을 전제로 경기에서 패배했을 때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탓으로 돌릴 수 있고, 혹여나 운이 좋아서 경기가 이겼을 때는 자신의 유능함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가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경기 준비가 덜 된 것에 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묘책이 장기화되면 선수는 이와 같은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설령 운이 좋아 같은 수법이 꽤 여러 번 통하게 되면 앞으로도 연습을 게을리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얄팍한 묘수에 선수 자신 또한 속는 것이다.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결과로 증명하자


운이 좋아 몇 번 이기거나 남이 실수해서 어부지리로 공짜 승리를 맛보는 선수가 아닌 최고의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은 자기불구화 같은 얄팍한 꼼수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단지 이번 경기에서 내가 어떤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이기기 위해 그동안 연마한 동작이나 기술을 실전에서 써보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기 때문이다. 


문득 케네디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승자는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패자는 이기는 것도 은근히 두려워한다."


즉, 한 단계 높은 차원의 기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본질적인 가치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해야 하고, 시합날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 두가지만 신경쓰기에도 벅차지 않나? 

엄살. 그것도 한 두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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