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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Oct 01. 2021

성실함에 대하여.

재능을 뛰어넘는 유일한 것.

성실함이란 무엇일까? 간단히 아래의 이야기를 통해 성실함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운동선수가 가져야 할 덕목 중 성실함이 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니는지 곱씹어보자.


1847년 오스트리아 빈 종합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즈 제멜바이스 (Ignaz Semmelwies)는 산모들이 출산 후 고열로 사망하는 주된 이유가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아서 그로 인한 세균 감염으로 인한 것이라 추측했다. 당시 그가 근무했던 병원의 3000명의 산모 가운데 매년 600명 이상이 박테리아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성 인두염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의사인 아툴 가완디는 그의 저서 <어떻게 일 할 것인가>에서 말한다.



"의료 행위라고 하면 고독하면서 지적인 소임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어떻게 일 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현대 의료에서 19세기와 같은 몰지각한 위생관념으로 인해 산모들이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하면, 현대사회에서 산모가 안전하게 아기를 낳고 기를  있는 이유는 의사들의 아주 탁월한 의술과 동시에, 점진적으로 개선되어온 위생관념 덕분이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인간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는 의사의 탁월한 의술뿐만이 아니라 매일 손 씻는 행위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사의 의술은 실력, 손 씻는 것은 성실함이다.


어쨌든 스포츠에서도 재능과 노력 두 요소 모두 의중의 크기를 따질 수 없는 일이다. 재능은 정해져 있기도 하고 만들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고정된 능력이 아니며, 노력 또한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짧게 하는 노력과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하는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탁월한 재능을 만드는 것 또한 꾸준히 노력하는 성실함이 아닐까. 의사들이 손을 씻는 행위처럼 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하다. 훈련 전에 몸을 푸는 일, 훈련을 마치고 일정한 양의 물을 마시는 일, 매일 같은 시간에 자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들이 모여 노력이 되고, 그 노력들이 지속되면 성실함을 얻는다.



운동선수가 매일 고통스러운 훈련을 견디고 참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라기보다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최고가 되려는 선수라면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따라서 위대한 선수와 평범한 선수를 가르는 척도는 중요해 보이지 않는 행동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선수 때를 돌이켜보면, 훈련 이외의 사소한 행동들에 집착했을 때 연습과 시합 상황에서 모든 일들이 잘 풀렸던 것 같다 (훈련을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다). 예를 들면 "훈련할 때는 꼭 5시 25분에 훈련장에 도착할 것" 또는 시합날 아침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전거로 몸을 풀 것" 혹은  "엘리베이터 말고 꼭 계단을 이용할 것"과 같은 나만의 고유한 행동들을 지키는 것 말이다.


물론 과도한 집착은 징크스로 남지만, 잘 익힌 습관들은 루틴이 된다. 처음에는 에너지를 들여서 해야 했던 행동들이 한번 습관화가 되면 힘들이지 않고 계속할 수 있게 되며, 남들이 보면 "나 같으면 못해" 라며 엄두도 못 낼 일들을 소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이와 같은 사소한 노력들이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이러한 노력들은 당장 티가 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행동을 실천하고 악착같이 지키는 것. 이것만이 최고로 가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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