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태도
엘리트 스포츠는 경쟁구조이다. 내가 아닌 다른 선수들은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동료이자 경쟁자이다. 다소 모순적이고 이기적인 스포츠 환경에서 다른 선수로부터 존중을 이끌어 내려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존중이란 사전적 의미로 "상대를 함부로 대하지 않고, 정중하게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정중함이라는 것은 우리가 선수이기 이전에 한 인격체로서 획득하려면 실력이라는 것을 갖추기 이전에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극한의 경쟁 구도에서 조차 상대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존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가끔 선수들이나 지도자들 중에는 인성과 인격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등한시하고 오롯이 선수의 성적만을 최고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선수는 성적이 최상의 가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렇다고 하여 차상의 가치가 소멸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차상의 가치란 선수가 가지고 있는 인성과 겸손함 그리고 선수가 속한 환경에서의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엘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저서 <성공의 공식, 포뮬러>에서 한 분야에서 인간의 성공은 수만 가지로 정의될 수 있지만 성공이란 우리가 속해있는 공동체로부터 인정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성공의 척도는 (운동선수의 성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적인 요인 (개인적) 뿐만 아니라 외적인 (집단) 척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인정'이 없다면 한 사람의 성공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결국 단순히 실력이 좋은 선수와 위대한 선수를 구분 짓는 것은, 한 선수가 이룩한 성과를 너머 인격체로서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분위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이다. 가령 우리가 맘바멘탈리티의 대명사인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의 위대함을 고려할 때, 단순히 선수의 우승 횟수나 기록으로만 평가하지 않을 것 이다. 즉 스포츠를 대하는 태도와 진정성 그리고 동료들로부터의 인정들이 모여서 코비의 위대함을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 생활을 하며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선수들이나 지도자들 스스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남이사 어떻든 나만 잘하면 돼."라는 식의 마음가짐이 결국 남을 짓밟고 무시하며 스스로가 얻어 낼 수 도 있었을 존중을 걷어차는 꼴로 보인다.
이 시대 최고의 야구스타인 오타니는 경기 후 매번 마운드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이유에 대해 "다른 사람이 버린 운을 줍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끗 차이이지만 "나만 잘하면 돼"의 마음에서 "내가 잘하면 돼"의 마음가짐 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비뚤어진 그릇을 바르게 놓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비록 그 시간이 오래 걸릴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