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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Feb 22. 2020

태도에 관하여

운동선수들의 인터뷰에 관한 고찰

Image by WikiImages from Pixabay 


2018년 2월 대한민국은 평창올림픽이라는 메가 스포팅 축제를 통해서 얼어붙은 찬 공기를 따뜻하게 데웠다. 대한민국은 금 5 은 8 동 4개의 성적으로 전체 6위로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치렀다. 특히 그동안 빙상 종목에서만 금메달을 성취했던 지난 동계올림픽과는 다르게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딴 엄청난 의미가 있는 올림픽이었다.


필자 또한 엘리트 운동선수로써 올림피언의 꿈을 꾸었다. 하지만 결국 이루어내지 못하고 은퇴를 하였기에 지난 몇 번의 올림픽을 경기장 밖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성패를 떠나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면 인터뷰를 하기 마련이다.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종종 불편함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죄책감'을 인터뷰할 때였다. 예를 들면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선수가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을 때 (심지어 은메달을 따더라도!), '죄송하다' 이야기할 때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니가 왜 미안해!). 올림픽에 출전해서 메달에 도전한 것만으로도 박수받아 마땅하지 않은가. 


운동선수는 국민들의 환심을 사야 하는 정치인이 아니다. 사람들은 운동선수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강한 캐릭터를 동경한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일들을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과정을 스포츠를 통해 경험하고 공유하는 특별한 존재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가의 안녕을 위한 희생을 원치 않는다. 스포츠를 통한 국력 강화. 그것은 몇몇 사회주의 국가에서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던가. 


앞서 이야기했듯이, 선수들이 국민들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향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기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빠져있다. 어쩌면 티브이를 통해 우리들이 느꼈으면 하는 것은, 그들만의 이야기,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가족,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국민을 언급하는 것을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잘해놓고 미안하다는 얘기만 하지마..), 자기 이야기를 하는 연습이 안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얼마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4관왕을 거머쥐었다. 나도 모르게 그 '국뽕'이 차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 못했더라도 그를 욕하는 이는 없었을 거다. 설령 영화가 재미없었다 하여도 봉준호가 우리에게 미안할 이유는 없다. 


물론 국가의 세금으로 훈련하는 국가대표가 제작자의 투자금을 가지고 영화를 만드는 체육인과 예술인의 절대 비교는 불가하더라도,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데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봉 감독은 말했다. "국가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상은 대한민국 최초의 아카데미 상이다." 맞다. 국가대표로 오스카에 간 것이 아니라 감독으로서 상을 받은 것이다. 딱. 이 정도까지가 좋은 것 같다. 


올림픽 경기에서는 당연히 스포츠맨십이 결여된 플레이 (욕설, 도핑, 폭력)를 한다면 도덕적 질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선수들이 기대 이하의 기량을 펼치더라도, 선수를 향한 화살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덧 붙여서 손흥민이 얼마 전 프리미어 리그 사상 동양인 최초 50골을 넣은 것 또한 대한민국의 노력이 아니라, 손흥민의 노력일 뿐이다. 기생충의 성공도, 손흥민의 성공도 그저 나는 기뻐할 뿐이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한민국의 엘리트 운동선수 개개인이 조금 더 전략적이고 이야기가 있는 인터뷰이 (interviewee)가 되는 것을 바란다. 물론 그들이 부모님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든 국민들께 죄송스러움을 이야기하든 간에 내가 막을 도리는 없다마는, 좀 더 그들을 통한 성취적 영감, 정직함 그리고 경쟁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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