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이 사라진 스포츠

근성은 사라진 게 아니라, 말을 잃었다.

by 이현성

요즘 스포츠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요즘 선수들은 근성이 없다."


현장에 있는 선배들은 늘 후배들이나 자기 종목의 미래를 걱정하지만, 해결책은 없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조용히 불편해진다.


선수들은 정말 '근성'이 없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선수들에게 근성이라는 것을 과거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과거 선배세대의 근성이란 의미는 명확했다. 훈련을 많이 하고 끝까지 버티고, 지도자의 지시에 토 달지 않고 따르는 것이 근성이고 믿음이었다. 수십 년 전, 근성이라는 말은 훈련 방식 그 자체였다.


지금은 분명 다른 세대임이 확실히다. 현세대 선수들은 내가 왜 이 훈련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과거의 방식 즉,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방식으로는 선수들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충분히 근거가 있어야 하며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어쩌면 과거세대의 체육인들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근성이라는 말로 퉁치려고 하는 것 일 수 있다. 그들은 근성을 그렇게 배워왔고, 그래서 성공했다. 고로 과거의 방식을 쫓는 이들에게 어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훈련방식은 변했고 기술발전의 궤적 또한 달라졌지만, 경기에서 요구하는 고유한 기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특히 역치스포츠에서)의 장면은 늘 비슷하다. 그것은 바로,

몸이 무거워지고 판단이 느려진다는 것!


그 순간 선수는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포기할지, 계속 가야 할지.

이 같은 장면은 수십 년 전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문제는 근성 자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근성이라는 단어가 현대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에게 과거만치 효용가치를 주지 못할 뿐이다. 왜 해야 하는지 모르고, 언제 버텨야 하는지 말하지 않는 설득은 동기부여가 아니라 의미 없는 압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배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근성 그 자체가 아닌,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
즉각적 보상이 없더라도 계속할 수 있는 기세
힘든 순간에도 판단을 할 수 있는 체력


같은 것이 아닐까? 이것은 정신론이 아니라 경기력의 조건이다.


근성이란 것은 수치로 환원되지 않는다. 피로가 차 올랐을 때, 기술이 무너질 때, 그래도 선택하는 능력. 이건 지표의 문제가 아닌 경험의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미래의 선수들에게 근성은 정신적이 아닌 기능적인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근성을 정신력의 일부로 믿었지만, 현재는 아니다. 끈기는 정신력이 아닌 퍼포먼스(기능)의 지표다.


과거의 의미를 현대의 언어로 번역하는 일을 포기하는 순간, 근성은 정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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