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정말 구시대적 훈련일까

스포츠에서 기본기를 대하는 태도

by 이현성

대중적으로 러닝이 대세인 요즘, 엘리트와 프로 스포츠 현장에서는 러닝에 대한 평가가 꽤 냉정하다. 특히 야구와 같은 팀스포츠에서는 무작정 달리기는 구시대적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여겨진지 오래다. 반면 같은 야구인이라도 러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도 보인다.


야구에서 전통적 방식의 러닝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는 야구는 지속적으로 달리는 스포츠가 아니며 순간적인 파워와 스프린트, 가속과 감속이 더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과학적 배경으로는 지속적인 러닝이 RFD(Rate of Force Development)를 감소시키고 이는 짧고 폭발적인 움직임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된 바 있다. 투수에게는 특히 어깨와 팔(상체) 회복 속도를 간접적으로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 야구에서 3-5km 이상을 달리는 장거리 러닝, 그리고 체벌적 러닝에 대한 반감이 존재한다.


반면 야구동작에 도움이 되는 스프린트(10-30m) 방향전환과 같은 야구적인 움직임에 도움을 주는 달리기 훈련의 형태는 경기에서 도루진출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러닝에 대한 무조건 적인 저항이 아닌 전통적 러닝 방식(심폐지구력 향상 및 체벌적 러닝)에 대한 반감인 것이다.


이미지 출처. pixabay


그러나, 그럼 정말 전통적 방식의 달리기 훈련은 팀스포츠 선수에게 부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일까?


나는 스포츠현장에서 달리기에 대한 반감 자체가 불편하다기 보단 삭제하려는 것이 불편하다. 덧붙여서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은 지속적인 달리기를 기본기에 대한 집착으로 치부해 버린다거나, 청산해야 할 과거의 안 좋은 문화쯤으로 여기는 부분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따라 선수들은 달리기에 대한 단점을 받아들일 때, 그것을 회피의 도구로 사용할 가능성 또한 있다.


과거에 선수들이 자신의 성공적인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하루도 쉬지 않고 훈련한 것, 또는 달리기와 같은 반복 훈련이 도움이 됐다고 고백할 때 혹자는 그것은 그저 옛날 방식이라며 코웃음 친다. 현대 스포츠과학과 궤를 달리 한다는 이유로 구시대적 유산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데이터는 도구이지 신앙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코치라면 데이터에 민감해야 한다. 문제는 코치와 선수 모두 데이터를 맹신할 때다. 숫자로 설명하지 못하는 훈련을 불신하고, 힘들지만 반복해야 하는 기본기를 비효율로 분류한다. 그렇게 기본기나 근성은 과학의 반대편으로 밀려난다.


기본기는 과학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은 기본기라는 토대 위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는 매일매일 과학적인 방법으로 컨디션을 측정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매일 혈액을 뽑을 수 없고, 매일 파워(e.g., RFD)를 측정할 수 없고, 모든 훈련을 데이터화하기도 어렵다.


결국 현장에 남아있는 선수의 감각과 직관이 중요해진다.

"오늘은 몸이 무겁다." "호흡이 평소와 다르다."와 같은 감각적인 부분을 캐치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기본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선수에게는 달리기가 될 수 있다. 매일 훈련 전에 특정 거리를 가볍게 달리며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일, 그리고 본 훈련에서 어떤 훈련에 더 집중할 것인지에 대한 선수 본인의 직관력을 키우려면 결국 기본기에 대한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달리기를 하는 게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한 대칭적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기본기가 중요한지 안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과도 같다. 대신 이렇게 질문해 보면 어떨까.


훈련에서 달리기를 무엇으로 사용할까?


선수에게 달리기는 체력을 올리는 훈련일 수 있고, 컨디션을 체크하는 일일 수 있고, 하루의 리듬을 여는 의식일 수도 있다. 당연히 데이터를 통해 훈련방법은 바뀔 수 있다. 효율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루틴, 감각, 그리고 자기 상태를 확인하는 의식까지 무시하는 순간, 우리는 과학을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현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