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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May 02. 2020

코로나 속 유학 생활

그동안 소홀했던 것에 집중하기

지난 1월 이곳 영국에서 박사 생활을 시작한 이 후로 정신없는 생활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코스가 시작된 이후 한 번도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사실. 그렇다. 여기 영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점점 심해져 학교는 물론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심지어 테이크 아웃도 안 되는 상황이다.


현재 통계상으로는 영국이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집계되고 있다고 하니, 가족은 물론 친구들의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 늘 대답은 "나는 튼튼해~"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뭐 이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와이프와 나는 늘 집에서 생활한다. 산책하고 러닝 하고, 학교 일 혹은 교수님과의 미팅은 집에서 이메일과 스카이프로 대체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 와이프와 함께 마트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 것이 전부다.



스털링 성에서 바라본 스털링 a.k.a 스바스


매일 아침 6시에 알람이 울리면 (30분 더 자는 건 안 비밀) 스피킹 연습을 한다. 유학 오기 전 스피킹 연습했던 것을 요즘 다시금 하고 있는데, 말킴이라는 영어 스피킹 연습 어플로 매일 아침 1 시간 정도 동네를 걸으며 영어 말하기를 한다. 가뜩이나 코로나 때문에 외국사람을 커녕 사람 만날 일도 없으니, 영어 쓸 일이 전혀 없다. 기껏해야 마트에서


"Do you want to get a receipt?" 영수증 필요해?라고 하면 No, thanks라고 달랑 한마디 하는 게 전부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유학생활을 하면서 영어를 제대로 쓸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학부생이라면 절대적인 시간이 있으니 영어 쓸 기회가 많을지는 몰라도, 나처럼 석사부터 시작한 경우라면 생각보다 실생활 영어를 배울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석사 과정 스케줄 따라가기도 벅찬 마당에 베네딕트 컴버배치처럼 근사한 영국 영어를 쓰는 판타지는 개나 줘야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공부도 공부지만, 그동안 좀 소홀히 했던 영어 말하기를 좀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수가 되어서도 뭐 제대로 말을 해야 가르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가. 영어로 말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영어는 배운 만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말해본 만큼 말할 뿐이다. 온갖 어려운 단어로 무장한 수백 개의 논문을 읽어도, 입으로 뱉어본 적이 없기에 말할 수 없다.



나의 모닝 루틴, 대체로 아침에 읽은 논문이나 영어 공부한 것을 정리해 놓는다. 박사과정 시작 후 지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아서 뿌듯하다. 잘하고 있다.


인간의 언어 회로가 그렇게 생겨 먹은 것 같다. 생각해보면 모국어로 말할 때도 우리가 자주 말하거나 혹은 언젠가 말해봤던 단어와 문장의 구성이 머릿속에 남겨져 있다. 우리는 그저 그것들을 조합해서 입으로 내뱉을 뿐이다. 절대 단어를 따로 생각하거나 억지로 조합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특히 말하기는 우리가 하는 운동과도 같아 왕도가 없으며 그저 지겹도록 같은 문장들을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는 것 밖에는 묘수가 없다.


더군다나 올 해는 앞으로의 박사 여정 동안 어떤 연구를 할지 정하고 연구자로서의 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해다. 논문을 많이 읽는 것은 기본이고,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내 머리통이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 영어가 더 편해지면 좋겠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내가 영어를 써야 한다.


일론 머스크가 말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다고,” 이와 같이 자기 발전도 시간이 해결해 주리란 생각은 꿈도 꾸지 말자.


이렇게 내 안의 결핍들을 앞으로 또 어떤 식으로 채워 나가게 될지, JOLLA GAE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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