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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May 22. 2020

논문을 읽다 보면

지적 호기심의 향유와 좌절 

최신 논문을 읽다 보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고 스스로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다가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을 보고 또 보고 번역기를 돌려봐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럼  "와 씨 내가 논문을 쓸 수 있을까?" 란 물음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다. 내가 누군가의 논문을 찾고 관련 분야의 핵심 연구자들을 찾듯이 수년이 흐른 뒤에는 누군가가 나의 논문을 참고해야 할 텐데, 지금 내 수준으로 가당키나 할까 생각하면 그야말로 온몸이 힘이 빠진다. 




이렇게 한없이 자존감이 낮아질 때면, 내가 꼭 하고 싶은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자꾸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마음속에서 타협점이 선명해지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아주 재밌는 논문 한편을 또 만나면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금세 또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무엇을 선택하든 그것이 내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제대로 하면 뭐든 고통스럽다는 것이다. 앎이라는 것이 그렇게 가볍게 재미와 흥미 정도로 취급할 것이 아님을 안다. 때때로 약간의 성취에 따른 기쁨만 존재할 뿐. 애초에 공부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놓인다. 




앞으로의 박사 생활을 꾸려나갈지 걱정이 되고 불안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끝을 봐야 한다. 꼭 내가 생각한 모양의 미래가 아니더라도 그 지향점으로 가는 곳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나에게 의미를 가져다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펼쳐진다는 것만 예측할 수 있겠지. 어제 보다 좀 더 알았으면 됐다. 



Image by S. Hermann & F. Richte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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