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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Dec 09. 2020

공부, 해야 할까?

해외 박사과정 1년 차의 기록

박사과정을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큰 변화로는 아이가 생긴 게 아닐까. 육아와 공부를 병행한다고 해서 나의 지적 탐미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절대적으로 육아에 동참해야 하는 스케줄이 생김으로써 생활에 어떤 질서가 생겼고 이로 인해 시간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고로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고나 할까? (그전에 얼마나 계획이 없었으면)


요즘은 새벽 5시에 일어나려고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가끔 다시 잠이 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리라 다짐만 하고 지키지 못했던 내 게으름은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해결되었다. 아 5시에 일어나서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한국에 오기 전에 영국에서 새벽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는 습관을 좀 만들었었는데 그때는 새벽에 해야 할 일을 스스로 많이 정해 놓았었다. 하지만 할 일을 너무 많이 정해두어서 인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일찍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둔다. 그저 온전한 나만의 새벽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점점 윤곽이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국에 와서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했었다. 과연 이 길이 나에게 적합한가? 학위를 딴다 한들 미래가 보장이 될까? 그렇다고 전액 장학금을 받는 인재도 아닌데? 요즘은 학위가 무용지물인 시대라는데 그럼 스타트업 같은 걸 해야 하나? 수많은 생각들이 가지치기를 통해 생산되었고 그것은 나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주었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는 외부적인 이유를 시작으로 해서 결국 나의 지적인 게으름과 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의 부재로 수렴되었다. 그냥 내가 자신감이 없고 현재의 내 상황들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드는 생각일 뿐이다. 생각해보면 나를 방해하는 외부적 요인들은 내가 고민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꼭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포기는 좀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이유가 있을 때 해도 늦지 않다.


가만 보면  되더라. 유학 오기  영어 공부를  때도 그랬다. "내가   있을까?" 했는데 갔고, 석사 공부를 시작해서도. "졸업할  있을까?" 했는데 결국 했다. 심지어 운동할 때도 그랬다. "아니 내가 오늘 이걸 버틸  있을까?" 젠장. 버텨지더라. 물론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이지만.


무튼. 다시 초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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